북, 재일교포에 “당분간 방북 문의 사절”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4.01.25
북, 재일교포에 “당분간 방북 문의 사절”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2024년 시정연설 관철을 독려하는 선전화가 제작되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앵커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 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조총련 담당 통일전선부 조직 개편 가능성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철거를 지시한 ‘조국통일 3 헌장 기념탑 철거됐습니다자유아시아방송(RFA) 위성사진을 통해 이를 확인했는데요최근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  대남 기구의 폐지를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외에 추가적인 조직 개편이 있을 걸로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최근 들은 정보에 따르면, 북한은 재일교포들에게 당분간 평양의 지시가 내려오기 전까지 방북에 대해 문의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재일교포들도 북한에 있는 친척들과 연락을 시도하면 현재 상황에서는 무리하지 말고 방문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합니다. 자세한 사정은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았지만, 아마도 조총련을 담당하고 있는 당 통일전선부의 조직 개편이 진행 중이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조직이 개편되면 총련을 담당하는 인물이나 권한도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교류를 제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올해 1월 한시적으로 총련 관계자의 방북을 허용했지만, 그 이후 방북이 불가능해진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 조총련 개편에 관한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태영호 국회의원도 북한이 당 통일전선부 내에서 한국과의 교류나 협력 부문을 외무성으로 이관하고, 공작 부문만 노동당에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현재 북한의 조직 개편 범위는 조평통 등 대남기구의 폐지를 넘어 당과 정부 조직 전체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김정은 총비서와 측근들이 현재 정치 체제 유지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북한을 전반적으로 개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장경제 폐지, 청년 사상 통제 강화, 그리고 외부 정부와 문화 유입에 대한 차단을 철저히 하면서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지원을 얻어내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이는 과거 냉전 시대의 북한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앞으로도 북한 내에서 이러한 변화가 서서히 드러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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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가 지난 1월 23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북한 평양의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이 철거된 정황이 포착됐다. 앞서 김정은 북한 총비서는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의 철거를 지시한 바 있다. / 플래닛랩스(Planet Labs)

 

<기자> 남북 간의 긴장 수위가 고조하면서 일각에서는 북한이 실제로 전쟁을 결심했다는 전문가들의 해석도 제기되는 실정입니다다만 이같은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데요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저는 북한이 전쟁을 결심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부 미국 전문가들이 북한의 호전적인 발언과 행동을 근거로 전쟁을 결심했다고 주장했는데,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재래식 무기로는 한미 연합군을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총력전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 기습 공격 없이는 북한이 이길 수 없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한미 연합군이 북한의 공격을 예측했을 때, 사전에 '킬체인'(한미연합 선제타격 체제)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이나 군사 기지를 공격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의 전쟁 결심을 한미 양국이 알아차릴 수 있도록 행동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전략은 첫째, 사람들에게 전쟁이 임박했다고 생각하게 함으로써 한국 내에서 '남남갈등'을 유발하는 것입니다. 둘째, 서방 국가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해 만약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등장한다면 핵 군축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 전쟁보다 낫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북한이 전쟁을 결심했다는 분석을 기정사실화하며, 윤석열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는 한국 언론의 보도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의도한 심리전이 이미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또 북한이 24일 오전 서해에서 순항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한미일에 대한 메시지일 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메시지로도 해석됩니다. 통상 한미일이 서해에서 훈련을 할 때는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진행합니다. 이번에 북한이 서해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중국이 북러 간의 우호적인 관계를 묵인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불쾌감을 나타내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 러시아 지원으로 성과내기 쉬운 기계공업 부문강조

 

<기자> 김정은 총비서가 올해는 ‘청년 챙기기 나섰다는 분석이 있습니다북한 노동신문은  총비서가 지난 6 평양 서포지구 청년 건설자들에게 사과를 보냈다고 보도했고요. 지난 21일자 노동신문에도 김 총비서가 “당조직들은 청년동맹사업에 대한 당적지도에 힘을 넣어 청년동맹을 강한 실천력전투력을 지닌 혁명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는데요올해도 어김없이 청년층 결속 다지기를 계속하는 모습입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24일자 노동신문은 학생복 등 학생들의 필수품을 공급하기 위한 조치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이는 북한 청소년들이 김정은 체제를 무시하거나 반발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30세 이하 세대는 고난의 행군 이후에 태어나 배급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김정은 총비서나 현 북한 체제를 존경하지 않는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이 젊은 세대는 사고 방식이 독특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할리우드나 한류 드라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세대입니다.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나 평양문화어보호법등을 제정해 이러한 행위를 단속해 왔지만, 이것이 오히려 청년들의 반발을 촉발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러한 반발을 억제하기 위해 청소년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김 총비서의 생일인 1 8일에 과자를 배급하거나 학생복, 학용품, 유제품 등 청년과 관련된 공급에 힘을 쏟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시장 경제를 배제하는 동시에 한국을 적으로 규정하는 것도 한국 문화의 ''을 제거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는 북한이 체제 유지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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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8일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창립 78주년 기념 청년중앙예술선전대 공연 '언제나 곧바로, 당을 따라 앞으로!'가 전날 청년중앙회관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 연합뉴스

  

<기자> 마지막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이달 중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 경제사업에서 특별히 역할을 높여야  부문은 기계공업부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총비서가 유독 기계공업부문의 역할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올해로써 지난 2021년에 시작한 국가경제 발전 5개년 계획 4년째를 맞이했습니다. 첫해였던 2021년과 2022년에는 신종 코로나비루스의 대유행 때문에 경제적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작년부터는 점차 무역 수치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이 경제상황의 개선을 실감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김 총비서는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경제 부문의 이기주의를 엄격하게 비판하며 시장 경제를 배제하는 구상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정치적 안정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경제 발전에 있어서는 별다른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그 가운데 북한이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분야 중 하나가 기계공업 부문입니다. 북한은 기계 공업 부문에서 중국보다는 러시아로부터 중요한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후 구소련과 동유럽의 여러 나라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며 북한을 재건했습니다. 북한 공장이 사용하는 기계 설비나 발전소 터빈 등 주요 기반시설은 당시 구소련이 제공했습니다. 현재도 북한은 식품이나 일회용품 등 소비재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지만, 기반시설은 여전히 구소련 시절의 것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작년 후반기부터 시작된 북러 간 외교협상에서 러시아로부터 기반시설에 관한 지원을 얻어내는 합의가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5개년 계획의 중요한 4년 차에 접어들면서 기계 공업 부문 개선을 확실하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로 거론한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5개년 계획이 실패한다면, 북한이 가장 중요시하는 정치적 안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태를 피하기 위해 가장 쉽게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기계공업 부문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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