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스페셜] 대북송금 수수료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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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탈북민들이 북한 가족에 보내는 대북송금의 중간 수수료가 최근 최대 60%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힘겹게 모아 보내는 돈의 절반 이상이 브로커에게 뜯긴다는 건데, 수수료가 너무 비싸 멈칫하다가도 북한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면 돈을 안 보낼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송금 브로커에 대한 북한 당국의 집중단속과 북∙중 국경 봉쇄 등이 맞물려 수수료가 폭등하고 있는데요, 당분간은 이런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탈북민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송금 중간 수수료 40% 이하는 없어... 60%까지 올라

[탈북민 간 전화 통화 내용] "엄마에게 닿는 것은 (중간 수수료가) 올라서 45%...", "45%? 절반이나 가져가는 거야?"

중간 브로커를 통해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낼 때 물어야 하는 대북송금 수수료가 45%라는 탈북민 이지영 씨 (가족들의 신변 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 말에 전화기 너머 다른 탈북민은 깜짝 놀라 되묻습니다.

북한 양강도에 가족이 있는 이 씨가 며칠 전 북의 어머니에게 어렵게 돈을 보내면서 뗀 중간 수수료는 송금액의 45%였습니다.

[이지영 씨(가명)] 요즘은 그나마 좀 하는 사람들이 중간 브로커를 하는 거예요. 웬만큼 힘이 없으면 안 되니까 45~50%씩 가져가요. 그 생각을 하면 가슴 아파요. 돈 보내기가 쉽지 않은데, 저쪽(북한)에서는 또 굶잖아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보내주고...

이 씨는 이전에는 한 번에 한국 돈으로 300만 원, 미화로 약 2천600달러씩 북한의 가족들에게 보냈지만, 지금은 높은 수수료 탓에 100만 원(약 900달러) 정도만 보내고 있습니다. 당분간 굶지 말고 어려운 시기만 넘기라는 겁니다.

이 씨에 따르면 한국에서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낼 때 40~50%의 중간 수수료는 이제 일반적입니다. 오히려 중간 수수료를 적게 떼는 브로커는 사기일 가능성이 크고, 수수료가 비쌀수록 믿을 만한 선이 있기 때문에 돈이 확실하게 전달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지영 씨(가명)] '못 주지, 주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어쩌겠어요. 먹고살 수만 있게 적당히만 주자. 저도 여기저기 보내기도 했는데, 45~50%가 제일 적은 거예요. 너무 가슴 아픈 거 있죠. 높은 중간 수수료는 고정 선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제대로 주긴 주더라고요.

북한 함경북도에 가족이 있는 20대 탈북민 진서연 씨(가족들의 신변 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도 작년 말 가족들에게 송금을 보낸 뒤 몇 달이 지났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일정한 수입이 없는 탓에 돈을 모아 북한에 보내기도 쉽지 않은 데 중간 수수료까지 턱없이 오르다 보니 송금은 생각도 못 하고 있습니다.

[진서연 씨(가명)] 지난 양력설 전에 보내고 그 후로는 정세가 안 좋아서 전화가 안 왔거든요. 너무하잖아요. 여기서 돈 버는 것도 쉽지 않은데 수수료를 절반이나 내야 한다니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전에 30~40% 하던 것이 50%까지 올라갔다니까, 절반이나 떼고 나면 아쉬우니까 일부 사람들은 돈을 안 보내는 것 같아요.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대북 송금에 대한 중간 수수료가 상향 평준화됐습니다. 지금은 50%를 넘어 60%까지 요구하는 브로커도 나타났다는 것이 이시마루 대표의 설명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우리 '아시아프레스'에서도 매달 브로커를 통해 취재비와 조사비를 송금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함경북도, 양강도, 평안북도 등의 수수료가 거의 비슷해졌습니다. 작년 말은 보통 40~50%가 평균이었습니다. 40% 이하는 없었습니다. 현재는 50~60%로, 60%를 요구하는 브로커도 있습니다. 그렇게 안 주면 못한다고 해서 할 수 없이 그 브로커도 쓰죠. 40%대는 거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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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그래픽


'단속 강화', '현금 고갈' 등으로 브로커들 사라져

북한 양강도에 어머니가 있는 탈북민 김혜영 씨(가족의 신변 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도 중간 수수료가 50%에 육박한다는 소식에 송금을 미뤘습니다. 돈을 보내고 싶어도 그 돈의 절반밖에 전달되지 않는다는 현실에 할 말을 잃을 뿐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북∙중 국경이 봉쇄되기 전, 또 북한 당국이 탈북민들의 송금 단속을 강화하기 전에는 비교적 저렴하고 빠르게 돈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처벌이 강화된 이후 송금 수수료가 더 많이 오른 겁니다.

[김혜영 씨(가명)] 지금은 브로커들을 다 잡아가니까 돈을 보낼 수도 없고, 전화도 못 하고, 중간선이 다 사라진 겁니다. 그런 중에 보위부를 끼고 하는 브로커들이 있는데, 이들이 수수료를 높이는 겁니다. 제일 낮은 것이 45%~50%, 너무 심합니다. 여기서도 없는 살림에 안 먹고, 안 쓰면서 돈을 모아 보내는 건데...

[이시마루 지로 대표] 브로커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 단속이 심해지고, 위험을 무릅쓰고 해야 하는 일이기에 당연히 대가를 요구할 수 있죠. 또 브로커들이 많이 적발되면서 경쟁상대가 많이 줄었습니다. 경쟁 상대가 많으면 수수료가 싼 것도 있었죠. 하지만 단속이 심해지면서 경쟁상대가 많이 줄었고, 그래서 높게 요구하는 경우도 많아졌고요.

북∙중 국경 봉쇄로 인적 교류까지 중단되면서 현금의 유통이 막힌 것도 수수료가 급등한 이유입니다.

북한 내 현금이 고갈되면서 직접 융통할 수 있는 브로커들이 많이 사라졌고, 여기서 살아남은 사람들만 송금 대행을 독점하면서 수수료를 올리는 겁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작년에는 코로나 방역19 때문에 무역과 사람 왕래가 끊기면서 중국에서 북한으로 현금을 가져갈 수 없게 됐습니다. 북한 내 브로커들도 자기가 가진 현금으로 브로커를 해왔는데, 수중에 돈이 떨어진 소규모 브로커들이 많습니다. 외화가 떨어지면 중국을 통해 송금을 받고 보충해야 하는데, 단속과 현금이 떨어졌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송금 브로커를 유지하지 어려워진 것도 수수료가 올라간 큰 이유입니다.

북∙중 국경 개방 전까지 수수료 높을 듯

송금 수수료의 급등은 한국 내 탈북민들과 북한에 있는 가족 모두에게 큰 부담입니다.

수수료가 부담스러운 탈북민들이 송금을 주춤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횟수도 줄면서 이에 의존해 오던 북한 주민들은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지연 씨(가명)] (북한에서는) 난리 났습니다. 고난의 행군을 한다니까 살기 힘들고요. 제가 (2년 전에) 올 때보다 더 힘들어졌다는 거예요. 기름도 (중국 돈) 100원 이상이라고 하니까...

[이시마루 지로 대표] 당연히 어려움이 생겼을 겁니다. 첫째는 송금 자체가 많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브로커를 찾지 못하는 한국 내 탈북민 가족이 많아졌을 겁니다. 또 북한에서 받는 액수도 줄었고, 어떤 때는 연락이 끊겨 사실상 받지 못한 사람도 꽤 많아졌을 겁니다. 지금 압록강, 두만강 연선에서 제일 주목받는 사람들은 한국에 가족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전체로 보면 한국에서 북한에 보내는 송금액이 어마어마한 규모일 겁니다. 그것이 브로커에 대한 탄압,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국경 봉쇄로 많이 줄어들었을 건데요. 그만큼 북부 지방의 경제적 영향도 적지 않을 거라고 보고 있어요.

탈북민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가족을 생각해 적은 돈이라도 보내고 싶지만 쉽지 않습니다.

북한 당국의 단속 강화로 그동안 연락했던 브로커들과 연락이 끊기면서 '혹시 돈만 떼이는 것 아닐까', '가족들이 위험에 처하지 않을까'란 우려 때문에 새로운 브로커들과도 쉽게 거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김혜영 씨(가명)] 너무 어렵습니다. 이전에 하던 사람들은 다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믿을 만한 송금 브로커가 많았던 때는 다 믿을 수 있고, 전달도 빨랐지만,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가족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최대 60%까지 치솟은 대북 송금 수수료는 북∙중 국경이 열리면 인적 왕래가 재개되면서 자연스럽게 낮아질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그때까지는 탈북민이나 북한의 가족 모두에게 어렵고 답답한 상황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