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문성희: 박사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기자로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 2017년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기자> 코로나19 의 세계적 확산세가 좀처럼 꺽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감염됐습니다.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유세와 토론 등 선거 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되는 데요, 문성희 박사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위문전문을 보냈네요.

문성희 : 네, 북한의 입장에서는 최고지도자와 1번도 아닌 3번이나 만난 미국 대통령이기때문에 위문전문을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과시하는 측면도 있겠지요. 지금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받았다는 것을 여러 번 공개했지만, 이번에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 북한이 재빨리 공개한 측면을 주목해야 할 듯해요. 지금은 코로나와 태풍피해로 내정에 집중하고 있지만, 시기가 되면 북한도 대미관계를 재구축할 것으로 봅니다.
<기자> 결국 누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되든지 내년엔 미국과 새로운 대미관계 설정에 속도를 낼 거란 말씀이신가요?
문성희 : 북한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하면 좋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김 위원장은 위문전문에서 "나는 당신과 령부인이 하루빨리 완쾌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당신은 반드시 이겨낼 것입니다."라고 썼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를 이겨내고 대선에서도 승리해 달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물론 북한은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든 원칙은 바꾸지 않을 것이니 북미 관계가 간단히 풀린다고는 할 수 없지만. 바이든 후보가 새로운 대통령이 되면 국내외정책을 재구축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지요.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 정권 시기에 부통령을 한 분인데,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전략적인내'라는 명목으로 결국 북한과의 대화를 회피한 측면이 있다고 봐요. 그 노선을 답습한다면 북한 입장으로서는 3번 만나서 관계를 구축한 트럼프 대통령과 교섭하는 쪽이 쉽다고 생각을 합니다.
<기자> 북한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서 계속 긴장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상황은 다름이 없지요?
문성희 : 네, 그렇다고 봅니다. 북한 언론보도를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나 간부들은 마스크를 안 끼고 있지만, 마스크를 끼고 있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국내에서 방역사업을 강화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는 것을 보니까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김 위원장은 최근 정치국회의도 주재했는데요 어떤 논의가 있었던가요?
문성희 : 우선 코로나19전파를 막기 위한 사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부족점들을 지적하고 비상방역사업을 강력히 시행할 데 대한 문제들이 토의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방역부문에서의 자만과 방심, 무책임성과 완만성을 철저히 경계하고 북한식으로 방역대책을 강구해서 방역체계와 질서를 확고히 견지할 데 대하여 지적했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코로나19 대책이 만족스럽게 진전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에요. 구체적으로는 무엇을 뜻하고 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국경 봉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북한에서는 코로나19를 방지하기 위해 지금도 완전히 국경을 폐쇄하고 있는데요.
문성희 : 네,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 대사관 조차도 인원 교환을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유엔 관계자들은 아직 체류하고 있는 것 같지만, 대사관 관계자를 비롯해서 외교단들도 아직 북한에 못 들어가고 있는 상태이지요. 재일동포들도 올해는 북한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요.
<기자> 그렇지만 국경폐쇄가 지속되면 중국에서도 필요한 물자가 안 들어오는 사태가 계속되는 것이 아닌가요? 원자재 등이 중국을 통해서 많이 들어오는 것으로 아는데 북한 경제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가요?
문성희 : 네, 중요한 지적이라고 봅니다. 중국의 세관총서에 따르면 8월의 북중 무역 총액은 2천583만 달러인데, 이것은 지난달에 비해 65% 감소입니다. 북한에서의 수출은 약 20% 감소이지만 중국의 대북 수출액은 약 70%나 감소했어요. 5월부터는 사람 출입은 금지해도 물자는 들여오기 시작하고 있었던데.
<기자> 숫자만 보면 심각하네요? 그렇지만 5월부터는 회복하고 있었던데 다시 악화된 요인은 무엇인가요?
문성희 : 《아사히신문》 (2020년 10월 3일자)에 게재된 선양특파원 보도에 따르면, 7월에 "감염이 의심되는 탈북자"가 북한에 귀환했다고 북한이 공표한 뒤 다시 국경 폐쇄 조치가 강화되었다는 것이 한 가지 이유인 것 같아요. 물자 수입부터 좀 열자고 한 것이 다시 봉쇄가 강화된 것이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8월에 태풍으로 큰 수해가 있었던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기자> 좀 더 구체적으로 말 해 주시겠어요?
문성희 : 북한은 코로나19 감염대책도 있어서인지 수해 복구와 관련해서도 외부의 지원에 기대지 않고 있지요. 앞서 말씀드린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무역이 대폭 감소된 것은 "코로나 대책보다 폭우 피해 측면이 크다"는 것이에요. 그 기자가 듣기에는 대중 무역 창구인 신의주시 인근에서 물자 보관 창고가 물에 잠기거나 평양-신의주간 도로가 피해를 받고 있다는 것이에요. 저도 1996년에 수해지역을 취재했을 때 평양-개성간 고속도로에서 "공사중"이라는 표식을 자주 보았어요. 산사태가 나서 도로에 흙이 방치되고 있었기에 자동차는 거기를 피해서 달려야 했어요. 당시 북한 차량이 많지 않아 차선을 자유로이 넘어서 달릴 수 있었기 때문에 무사히 개성까지 갈 수 있었지만. 그리고 함몰된 부분도 적지 않게 있었어요. 물론 나중에 군인들이 복구를 하는데. 아마도 그런 상황이 이번에도 있었던 것이 아닐까 추측이 됩니다.
<기자> 그러니까 수해로 도로파손 등이 발생했고 이게 물자 유입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거네요?
문성희 : 그렇다고 봅니다.
<기자> 그런데 중국에서 물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북한 경제에 곧바로 영향을 주지 않겠나요? 과거 북한에 계실 때 실제 경험하거나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습니까?
문성희 : 북중 국경인 양강도(량강도) 등을 찾아가면,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쓸 수 있는 외화는 중국 위안화 뿐이었어요. 내화(북한 원)도 못 썼던 기억이 있어요. 그 만큼 지방 경제가 중국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1996년에 나진-선봉에 갔을 때 북중 국경인 남양(함경북도)에 갔어요. 다리를 건너면 중국의 도문(투먼)이에요. 당시에는 1주일에 한 번이었다고 생각을 하는데, 세관을 통해서 중국에서 물자를 실은 트럭이 들어왔어요. 그걸 기다리는 사람들이 다리 인근에 많이 모이고 있었던 기억이 있어요. 물론 공적인 무역관계를 맺고 들어오는 물건을 시장이나 상점, 공장 등에 가져가는 국가의 경제 부문이나 공장, 기업소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안에는 개인 장사로 거래를 하는 사람도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 당시에 그 분들에게 취재를 했으면 좋았다는 후회가 있어요. 물론 그런 취재를 하면 안내원한테 욕을 먹었을 것이지만. (웃음)
<기자> 그런 암거래가 일상적이었다는 것이지요?
문성희 : 마침 제가 남양에 갔을 때 그렇게 많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목격했을 뿐 그게 일상인 지 아닌지는 취재를 못했기 때문에 확답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2017년 9월 13일자《아사히신문》에 흥미로운 기사가 게재되었으니 약간 소개할까요? 기자가 양강도 출신 탈북자한테 취재해서 쓴 기사인데 북중 국경을 흐르는 압록강 근처 일대는 '밀수촌'이라고 불린답니다. 100세대 이상이 밀수에 종사하고 있었다고 해요. 중국측은 약초와 금속, 북한측은 금, 쌀, 휘발유 등을 요구했다는 것이에요.
<기자> 북중 무역 총액이 감소되고 북한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예상 속에 한국 공무원이 해상에서 피격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개 사과를 했는데요?
문성희 : 네, 북한 통일전선부는 9월 25일 청와대에 보낸 통지문에서 "김정은 동지는 가뜩이나 악성바이러스 병마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 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런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자> 김 위원장이 직접 "미안하다"고 한 실례를 찾아보기 힘든데요.
문성희 : 네, 저도 처음 들어봤어요. 물론 청와대습격사건이나 판문점 포플라 사건, '불바다 발언', 금강산 한국관광객 사망사건 등 여태까지 구두로 유감이나 사과의사를 표현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공개적인 통지문에서 최고지도자가 '사과'를 한 일은 기억이 없어요.
<기자> 김 위원장의 유례없는 공개 사과 배경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문성희 : 하나는 이것이 '김정은식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역시 남북관계를 완전히 파괴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도 있다고 봐요.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북한이 의존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중국과 한국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북일국교정상화가 실현되면 경제협력이라는 방식으로 돈이 들어올 수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갑자기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요. 이제까지도 북한은 결국 남측과 경협이 잘 될 때는 중국과의 경제 관계가 멀어지고 남북이 교착상태가 되면 중국에 접근하는 전략을 반복해왔습니다. 미국 대선 이후 남북관계가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고 봐요, 그 때를 내다본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만 지금 시신이 발견되지 않는 상태에서 한국 측에서도 대처가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