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북∙남북관계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남북협력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미 연구원이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 출신의 이 연구원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중국의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한국이 이를 잘 대처하고 협력 대상으로서 북한에 접근한다면 그동안 경색된 남북 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또 이 연구원은 북한을 바라보는 워싱턴 주류의 분위기가 매우 냉소적인 가운데 북한을 비핵화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교류를 통한 변화의 기회를 제공하는 노력도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을 역임한 박수진 미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원을 노정민 기자가 만났습니다.
미북 ∙ 남북관계 돌파구 쉽지 않은 것 체감
- 박수진 연구원님 .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 과거 한국 통일부에서 부대변인으로서 대북정책에 관여하시다가 미국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출범부터 지금까지 미국의 대북정책을 가까이에서 지켜봐 오셨습니다 . 현 상황에서 연구원님의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
[박수진 연구원] 말씀하신 대로 제가 미국 워싱턴에 온 때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였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정말 생각지 못했던 일들이 많이 일어났죠. 제가 처음 워싱턴에 왔을 때만 해도 ‘Maximum Pressure Engagement (최대압박과 개입)’라는 대북 정책하에 북한에 대해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입장을 매우 강력하게 표명했고요. 그런 와중에 북한이 ICBM 발사도 하고 핵실험도 해서 상황이 굉장히 안 좋았죠. 그랬다가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상황이 극적으로 반전되면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전개됐을 때 남북관계가 잘 되고 북한 문제가 잘 해결되길 바라는 입장에서 보면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서 비판을 많이 받기도 하지만, 한반도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출현은 다행이 아니었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전통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만나겠다고 했고, 실제로 역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이 이루어졌잖아요. 2차까지도 했고요. 그런 면에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여러 가지로 실무적인, 현실적인 여건들을 잘 고려하거나 준비하지 못해 지금은 교착상태에 놓여있는데 항상 말하는, ‘기회의 장’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 것 같아서 답답하고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 말씀하신 대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첫 미북 정상회담이 있었고 , 한국 정부도 중재 역할을 열심히 해 왔습니다 . 하지만 지금은 미북 , 남북관계 모두 교착 국면인데요 . 냉정한 평가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 또 미국과 한국의 대북 정책에서 차이점도 느끼고 계신지요 ?
[박수진 연구원] 차이점은 당연히 각국의 국익이 다르기 때문에 접근도 다를 수밖에 없는데요. 문제는 어떻게 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잘 협력하면서 북한과 앞으로 나아가는냐인데, 현재로서는 지금 여러 가지 나온 발언들이나 발표, 각국이 처한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 국내 문제들로 인해서 현실적으로 진전이 있기는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올해는 미국 대선이 있는 해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탄핵안이 기각되기는 했지만, 재선에 매우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이 특별한 도발 행위를 하지 않는 한, 소위 말하는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한 우선순위에서 많이 밀려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 말씀하신 대로 미북 관계 개선의 돌파구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이고 , 북한에 대한 관심도 떨어져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남북관계의 개선을 선언했습니다 . 앞으로 한국 정부가 어떤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
[박수진 연구원] 재작년, 작년까지만 해도 한국이 미북 회담, 대화 관여를 더 촉진한다는 목표로 양국이 직접 만나 대화하고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지금은 말씀하신 것처럼 교착국면에 있기 때문에 한국이 아니면 지금 나서서 무언가 동력을 마련할 의지나 여건이 되는 플레이어(player)가 없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한국이 나설 수밖에 없고, 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이 연초에 한국 국민의 개별 관광 허용과 관련해 언급했고, 통일부에서도 이와 관련해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지금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해서 중국뿐 아니라 북한도 매우 경계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고요. 국경까지 다 봉쇄한 상황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나올 수 있는 여건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 남북협력 계기 가능성
-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남북관계의 개선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미 간의 공조와 관련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 미국 내에서 , 한국에서도 한미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거든요 . 한미 간의 공조는 어떻게 조율될 것으로 보시나요 ?
[박수진 연구원] 제가 조금 전에도 기사를 보고 왔는데, 한미 워킹그룹이 지금 이 시각(2월 10일)에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지금 한국이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 특히 남북협력과 관련해 개별관광이나 철도∙도로 협력사업 등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에 관해 설명을 하고 협력을 추구하려 할 텐데요.
앞으로 결과를 봐야겠지만, 최근 있었던 주한 미국대사의 발언과 그 여파 등을 보았을 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이 부분을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꾸준히 지속해서 소통하고 설득하면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제재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운신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지금 남북관계도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 연구원님이 남북관계의 최전선에서 일해보셨던 경험에 비추어볼 때 , 한국 정부의 노력에 대해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 것으로 보십니까 ?
[박수진 연구원] 지금 상황은 북한이 한국을 쳐다보지도 않는 상황이죠. 지난해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지난 1년 동안 너무 노골적으로 한국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고, 한국을 배제하면서 한국의 역할을 축소 정도가 아니라, 한국과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는데요. 이 같은 상황에서 갑자기 북한이 덥석 손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보는데요. 물론 지금 당장은 진정이 되어야지 뭐라도 할 수 있는 상황이지요. 북한이 국경을 봉쇄했고 전혀 어떠한 대외활동을 하지 않고 있잖아요. 또 지금 중국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잘 대처하고, 협력의 대상으로서 접근할 수 있다면 (남북) 협력의 물꼬를 터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 봅니다.

워싱턴 , 대북 냉소적 판단 지배적 … 다른 시각은 소수 ∙ 비주류
- 한국에서 직접 대북정책 , 남북관계 등을 다루다가 미국에서 많은 정부 관리나 전문가들도 만나셨는데 , 미국에서 바라보는 한반도 시각을 어떻게 느끼셨는지요 ?
[박수진 연구원] 제가 미국에 와서 조금 놀란 부분은, 제가 한국에서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워싱턴에 와서 직접 이들과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워싱턴이 북한에 대해서 단순히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것을 떠나서 냉소적인 단계까지 오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미국 정부가 지난 25년 넘게 북한을 상대로 이런저런 시도를 했지만, 매번 결과적으로 진전이 없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제는 북한이 뭘 한다 해도, 북한과 뭘 한다는 것 자체에도 별다른 흥미나 기대도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거 같아요. 그것이 생각보다 너무 고착화 되어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습니다.
또 한 가지는 좀 기대를 해볼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북한의) 과거의 행적과 역사가 너무나 부정적이다 보니 시작도 하기 전에, 다수의 전문가나 정책 결정권에 있는 사람들이 회의적인 것에 참 큰 벽을 느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제 전문가들이 북한을 바라보는 것도 하나의 그 연구대상인 거죠.
그런데 이제 한국인의 입장에서, 이 분야에 애정을 두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이 인권유린, 세계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것, 도발 등 분명히 비판받을 만한 상황이 많지만, 비판은 하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에는 무엇이 있을까에 대한 절실함에 있어서는 한국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북 , 비핵화의 대상만이 아닌 교류 ∙ 개방의 기회로 봐야
- 현재 우드로윌슨센터에서 공공정책을 연구하고 계십니다 . 지금의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연구하고 계신 공공정책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
[박수진 연구원] 제가 처음에 미국 워싱턴의 왔을 때 제재 중심의 대북정책, ‘화염과 분노’라는 말도 나오면서 강경책이 매우 압도적이었는데, 상황이 급변해서 미북 정상회담까지 갔잖아요.
특히 지난 하노이 회담을 보면서 베트남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정말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는데, 당시 로버트 맥나마라 미 국방장관이 존 F. 케네디 정부와 린든 존슨 정부에서 장관을 하며 전쟁을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뒤 20년 후에 당시 베트남 협상 관료, 학자들과 만나 ‘베트남 전쟁이 왜, 어떻게 일어나게 됐고,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거든요. 그 과정에서 발견한 시사점을 정리한 것을 제가 접하게 됐는데, 지금 미국과 북한이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시점에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몇 가지만 말씀드리면, 쌍방은 결코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 그럼에도 전쟁에 휘말려 들어갔고, 전쟁이 오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평화협상을 시도했었다는 점, 그런데 각자 자신만의 이데올로기에 함몰되어서 다른 접근과 다른 제안에 매우 배타적이었기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다는 것이죠.
또 당시 미국과 베트남 모두 각자의 소통방식이 상대방이 이해할 수 없는 자기중심적인 방식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있었다는 시사점을 보면서, 역사를 통해 이를 답습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그 내용이 지금의 미북 관계와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끝으로 미국에서는 북한을 주로 비핵화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는데 , 이 밖에도 신경 쓰고 개선해나가야 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 공공정책의 개념에서 지금의 북한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
[박수진 연구원] 지금 워싱턴에서 북한에 대한 이미지와 관심은 오로지 북한의 비핵화, 핵 문제 해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가장 임박하고 중요한 것은 맞지만, 모든 관심이 그쪽으로만 가는 것이 과연 그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제가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비핵화를 위한 노력과 정책이 필요한 것과 동시에 북한을 다면적으로, 북한 사회를 좀 더 이해하고 바깥세상과 교류함으로써 정상적으로 바뀌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면에서 북한 정부를 향한 대북정책과 북한 주민에 대한 정책은 별도로 구분해서 수립하고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싶고요.
지금 미국인들은 북한을 여행할 수 없게 금지돼 있는데, 물론 이런 것도 필요한 부분일 수 있겠지만, 좀 더 융통성 있게 진행되어서 북한 사람들과 더 교류하고 북한 사람들이 외부 세상에 좀 더 노출될 기회들, 특히 비정치적 주제, 예를 들어 교육, 환경, 농업 등에 관심 있어 하는데 그런 교육을 제공할 수 있고, 젊은 엘리트층에는 이를 포함해 다각적으로 그 노력이 병행되어야 궁극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북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 네 .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지금까지 박수진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원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 고맙습니다 .
[박수진 연구원] 네.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