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같은 말을 쓰는 한민족이면서도 다른 체제 속에서 살아온 남과 북의 사람이 만나 서로 알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 '가려진 세계를 넘어.' 이 책은 탈북민 출신 영국 인권단체 '징검다리' 박지현 대표와 한국 외교관 가정에서 자란 채세린 작가가 공동 작업한 책으로, 북한 주민이 살갗으로 느낀 북한의 실상이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박지현 대표가 전하는 생생한 북한 이야기, 박수영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박지현 대표님, 먼저 책을 쓰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박지현] 제가 인권 (활동)을 하기 때문에 독일도 다녀오고 유럽 각 지방에 다닐 때마다 통일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 안에는 북한 주민도 없고 한국 국민도 없는 거예요. 통일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항상 다니면서 얘기했을 때 '북한 주민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면서도 저는 실질적으로 행동으로 옮긴 적이 없었잖아요. 이것이 제가 책을 쓰게 된 계기였어요. 그 해답을 찾아보고 싶었어요. 실제로 한국 사람과 북한 주민들은 함께 섞일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될 것인가, 안 될 것인가….
[기자] 이 책은 파리 공립 도서관에서 선정하는 문학 작품(Bibliotheque Orange selection 2020)에 뽑히기도 하고, 벨기에 브뤼셀 북페어(2020 Foire du Livre book fair)에도 초청받으신 거로 들었습니다. 어떤 점이 이 책의 장점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박지현] 한국의 '글마당'이라는 전문적으로 한국문학을 연구하는 블로그, 즉 인터넷 웹사이트가 있는데, 저희 글을 올려주면서 "지금까지 한국에 대한 문학책도 많이 나오고, 탈북자들이 다룬 북한에 대한 문학책도 많이 나왔는데 이 책을 특별하게 주목하게 된 이유는 한국 사람, 북한사람이 아닌 한국인이 서로 만났다는 것과 북한 사람, 남한 사람이라는 표제를 두지 않고 '우리는 한국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만나서 우리의 문화를 공유했다는 것"에 큰 장점으로 두고 평가하더라고요.
[기자] 남한과 북한, 비슷하면서도 정말 다른 곳이죠. 두 분께선 어떤 점을 서로 닮았다고 느끼셨는지 또 어떤 부분에서 차이점을 느끼셨는지, 더 나아가 각각 남한과 북한의 다른 환경 속에서 자라신 두 분이 어떻게 그 이질감을 극복했나요?
[박지현] 두 사람이 얘기하면서 공통점을 찾았던 것이 '정'이었어요. 따뜻한 마음. 옛날에는 북한에서도 명절 때가 되면 이웃집들끼리 명절 음식도 나눠주고 명절이 되면 서로 인사도 주고받고 하는 그런 마음이 있잖아요. 그 마음이 북한에서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많이 사라졌거든요. 그리고 중국에서 살면서도 느껴보지 못했고. 사실 영국에서도 외국인들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그런 마음을 못 느꼈다가 채 작가님을 만나면서 서로에게 있는 정이라는 마음을 보게 된 것이에요. 그런 마음에서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사소한 것이어도 그 그리움이 남아 있었던 것 같아요. 말하자면, 채 작가님이 저희 집에 오셨다가 가실 때 저희가 텃밭에 키우고 있는 부추를 가져다 드시라고 막 드렸거든요. 또 채 작가님이 저희 애들을 만날 때 선물도 주시고 옆에서 책도 읽어주시고. 사실 소소한 것인데요. 외국인들에게 느낄 수 없는 그런 한국인들만 가진 특유한 감정, 정이라는 것에 저희가 공통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차이점은 분단된 세계에서 살다 보니까, 저희 북한 사람들은 한 마디로 고립되어 살았잖아요. 사회 정보가 부족하고 바깥에서 돌아가는 체제에 대해 알지 못해요. 한국에 있는 분들처럼 각종 문화나 정치, 경제 이런 부분들을 접할 수 있는 사례가 없거든요. 이렇게 정보의 차이, 말하자면 배움의 차이가 있었지만, 사람과 사람이 같이 이야기를 공유하는 데는 그것이 큰 문제가 되진 않더라고요. 우리가 살아왔던 환경이 다르지만, 첫 번째로 같은 언어를 쓴다는 점이 있었어요. 다른 민족과는 달리 우리는 같은 언어를 쓰고 또 같이 김치를 좋아하고, 된장국을 좋아하는 그런 한국인이라는 거죠. 이런 부분이 저희를 가깝게 할 수 있는 (것이었어요). 비록 태어난 곳이 다르고, 배운 것도 다른 서로 다른 세계에서 자랐지만 이러한 우리들의 문화, 언어, 음식 이런 것이 우리를 가깝게 해주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고요.
[기자] 두 분이 각별한 사이시겠어요.
[박지현] 그렇죠. 책을 쓰시면서 채 작가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본인(채세린)이 책을 쓸 때는 본인의 마음에 제(박지현) 영혼이 들어가 있었다고. 비록 글은 본인이 쓰셨지만, 제가 그 안에서 같이 글을 썼다고 얘기하실 때 눈물이 핑 돌았어요.
[기자] 프랑스에서는 '두 한국인 여성(Deux Coréennes)'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죠. 혹시 프랑스 독자의 평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박지현] 가장 인상 깊었던 독자의 평가가 "가슴 아픈 책이었는데, 초라하지가 않았다" 이 말이더라고요. 이 말을 들었을 때 눈물 났어요. 많은 사람이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들었을 때 너무 (마음) 아파하고 그렇잖아요. 그런데 북한 주민들은 절대로 초라하고 불쌍한 주민들이 아니거든요. 그들은 오늘도, 지금, 이 순간도 독재정권과 맞서 싸우고 있잖아요. 오늘 하루를 살기 위해서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고 북한 정권이 반대하지만, 거기에 굴복하지 않고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서 살아가고 있는 이 모습을 제 책을 통해서 읽었다고 하니까 너무 감사했어요.
[기자] 한국 번역판에는 "가려진 두 세계를 넘어"라고 제목을 지으셨는데 혹시 어떻게 이 제목이 탄생하게 된 건가요? 또 그 의미가 무엇인가요?
[박지현] 출판사 분들이긴 하지만 독자이기도 하잖아요. 그분들이 책 제목을 정해주셨는데 제가 이 책 제목을 받았을 때 단번에 너무 좋다고 얘기를 드렸거든요. 북한이란 사회는 안개 속에 갇혀서 우리가 볼 수 없는 세계에요. 다른 곳들은 사람들이 여행하면서 볼 수 있지만, 북한이라는 곳은 지금 여행을 하지만 실제 북한은 안개 속에 갇혀서 어느 사람이나 가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 제목 자체가 '가려진 두 세계' 한국과 북한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잖아요. 서로 다른 곳, 서로 다른 두 도시. 이 책 제목을 통해서라도 한국 국민들이 '내가 모르는 또 다른 한국이 있구나' 이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책을 출간하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생각 혹은 느낌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책을 출간하고 생각이 바뀐 부분이 있으셨나요?
[박지현] 처음에 책을 출간하고 가장 두려웠던 게 '이 책을 읽고 독자들이 어떤 반응을 할까, 독자들에게 북한 주민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제대로 전달이 됐을까' 이게 가장 큰 고민이었거든요. 가장 그것이 두려웠는데. 책을 쓰고 난 후에 독자들의 서평도 보고, 독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북한 인권을 알리기 위해 내 목소리를 아끼지 말아야겠다, 계속 이야기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제가 프랑스에 갔을 때, 청각 장애인 분이 저희 책 출간회에 오셨어요. 사실은 보시지도 듣지도 못하는 분이셨어요. 귀도 잘 안 들려서 오디오 책으로 겨우 듣는 분이시거든요. 저희가 온다는 얘기를 듣고 꼭 참여하고 싶다고 하셔서 직접 오셨거든요. 그분을 보면서, 비록 눈으로 보지도 못하시지만 북한 주민들을 위해서 같이 목소리를 내주겠다고 나섰는데 실제 거기서 살았던 우리들이 침묵하고 주춤한다면 그분들에게 부끄럽잖아요. 그래서 이 책을 쓰면서 바뀌었던 생각이 "내 한 몸이 편하게 하자고 편하게 지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누리는 자유가 그 누군가가 누리지 못했던 그 자유고 행복의 한 부분"이잖아요. 그래서 먼저 가신 분들에게 죄스럽지 않고 미안한 삶을 살지 않기 위해서 계속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다시 (결심했어요).
[기자] 책에서 못다 한 얘기가 있다면 들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박지현] 저는 이제는 이 책을 읽는 독자분들에게 다음 이야기를 맡기고 싶어요. 왜냐면 저희가 출간을 한 다음에 뒷마무리를 하는 것은 독자분들이에요. 독자분들이 이 책을 읽고 소감을 전해주시고 독자분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 가에 따라서 북한 주민들 인권 상황이 어떻게 더 많이 알려질까 하는 것이거든요. 이틀 전에 탈북민분이 제 책을 다 읽었다고 소감을 보내주셨어요. 이분 같은 경우에는 저보다 더 고생을 많이 했죠. 두 번 강제 북송되고, 교화소에서 저보다 더 고통을 겪었고요. 40대에 뜻하지 않게 갱년기가 와서 너무 속상하고 아프고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 책을 읽고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야겠다"라는 생각을 가졌다면서 "너무 고맙다고, 힘내서 다시 일어나겠다"고 문자를 주더라고요. 저는 우리 북한 주민들에게도 얘기하고 싶어요 "본인 자신을 존경하고, 본인 자신이 제일 강하다고 믿으라"고. 또 북한 주민들은 제일 강한 분들이에요. 전 세계 가르침을 주고 있어요. 어떻게 독재 정권과 싸워서 살아남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이 세상의 영웅들인 거에요.
[기자] 채세린 작가와 박지현 대표께서 만나셨던 것처럼 남한에서 자란 사람과 북한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만나게 될 기회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박지현] 서로가 갖고 있는 선입견을 없애면 우리는 자유로운 만남이 될 것 같아요. 남과 북이라는 그 선입견을 없애야 해요. '나는 남한에서 태어났고, 당신은 북에서 태어났다'를 그대로 인식하고 있으면 우리는 절대로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없거든요.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 사는, 같은 언어를 쓰고 있는 한국 국민이다'라고 생각하시면 되는 거예요. 감옥 문은 안이 아닌 밖에서 열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통일의 작은 마음들이 바깥에서부터 안으로 들어가도록 노력할 거에요.
[기자] 네,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려진 세계를 넘어" 공동저자인 북한 인권단체 '징검다리' 박지현 대표와 함께했습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