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개인 식당 운영이 전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른 도시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시행됐을 가능성이 큰데요.
이는 비사회주의 문화에 대한 단속과 함께 손님을 빼앗긴 국영식당의 매출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됩니다.
이번 조치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지만, 하루아침에 생계 수단을 빼앗긴 북한 주민과 당국 간 갈등도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 함북 회령시, 지난 11일부터 개인 식당 운영 전면 중단
- '비사회주의에 대한 단속', '국영식당의 매출 보장' 의도
- 국가가 운영하는 국영식당, 상대적으로 저렴한 개인 식당에 손님 빼앗겨
- 경제개선 강조하지만, 사회주의에 대한 양보는 없어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 지난 10월 11일부터 개인 식당의 운영이 전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령시에서 북한 주민이 자신의 집이나 창고를 개조해 다양한 먹거리의 식당을 운영하는데, 지난 11일부터 보안원이 식당마다 돌면서 영업을 중단할 것을 통보했다고 일본의 '아시아프레스'가 3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개인 식당에 대한 단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양강도에서도 지난 3월, 비사회주의 행위에 대한 단속을 이유로 시장 주변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을 폐쇄한 바 있습니다.
당시 남북관계가 진전되면서 한국과 자본주의 문화의 영향으로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질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회령시에서 개인 식당 운영을 단속한 이유에 대해 '비사회주의에 대한 단속'과 '국영식당의 매출 보장' 등 두 가지로 분석합니다.
[이시마루 지로] 첫째로 개인 식당은 북한 당국의 허가 없이 운영하는 형태니까 사회주의 제도에서 볼 때 생산수단의 사유화가 됩니다. 북한 당국이 계속 경계해야 하는 경제활동입니다. 둘째로 북한에서 공식적인 식당은 기관, 기업소 산하에 당국의 허락을 받고 운영합니다. 국영식당은 당연히 개인 식당과 경쟁 관계가 됩니다. 개인 식당이 잘 되면 국영식당의 손님이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까 당국의 식당 운영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개인 식당을 견제하고 탄압하는 배경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제로 회령시에서 장사가 잘되는 국수집의 경우 하루에 중국 돈으로 200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는 것이 '아시아프레스'의 설명입니다.
반면, 인민위원회 산하 상업관리소와 무역국 등 국가기관 소속의 식당이 많이 운영되고 있지만, 가격이 비싸 일반 주민의 발길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개인 식당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식당 운영 금지 조치는 아무리 소규모라고 해도 사회주의 체제의 위협이 되는 개인 상행위를 억제하고 국가 기관의 이권을 보호하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으로 풀이됩니다.
[이시마루 지로] 김정은 정권은 현 단계에서 경제발전과 인민 생활의 향상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 경제 활동이나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 정권에서 통제가 가능한 범위에서만 하라는 의미겠죠. 개인이 생산수단을 사유화하는 것은 지금 단계에서 허용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사회주의 간판 자체가 흔들리니까요. 개인 소유는 있을 수 없고, 사회주의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를 이번 단속에서 엿볼 수 있다고 봅니다.

- 경제적 합리성 내세우지만, 허용 범위와 한계 있어
- 경제 부문에서 자유 확대될수록, 정치적 단속과 통제는 강화
- 북한이 경제발전 원한다면 민간부문 역할 확대해야
- 생계 수단 잃은 주민 불만 확산, 당국과 갈등 더 커질 듯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국장은 개인 식당의 운영 중단 조치가 사실이라면 북한의 경제 개선 의지와 가능성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경제개선과 인민 생활의 향상을 바란다면 국영기업보다 민간부문의 발전을 더 도모해야 한다는 겁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이 조치(개인 식당 운영 중단)가 사실이라면 시장을 기반으로 한 북한의 개혁 가능성에 있어 긍정적인 모습은 아닙니다. 우리가 북한에 기대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기준에 맞는 진전인데, 북한이 민간 기업(개인 식당)을 없애는 것은 과연 북한의 경제 개혁이 실현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합니다. 또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북한이 국가 기관이 아닌 민간 부문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확실성을 창출해가는 모습입니다.
또 스탠가론 선임국장은 중국의 경제발전 역사를 예로 들면서 중국이 민간부문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했을 때 경제가 도약할 수 있었다며 경제발전을 원하는 북한이 국영기업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잘못된 방향과 선택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러시아 출신 한반도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도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의 단속과 통제의 강화는 개혁개방보다 체제 안정을 우선시하는 김정은 정권의 기본전략이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란코프 교수] 북한 정부는 경제 부문에서 사실상 시장경제, 자본주의 경제를 도입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제 변화는 위험한 지식과 사상의 확산을 가져올 것입니다. 이 같은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 정부는 경제 부문에서 더 많은 자유를 제공할 경우, 정치부문에서 주민에 대한 단속과 통제를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식당 운영 중단 조치는 회령시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시행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사회주의에 대한 통제를 이유로 개인의 경제활동에 대한 상부의 지침이 있었을 것이란 게 이시마루 대표의 관측입니다.
또 이번 조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당장 식당 문을 닫은 북한 주민이 적지 않은 경제적 타격을 입었고, 이 때문에 개인과 북한 당국 사이의 갈등이 더 커짐은 물론 뇌물과 부정부패도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