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소형 전술핵 실험땐 한미 안보에 더 위협적”

0:00 / 0:00

앵커 : 북한의 7번째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분석 속에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번 핵실험의 위력이 6차 때에 미치지 못하겠지만, 실제 전장에서 사용될 수 있는 소형화된 전술 핵무기 실험일 가능성이 있어 더 위협적이라고 진단합니다.

소형 전술핵무기는 실전 사용에 더 용이하고, 북한이 가진 재래식 전력의 열세를 상쇄할 수 있고, 방어가 더 까다로워지기에 더 위협적일 수 있다는 겁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북, 이르면 이달 중 핵실험 준비 완료” (미국 국무부, 5월 6일)

“북한 전술핵무기 실험 충분” (MBC 뉴스, 5월 2일)

북한의 7차 핵실험 관련 보고서와 예측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달 중으로 북한의 핵실험 준비가 완료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직 핵실험을 한 번도 진행하지 않은 풍계리 핵실험장의 3번 갱도가 향후 핵실험에 사용될 경우, 지형과 설계 등을 바탕으로 3번 갱도가 견딜 수 있는 폭발 규모는 약 50kt(킬로톤)과 120kt. (' 38노스' 보고서)

이는 6차 핵실험 때의 위력 250kt에 못 미치지만, 소형 전술핵무기 실험에는 충분합니다.

6차 핵실험의 위력에 못 미침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왜 위협적일까.

폭발력이 큰 전략핵보다 피해 범위가 제한적인 전술핵이 실제 전쟁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더 커지기에 위협적이라고 양욱 한국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1일) 분석합니다.

[양욱]핵실험 성격 자체가 핵탄두의 위력이 강하다고 해서 무조건 더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적절한 파괴력을 갖춘 전술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해서 대한민국을 공격하게 될 경우, 우리 군과 주한미군은 굉장히 커다란 피해를 입을 수 있고요. 되려 파괴력이 제한되기 때문에 오히려 사용 가능성이 커지는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것, 그리고 그 핵심인 전술핵탄두의 실험이 바로 7차 핵실험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겁니다.

6차 핵실험까지 단계적으로 폭발력이 낮은 핵탄두부터 폭발력이 높은 수소 폭탄급까지 핵실험을 진행한 북한.

7차 핵실험은 지금까지 개발했던 기술을 실제 운영이 가능한 수준인지 알아보는 실험이기에 위협적이라고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11일) 평가합니다.

[신승기] 7차부터는 지금까지 개발했던 기술들을 실제적으로 운용이 가능한 수준인지, 그리고 북한이 계속해서 언급했던 소형화, 경량화를 통해서 전술급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제대로 접목이 돼서 핵탄두가 북한이 기대하고 목표하는 수준의 폭발력을 가지고 있는지 (보는 실험일 겁니다). 실전에서 사용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실제 한국과 미국 입장에서 폭발력의 크기 여부에 상관없이 부담, 위협적인 실험이 될 수 있습니다.

사진 1.jpg
북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 사진 설명: 북한의 대외홍보용 월간 화보 '조선'이 2022년 별호를 통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을 기념하는 열병식 사진을 특집 화보기사로 실었다./연합 (박도성/YNA)

북한이 추구하는 ‘소형’ ‘전술핵무기’는 무엇을 의미할까.

먼저 소형화 기술 . 미 정보당국과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올해 핵탄두 소형화 기술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북한 당국이 계속 추구하고 있는 소형화 기술. 한반도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이유로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북한에게 중요하다고 평가합니다.

  1. 더 작아진 핵무기, 실전 사용 용이

최근 북한의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핵을 개발하고 선제타격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는 북한 당국.

때문에 억제용이 아닌 실전 사용에 용이한 소형화, 경량화된 핵탄두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신 연구위원은 말합니다.

[신승기]핵을 소형화하면서 북한이 판단했을 때 체제보장뿐만이 아닌 자신들의 이익을 확보하고 지키는 차원에서 언제든지 유연하게 개발을 한 핵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요. 그러면 기존의 전략급핵탄두가 폭발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실제 전장에서 사용하기에는 부담되는 (측면이 있거든요). 그래서 억제용이 아니고,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폭발력이 제한되고 조절할 수 있는 핵탄두가 필요하다는 거죠.

  1. 재래식 전력 열세 보완

두 번째로 북한의 재래식 전력 열세를 보완하고 상쇄하기 위해 전술핵을 실전 전력으로 만들기 위함이라고 황일도 한국 외교안보연구소 조교수는 (11일) 분석합니다.

[황일도]상대가 우리보다 재래식 전력이 훨씬 더 우세한 경우, 그리고 이 상대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경우에는 해당 국가는 핵무기를 실전 전력, 즉 전술핵으로 만들어 상대의 재래식 우세를 상쇄하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싶어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자신들이(북한) 재래식 전력에서 열세기 때문에 그 열세를 만회하려면 전술핵무기를 실전에 써먹을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어서 그것을 보충하려고 하는 겁니다.

  1. 소형화된 핵탄두, 방어 힘들어

북한이 지금까지 만든 대륙형탄도미사일은 모두 탄두가 하나였지만, 이 단일 탄두의 경우 미국이 보유한 미사일 방어 기술로 충분히 요격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다탄두를 개발하고, 핵탄두를 소형화한다면 방어가 상당히 까다로워지고 결국엔 미국도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게 양욱 부연구위원의 지적입니다.

[양욱]만약에 다탄두를 개발하고, 다탄두에 MARV(기동식 재진입체)를 채용할 경우에는 방어가 상당히 까다로워지고, 결국 미국도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는 거죠. 북핵이라는 커다란 서사가 결국 미국과 대결 구도를 완성시키고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정도의 핵 능력까지 가져간다고 하기 위해서는 이런 기동성 다탄두를 확보하는 게 궁극적 목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에 신경을 쓰는 이유도, 장기적으로 이런 ICBM(대륙형탄도미사일)의 요격 회피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접근이라고 볼 수 있고요. 여기에 핵을 탑재하려고 하면, 정말 작아져야 합니다.

다음으로 전술핵무기 . 전술핵무기와 전략형무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핵 사용의 용도입니다.

전략형 핵무기는 상대가 핵으로 공격해오면 그에 상응하는 피해를 입히는 방식으로, 흔히 ‘보복용’으로 사용됩니다.

따라서 상대의 수도, 인구 밀집 지역, 경제 집중 시설 같은 가치가 높은 표적을 상대로 사용하는 핵무기인 반면, 전술핵무기는 상대의 군사 시설이나 군부대 혹은 무기체계 같은 특정한 표적에 사용되는 핵무기입니다.

따라서 전술적으로 전장에서 상대의 전력을 무너뜨리기 위해 사용되는 매우 구체적이고 분명한 목표를 가진 핵무기라고 황일도 조교수는 설명합니다.

[황일도]고위력 핵무기와 전략핵무기는 억제와 보복 응징을 기본 논리를 깔고 있는 무기체계라면, 전술핵무기는 실제 전장에서, 심지어 재래식 전쟁의 와중에도 상대의 재래식 우세를 무너뜨리기 위해 전장에서 핵을 실전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 핵 사용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사진 2.jpg
북한, '4연장 초대형 방사포' 실전 배치 주장 북한이 2019년 11월에 시험발사한 4연장 초대형 방사포를 실전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26일 공개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에서 "2019년 11월에 진행한 연발시험사격을 통하여 무기체계의 군사기술적 우월성과 믿음성이 확고히 보장된 초대형 방사포는 조선인민군 부대들에 인도되어 지상 군사작전의 주역을 맡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은 조선인민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초대형 방사포(위)와 2019년 11월에 시험발사한 초대형 방사포 모습./연합 (나기성/YNA)

7차 핵실험 전술핵 위력은?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가 견딜 수 있는 폭발 규모는 최대 120kt.

이 위력은 얼마나 되는 걸까. 신 연구위원은 국가에 따라 관점이 다를 수 있다고 내다봅니다.

한반도같이 땅이 작은 나라에는 10kt만 되어도 큰 위력을 가질 수 있는 반면, 미국처럼 큰 나라일 경우 같은 위력도 다른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신승기]기본적으로 전술급 핵탄두의 위력은 100kt 전후로 볼 수 있는데요. 땅이 큰 나라 같은 경우, 100kt 정도 되면 전술급이고 1mt 정도가 되면 전략급으로 볼 수 있는데요. 크기가 작은 나라에서는 그것 보다 훨씬 작은 것들이 전략급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으로 쏜다면 또 다른 문제겠지만, 한반도 내에서는 폭발력이 10~20kt 정도만 하더라도 굉장히 영향력이 큽니다.

양욱 부연구위원도 파괴력이 크면 클수록 부수 피해 혹은 오염이 될 수 있기에 파괴력을 제한해 전술형 핵무기를 개발할 걸로 전망합니다.

[양욱]파괴력이 되려 크면 되레 (전쟁 시) 북한군 자체에도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점령하고자 하는 지역에까지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파괴력이 너무 강하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닙니다. 낙진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원하는 목표만 타격할 수 있어야지 훨씬 더 위협적이 되는 거에요. 보통, 5kt 이하면 낙진이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정도의 저위력 핵폭탄을 개발해서 우리 공군기지만 노려서 제거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갈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죠.

한반도 전문가들은 현재 풍계리 3번 갱도의 특징 때문에 전술핵실험의 가능성이 커졌지만, 아직 어느 방향으로든 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합니다.

[황일도]사실 8차 당대회 때 북한이 전술핵 이야기도 했지만, 초대형핵탄두 이야기도 했기 때문에 그것만 놓고 보면 사실 어느 방향으로든 갈 수 있는 상황이긴 합니다.

결국, 전략핵이든 전술핵이든 북한이 의도하는 이루는 목적이기에 한국과 미국에 위협이 되는 건 변함이 없다고 신 연구위원은 말합니다.

[신승기]폭발력이 크다면 '북한의 전략급 핵전력이 핵폭탄의 세기가 더 커졌다'라고 볼 수 있고, 폭발력이 낮으면 '아, 이거는 북한이 소형화 경량화된 핵탄두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구나'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폭발력이 크게 나오든 적게 나오든 아마 북한이 의도하는 바를 이루는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거고, 거기에 대해서 어떤 방식이든 어떤 폭발력이든 우리와 미국에 위협이 되는 건 변함이 없습니다.

사진 3.jpg
2022년 4월 25일, 김정은(가운데) 총비서가 평양에서 열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모습. /AFP (STR/AFP)

핵실험 시기는 ?

핵실험 시기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시기, 즉 5월 20일 전후가 될 거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단언하기 이르다고 말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시기에 핵실험을 하기엔, 북한에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겁니다.

[양욱]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시기에 핵실험을 했다고 하면, 미국은 이것을 위협으로 판단할 수 있고, 자칫 잘못하면 북한 자체가 이 때문에 굉장히 곤란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입장에서는 함부로 접근하면 큰일 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그 시기에 미국이 위협을 느끼지 않게끔 하는 방향으로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신 연구위원은 북한의 7차 핵실험 시기에 따라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엿볼 수 있다고 해석합니다.

[신승기]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하기 전이나 방한하는 시점에 핵실험을 한다면 미국과 협상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해석할 수 있고, '강 대 강'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의미가 될 수 있고요. 만약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회담을 통해서 북한이 원하는 수준, 북한과 협력을 조금 더 모색하겠다고 간다면 그 이후에 핵실험을 하더라도 너무 지나치지 않는 크기로 진행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때문에 한미 간 회담의 결과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고, 거기에 반영돼서 향후에 핵실험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처음으로 코로나 확진을 인정하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틀 만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북한 당국. 핵실험 시기가 머지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핵실험을 강행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