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글 전 미 하원의원 “한국전 참전 가슴 뿌듯해 ”
2022.07.03
앵커: 미국내 대표적 친한파 정치인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찰스 랭글 전 연방하원 의원(민주당∙뉴욕).
그는 20살의 어린 나이에 참전한 한국 전쟁에서 총상을 입었지만, 한국의 민주주의 재건에 작은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가슴 뿌듯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현 우크라이나 사태가 동아시아, 그리고 한반도에까지 위협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천소람 기자가 46년간 하원 의원으로 재직하며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랭글 전 의원으로부터 그가 기억하는 6.25 전쟁과 현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해 들어봤습니다.
“한국으로 향할 때 전쟁인 줄 몰랐다”
[기자] 안녕하세요, 랭글 의원님. 올 해로 한국전쟁 72주년을 맞았습니다. 의원님에게 6월 25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찰스 랭글] (1950년 6월 25일은) 내가 20살이 됐고 미군 육군에 입대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입니다. 나는 워싱턴 주 제2보병사단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당시 트루먼 대통령으로부터 ‘워싱턴 주 포트 루이스를 떠나 군함을 타고 한국에 가서 사회주의 북한의 침략을 멈추라’고 명령받았습니다. 우리는 짐을 싸서 출발했죠. 북한이 (전쟁에서) 우세를 차지하고 있어 우리가 한국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결국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기자] 오랜 기간이 흘렀지만, 그 당시 상황이 생생할 것 같습니다. 전쟁 당시 상황을 조금 더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찰스 랭글] 저는 당시 20살이었습니다. 내가 전쟁에 대해 아는 유일한 지식은 2차 세계대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전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전쟁인지 상상하지 못했죠. 배에서 ‘남한에 엄청난 사상자가 생겼다’는 정보를 듣기 전까지…. 우리가 트럭을 타고 최전선으로 가서야 미국 군복을 입은 채 쌓여있는 미군 시신들을 봤습니다. 그들을 후방으로 운송했죠. 나는 그때야 우리가 전쟁 중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북한은 미국이나 유엔이 개입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겠죠. 인천에서 맥아더 장군의 (상륙) 작전이 있었고 우리는 빠르게 전진했습니다. 9월, 중공군이 개입하기 전 북중 국경에 유엔군이 투입됐죠. 1950년 11월, 수 만명의 중공군이 유엔군 전체를 포위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총을 맞아 부상을 당했습니다. 우리는 당시 대규모 부상을 당했으며 많은 동료들이 포로로 붙잡혔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동아시아 안보 위협
[기자]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어떤 기분이셨는지요?
[찰스 랭글] 나는 한국에 대해 우려하지 않았던 것처럼 우크라이나도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북한, 러시아와 같은 위험한 전쟁무기를 가지고 있는 국가가 한 나라를 침공할 수 있다는 것은 전 세계가 우려해야 할 일입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중국은 대만을, 그리고 북한이 한국을 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죠. 러시아가 침공이라는 계획을 실행에 옮길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그들은 침공을 했고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은 많은 희생자를 불러왔습니다. 지금 전쟁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지요?
[찰스 랭글] (우크라이나는) 유럽과 미국이 그들을 지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러시아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데 얼마나 오랫동안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우크라이나인들이 더 많은 기술과 무기 지원을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G7 국가들은 지난 며칠 동안 함께 모여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고 말했죠. 그러나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지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죠. 북한은 남한을 침략하고 정복하려 할 것이고, 중국은 대만을 침략하여 정복하려 할 것입니다. 전세계는 이러한 유형의 침공을 막기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중국, 북한 지원 멈춰야”
[기자] 그동안 남북 분단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고, 여전히 갈등과 전쟁은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제2의 한국전쟁을 막기 위해선 어떤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찰스 랭글] 미국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죠. 하지만 북한은 계속해서 한국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중단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면 한국은 문제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중국은 아시아의 강대국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북한을 직접 지원하고 있죠. 우리는 (만약의 사태에 대해) 모두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아무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고, 1950년 북한이 남한을 침공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잖아요.
[기자] 젊은 세대에게 전쟁의 비극을 어떻게 알려주고 싶으신지요?
[찰스 랭글] 지난 100년 동안 사람들은 (전세계적) 평화적 협력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불행히도 위험한 전쟁 무기의 영향력이 커지며 위협이 되고 있죠. 따라서 우리는 모두 더 적극적이어야 하고, 위협이 단지 지역적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이라는 걸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의 삶이 국제적 분쟁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이해해야만 합니다.
“한국 민주주의 재건에 작은 역할을 해 기뻐”
[기자] 과거 한반도의 통일을 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지금 북한은 미국, 한국과 대화를 계속 거부하고 있고 계속 도발을 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찰스 랭글] 북한은 현재 스스로 자국민을 먹여 살리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전쟁 무기를 유지할 여력이 없습니다. 중국의 경제적 지원을 받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북한의 위협과 잔학행위를 멈추기 위해서는 외부, 특히 중국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한국 전쟁은 의원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찰스 랭글] 처음 한국에 갔을 때, 한국이 어디인지 전혀 몰랐습니다. 나는 한국과 북한의 정치에 조금도 관심이 없었어요. 내가 떠날 때, 한국의 경제는 바닥을 찍고 있었습니다. 건물은 낮았고, 나는 다시는 그 지옥 같은 곳에 돌아가지 않기를 바라고 기도했습니다. 그 이후로 나는 한국을 다시 방문했고, 민주주의의 재건과 경제 호황을 목격했습니다. 나는 한국이 어떻게 미국의 훌륭한 무역 상대이자 친구가 되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을 공산주의의 침략으로부터 막은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나는 총에 맞았고, 부상을 당해 집으로 돌아왔지만, 훈장을 받았습니다. 한국을 자유국가로 만들고 나의 조국, 미국의 친구로 만드는 데 작은 역할을 하게 돼 정말 기쁩니다.
[기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6.25 참전용사 찰스 랭글 전 미 연방 하원의원의 한국 전쟁 참전 이야기, 그리고 현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