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국내상황 악화로 내부결속 위한 도발 필요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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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반도 톺아보기'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한국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주장해온 '동시행동' 존중한 결과

<기자>한국이 중국과도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최근 (8월24일)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가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이를 소개했다고 밝힌 건데요. 이명박 정부 당시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북한의 경제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과거 '비핵·개방·3000' 정책과 담대한 구상은 어떻게 다른지부터 짚어주시죠.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우선,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5월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담대한 계획'이라고 말했는데 8∙15 광복절 연설에서는 '담대한 구상'으로 표현이 바뀌었습니다. 한국 이화여자대학교 박원곤 교수에 따르면, 이는 경제나 안전보장, 외교 등을 종합적으로 생각해 (비핵화 타결 여부와) 무관하게 대응하는 전략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보도된 바와 같이 과거 '비핵·개방·3000'은 북한의 핵 포기와 경제 개혁을 전제 조건으로 정했는데,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비핵화에 착수하면 바로 한국도 인도적 지원 등 행동을 시작하겠다는 겁니다. 북한이 늘 주장하고 있는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존중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와 이에 대한 보상 조치를 연계시키려고 한다는 점에서 담대한 구상은'비핵·개방·3000'과 비슷한 정책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핵 포기와 대북지원 따로 생각해야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곧이어 노동신문 담화를 통해 담대한 구상을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맹렬히 비판한 바 있죠.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이토록 강력히 거부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 북한은 핵실험을 준비해왔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포기한 것이 아니고 시기를 살피고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요. 북한은 먼저 군사적으로 도발하고 협상할 수 있는 입장으로 최대한 올라간 후에 미국과 협상을 시작하려는 노림수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지금은 전혀 협상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담대한 구상도 바로 부정했다고 보고 있고요. 물론 북한이 핵실험을 한 후에 협상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바로 핵을 포기할 생각은 없겠죠. 김정은 총비서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핵무기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담대한 구상의 가장 큰 문제는 비핵화와 상호 조치를 연관시키는 부분입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한국도 북한을 지원하겠다'는 수단은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원곤 교수도 "핵 포기와 대북 지원은 따로 생각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북한 상황이 쉽지 않습니다. 한국 정부도 북한의 어려운 상황을 생각한 결과 북한이 앞으로 대화에 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면서 이러한 정책을 발표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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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권수립 74주년 경축행사 참가자들 평양 도착 북한 정권수립 74주년(9·9절)을 맞이해 경축행사 참가자들이 평양에 도착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다. 북한 주민들이 손을 흔들며 환영하고 있다./연합 (권오균/YNA)

, 외부 식량지원 요청… 현재 상황 매우 어려워

<기자> 북한이 지난 6월 5일 이후로 미사일 발사를 자제하다가 최근 (8월 18일) 순항 미사일 2발을 발사하며 도발을 재개했는데요. 어떤 이유라고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 흥미로운 것은 북한이 4월에 미사일을 발사한 후 6월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까지는 발사 사실을 공표한 바 없었습니다. 그런데 8월 18일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에서 이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먼저, 그 이유는 신종 코로나비루스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5월 12일에 코로나비루스 환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는데, 4월 말부터 코로나 유행이 시작됐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 시기부터 미사일 발사를 공표하지 않아 왔습니다. 아마 신종 코로나비루스 유행으로 민심이 악화하는 상황 속에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하면 주민들의 반발이 일어나지 않을까를 우려한 결과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이는 역으로 보면 '북한이 무력 도발을 할 상황이 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고요. 자유아시아방송도 보도했지만, 북한은 최근 인도에 식량 지원을 요청하는 등 국내 사정이 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국내를 결속, 단결시키기 위해서 무력 도발이 필요했고 신종 코로나비루스 유행 종식을 선언해야 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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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holds theThird Enlarged Meeting of Eighth Central Military Commission of the Workers' Party of Korea (WPK) in Pyongyang 6월 24일 평양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제8차 중앙군사위원회 제3차 확대회의 중 김정은 총비서의 모습. /Reuters (KCNA/via REUTERS)

순항미사일→단거리미사일→중거리미사일→ ICBM→핵실험 단계 밟을듯

<기자> 북한이 당분간 군사 도발을 지속하리라 전망하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 그렇습니다. 북한은 8월 초에 코로나 유행이 끝났다고 발표한 후 미사일을 발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순항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낮은 단계의 (도발)이고 이는 단지 시작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여러 곳에서 여러 가지 종류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징후가 파악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은 올해 1월부터 2월에 걸쳐서 여러 가지 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습니다. 이는 다양한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후에 핵실험 하려는 전략이었다고 저는 보고 있었는데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이 전략이 코로나비루스 때문에 일시적으로 중단됐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 국내 사정은 무력 도발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정도로 악화하고 있어서 무리하게 코로나 대유행이 끝났다고 발표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고요. 그리고 지금 한미 공동군사훈련도 끝났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군사도발을 감행해도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은 앞으로 순항 미사일 발사한 후에 단거리 미사일, 중거리 미사일, 그리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발사하고 그 후에 핵실험 하리라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우리가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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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태평양 국장 (가운데),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왼쪽), 김건 한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이 도쿄 외무성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P (KAZUHIRO NOGI/AFP)

한미일 안보당국자 협의는 한국정부가 북 핵실험 대응 논의위해 요청

<기자> 김성한 한국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9월1일)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 경우 지금까지와는 대응이 확실하게 다를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이어 7일 도쿄에서 한미일 3국 북핵수석대표 협의도 진행됐습니다. 과거 북한은 이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는데, 이번에는 어떠하리라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 말씀하신 대로 하와이에서 한미일 안전보장 당국자 협의가 진행됐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한국 정부가 먼저 북한 핵실험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기 위해서 미국에 협의할 것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이에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한국을 방문할 시간적인 여유는 없지만, 한미일 협력은 필요하다"고 반응했기 때문에 하와이에서 한미일 협의도 하고 그사이에 한미 협의도 했다고 합니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 등 여러 가지 대책을 협의했다고 저는 듣고 있고요. 말씀드렸다시피, 북한은 무력 도발을 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국내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북한은 앞으로 미사일 발사로 군사적으로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지금 당장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바로 북한이 군사 도발을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