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약 매개’ 북·러 밀착 얼마나 갈까?

워싱턴-박수영 parkg@rfa.org
20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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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약 매개’ 북·러 밀착 얼마나 갈까? 2019년 4월 26일 김정은 총비서(오른쪽 가운데)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헌화식에 앞서 의장대 장교와 악수하고 있다.
/AP

앵커: 러시아가 북한에게서 탄약을 구매하려 했다는 정황이 포착되는 등 러시아와 북한 간 협력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점차 뚜렷해지고 있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와 중국, 러시아 사이의 갈등이 북한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박수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러 밀착 속 북한 경제 관계 다극화꿈 실현할 수 있을까

 

[팻 라이더] (미국은) 러시아가 북한에 탄약 구매를 요청하기 위해 접촉했다는 징후를 가지고 있습니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최근 (6) 우크라이나전쟁으로 군수물자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와 북한 간 협력 가능성에 힘을 실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의 이상숙 연구교수는 (7) 러시아가 사실상 대북제재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인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군수물자 확보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미 러시아 역시 국제사회로부터 광범위한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이처럼 판단했으리라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도 대북제재와 관련해 같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상숙] 중국은 경제 제재는 아니지만, 미국 내 유럽연합 국가들로부터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가 주도하는 경제 제재를 강력히 준수할 동기부여가 되지 않고, 오히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경제협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의 구멍이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서 더 커지고 있고, 앞으로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대북 제재 효력도 떨어질 수 있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앞서 (6 22)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브릭스(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 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 등 신흥경제 5개국) 경제 토론회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서방의 제재망을 허물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브릭스 회원국들과 함께 신뢰할 만한 대안적 국제결제체계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금융정보전달시스템’은 브릭스 회원국 은행과 연동될 수 있고, (러시아 최대 결제시스템인) ‘미르’(MIR)는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북한 역시 지난 7월 초 외무성 국장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옳은 분석을 내놨다며 러시아 등과 연대할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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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Reuters

 

반면 북한과 러시아 간 밀착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 간 장기적 협력 가능성’대북 제재 무용지물설을 일축했습니다.

 

[조한범] 강요된 협력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니까 경쟁 수요와 공급 경쟁 체제라고 하는 데서 경쟁력을 갖춘 관계가 아니고 긴급한 상황에서 서로 숨통을 틔워주는 정도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성과는 있을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북러 협력은 사실 지속 가능하지 않죠.

 

그는 경제가 그물망처럼 연결되어있는 현대 사회에서 북한이 제재망을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으리라 내다봤습니다.

 

[조한범] (과거 냉전 시대와 같은) 신냉전 구조는 형성이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냉전 체제는 블록 경제 즉, 자본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이 각자의 경제체제 공급망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그때는 상호 교류 없이도 양대 진영이 살 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글로벌 가치사슬 (GVC, 글로벌 밸류체인)으로 모두 연결돼 있어요. 중국도 러시아도 글로벌 밸류체인에 연결돼 있고 브릭스 역시 마찬가지거든요.

 

북한 외무성이 (87) 주장한 브릭스를 통한 국제경제 관계 다극화는 여전히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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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2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화상통화를 통해 가상 형식으로 열리는 14차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해 건배를 하고 있다. /AFP

 

브릭스(BRICS)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 어디까지인가?

 

다만 북한 경제 전문가인 트로이 스탠가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은 (6) 브릭스 국가들이 북한과 상호 경제 협력에 나설 가능성은 작지만, 러시아가 브릭스를 확장해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를 무너뜨리려 할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브릭스의 확장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 중 세계적인 규율을 회피하는 방법을 구축하기 위해 브릭스를 활용하려 할지 의심스럽습니다.

 

이 경우에도 대북제재로 브릭스가 북한의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하리라는 전망입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브릭스가 확장되고 각자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노력한다고 해도 이는 북한에 해당하는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이상숙 교수는 대북 제재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북한의 군비 증강과 무력도발을 손 놓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이상숙] 글로벌 대결 구도가 북한에는 국방력 강화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거죠. 대북 제재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도 불구하고 더 확대되고 강화되지 못한 이유는 러시아 중국의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향후에 도박이나 대량 살상무기를 더 개발해도 더 강력한 제재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북한이 국방력 강화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거죠.

 

북·중·러도 자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개별체…중-러 관계도 불투명

 

이런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 간 협력 관계의 미래도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여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출 중단으로 에너지난을 겪고 있는 유럽연합에 되팔아 이익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는 등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 협력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겁니다.

 

스탠가론 선임국장은 이처럼 북한, 중국, 러시아의 밀착 행보 역시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현재 북·중·러 간 관계도 복잡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방과 중국, 러시아와 갈등의 경계선이 명확해지고 있고, 러시아와 중국이 세계적인 구조를 뒤집고 그에 상응하는 조직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기는 합니다.

 

모두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겁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중러 갈등이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별 국가들은 그 갈등 관계에 상관없이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을 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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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원유 채굴 시설. /연합

 

북한의 투자 유치에는 극명한 한계…미-중러 갈등 장기화도 도움 안 돼

 

한편, 북한의 기대와 달리 브릭스를 통한 경제, 금융, 인적교류 등 전반 분야의 협조 강화 및 해외 자본 투자 유치 전망은 여전히 미약하다는 평가입니다.

 

이상숙 교수는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들로 북한 노동력을 보내거나 섬유제품, 수산물 수출은 제재망을 피해 가능할 수도 있지만 대규모 자본 유치는 어려우리라 전망했습니다.

 

[이상숙] 외국 자본의 유치는 소수, 아주 소규모일 것으로 예상이 되고 대규모는 아직은 시기상조일 것으로 보입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원도 러시아와 중국의 경제활동이 선진국이 아닌 저개발, 중진국과 같은 나라들에 의존하기 때문에 미-중러 갈등이 오래 지속될수록 결국 북한에 불리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조한범] 일부 제재를 회피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권위주의 진영이 경제적인 타격이 훨씬 크다고 볼 수 있어요. 바이든 행정부는 훨씬 비용이 덜 드는 인적망 형성(Networking)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불량행위나 러시아의 불량 이런 것들이 사실은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인적망 형성 전략에 힘을 실어주는 효과를 초래할 수 있거든요.

 

스탠가론 선임국장은 나아가 기업들이 북한에 투자해도 이익을 낼 수 없다는 사실을 과거 경험을 통해 배웠다며 북한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습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과거에 개성과 같은 몇몇 작은 경제특구 개발사례를 통해서 북한과 경제협력이 어렵다는 사실을 이미 확인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사업체에게 중요한 것은 첫째,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둘째 제 투자를 회수하고 상환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북한에 대해준 자금을 추후에 돌려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입니다. 북한의 경우, 투자한 해외 기업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경제 환경이 아니며 이익을 송환하거나 대출을 주고 돌려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사이의 갈등이 심화돼도 북한이 경제 활동 범위를 넓히기는 어렵다는 관측 속에 북한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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