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반도 톺아보기'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식량난 심해지자 , 백신 접종 조건 하에 북중 철도무역 재개한 듯
<기자>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8일 "북한 국경 지역에서 대규모 백신접종이 실시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김정은 총비서는 최고인민회의에서 처음으로 백신접종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죠. 국제 백신 지원을 거부해오던 북한 당국이 갑자기 대규모 접종을 시작한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 백신 접종은 9월 25일에 5개월 만에 재개된 북·중 간 철도 화물 무역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RFA도 보도했지만, 철도 무역이 중단된 배경은 북중 국경지대에서 신종 코로나비루스가 유행했기 때문입니다. 중국 쪽에서 거부해 무역을 중단했다가 북한이 강하게 무역 재개를 요구한 결과, 9월 25일에 재개됐다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아마 중국은 철도무역을 재개하는 조건으로 북한에 코로나비루스 백신 접종을 요구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입장으로서는 8월 10일 김정은 총비서가 코로나비루스가 종식됐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그 선언과 모순된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북한은 어떻게든 철도무역을 재개하고 싶었기 때문에 백신 접종에 합의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북한이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아직도 가비(GAVI)같은 국제적인 백신 공급기관과 협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백신 접종이 중국과 사전 협의를 거쳐서 실시됐다는 것을 제시하는 하나의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은 지난 달 28일 관영 노동신문 3개 면에 걸쳐 대대적인 북한 농업 관련 기사를 싣는가 하면, 25일에는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농업정책 집행을 강조하는 등 식량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식량 상황, 얼마나 어려운가요?
마키노 요시히로 : 북한이 중국과 사이에 철도무역을 서둘러 재개한 배경에는 식량 부족에 대한 위기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RFA도 보도했지만, 북한은 해마다 5월부터 6월 초까지 모내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이 시기에 가뭄이 심각했기 때문에 모내기 작업이 지연됐다고 합니다. 보통 벼를 키우고 수확하기 위해서는 모내기로부터 100일 정도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북한에는 10월 중순 정도부터 온도가 갑자기 떨어져 서리가 내린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북한은 10월 중순까지는 벼를 길러내야 하는데, 이를 계산하면 100일 전인 6월 상순까지는 모내기를 끝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올해 이 시기까지 모내기를 100% 완료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8~9월에는 여러 가지 대규모 재해도 발생했기 때문에 식량 생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심각한 식량난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어 지금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를 통해서 농업 사업을 중시하는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이 간절한 북한 …중국의 대러 정책 뒤따라
<기자> 한편, 북한은 러시아와 무기 거래 의혹이 나온 지 16일 만에 "이전에도 앞으로도 무기나 탄약을 수출한 일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왜 뒤늦게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 저는 북한이 중국을 배려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은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계속하고 있고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도 동참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는 한편,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 강한 우려나 불쾌감도 느끼고 있습니다.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했을 때 러시아 정부는 "중국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발표한 바 있었습니다. 러시아가 자기들에 대한 비판적인 움직임을 스스로 발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중국이 러시아에 경제 협력을 계속하는 대신에 '중국이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하라고 요구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중국은 러시아에 대해서 무기도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 노동자를 파견한 중에도 중국의 정책에 동조하기 위해서 "무기나 탄약을 수출 안 한다"고 발표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중국과 무역을 재개하고 핵실험도 중국의 이해를 구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지금 북한은 중국 정책에 가능한 동조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 , 7차 핵실험 앞두고 '북한식' 소통 중
<기자> 북한은 25일부터 지난 4일까지 총 여덟 발의 탄도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한동안 잠잠하던 미사일 시험발사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뭐라고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 10월 중국 공산당 대회 후에 실시할 것으로 보이는 7차 핵실험과 관련해 전략적으로 북한식 소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현재 풍계리 핵실험장 제3 갱도의 굴착 작업을 끝낸 상황이고, 지금은 제4 갱도의 굴착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수많은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번에 큰 전략핵부터 작은 전술핵까지 다양하게 핵실험을 하리라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도 7차 핵실험에서 실제 쓸 수 있는 핵무기를 실전 배치하고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사전 단계로 여러 가지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인 '화성-17형'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미사일 발사 다음 날인 5일에 미사일 발사 사실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의 비행 거리는 4천 500km 정도로 괌에 있는 미군 기지를 공격할만한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명백하게 이번 미사일은 미국을 겨냥한 무기라고 볼 수가 있고요. 그런데 미국에 메시지를 보내지 않은 것은 '미국 바이든 정권과 핵 개발에 대해서 협상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바이든 정권과는 대화하지 않고 2025년에 다시 등장할 수도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협상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한은 중국에 대한 배려로 핵실험은 중국 공산당 대회 끝난 다음에 하겠지만, 바이든 정권과 협상할 생각이 없으니 11월에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와는 상관없이 핵실험을 진행하리라 생각합니다.

한미일 연합해상훈련 , 중국 대비와 북한 도발 억제 '동시 노림수'
<기자> 최근 (9월 30일) 한미일은 동해 공해상에서 연합훈련을 시행했는데요. 어떤 훈련이 진행됐고 이 훈련은 안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짚어주시죠.
마키노 요시히로 : 한국 정부 설명에 따르면, 미국의 원자력잠수함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북한의 잠수함 역할도 하고 한미일 세 나라가 추적 탐지하는 훈련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보도를 본 일본자위대의 전직 간부는 발표 형식이 특이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자위대 전 간부에 따르면, 대잠수함 전투 훈련 같은 경우에는 특정한 나라를 지목하거나 잠수함의 존재를 일부러 설명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나라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필요 이상으로 군사적인 긴장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잠수함을 추적 탐지하는 이번 훈련의 목표 잠수함은 핵탄두 미사일을 탑재한 전략핵잠수함(SSBN)이든지 핵탄두 미사일을 탑재하지 않은 통상 공격핵잠수함(SSN)이든지 상관없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SLBM 발사 징후를 보이는 북한을 억제하고 싶은 노림수가 명백히 드러난 발표였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잠수함 탐지 능력은 일본과 미국이 압도적이라고 듣고 있습니다. 일본 해상자위대나 미국 해군의 잠수함은 여러 가지를 추적 탐지하는 작전사령실이 있고요. 추적한 정보와 대조하면서 상황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본과 미국은 대잠초계헬리콥터가 쓰는 패시브 소나(수동음파탐지기)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 해군은 이러한 장비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훈련에서도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한국은 관찰자 입장 즉, 여러 가지를 배우는 입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일본과 미국 입장에서 북한 잠수함이 소리가 시끄럽고 탐지추적이 쉽기 때문에 북한을 상대로 특별히 훈련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마 이번 훈련도 중국을 겨냥한 훈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미국과 일본도 중국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한국 정부의 발표에 따라 묵인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