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셨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방역’ 키워드 약 30배 늘어
[기자] 북한의 한 관영매체가 겨울을 맞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끓는 물을 마시라고 당부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주문했습니다. 방역대책으로 겨울철에 '물 끓여 마시기'는 조금 생소합니다. 또, 북한 보건당국이 독감 등 호흡기 질환자를 철저히 찾아내 조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어떤 배경이라고 보시나요?

[안경수] 결론적으로 이들은 통상적인 겨울철 방역대책 이라고 보면 됩니다. 북한은 사실상 9월 중하순부터 굉장히 춥거든요. 노동신문 키워드를 검색해보고 놀랐는데요. 북한 매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방역' 입니다. 그래서 살펴보니, 2018년, 2019년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에는 북한 매체에서 통상적으로 겨울철 위주로 방역 혹은 독감 예방에 대해서 1년에 30~50개의 기사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2020년에는 기사가 거의 약 1700개가 나왔습니다. 30배가 넘게 증가한 거죠. 수치상으로만 봐도 코로나 때문에 북한 매체에서 방역을 얼마나 강조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코로나로 전 세계적인 위기상황이 겹쳤기 때문에 부각을 시키는 거죠. 또, 북한이 5개년계획수행을 하고 있는데, 북한에서 올해가 첫 해이기에 실질적으로 성과를 가져오기 위해선 사람의 생명이 우선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생명 안전을 사수하기 위해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 총비서 최근 삼지연시 방문, 16일 아닐 수도
[기자] 김정은 총비서가 한 달이 넘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들어내고 있지 않고 있다가 북한 매체에 따르면 지난 16일 공개활동을 했는데요. 최근 7년 동안 가장 긴 기간이라며 건강이상설이 다시 제기 됐었습니다. 2014년에도 거의 6주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고, 지팡이를 짚으며 다시 나타났다는 건데요. 건강 문제가 아니라면 이렇게 긴 시간 동안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안경수] 최근 김정은 총비서가 삼지연시를 방문했는데요. 유심히 봤는데, 삼지연 지역은 요즘 한낮이5~6도 되고, 저녁 6시만 되면 영하로 떨어지는 (추운 지역입니다). 이번에 김정은 총비서 사진을 보니 가죽 코트를 입고, 모자도 안 썼습니다. 수행원들도 그리 두껍지 않은 겉옷을 입고 있거든요. 김정은 총비서가 이 삼지연 지역에 현지지도를 간 건데, (사진이 공개된 날보다) 조금 더 일찍 다녀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보도가 된 그 전 날 다녀갔을 수도 있지만 저는 며칠 전에 다녀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긴 기간 동안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은 건 상쇄가 됩니다. 또 유심히 본건, 가죽 코트를 입었는데. 가죽 코트는 몸의 형태가 비교적 잘 드러 나잖아요. 때문에 김정은 총비서의 모습을 보니 우리가 계속해서 이야기 하던 체중감량이 그렇게 많이 일어난 것 같지는 않고요.
[기자] 삼지연시의 날씨와 김 총비서 옷차림을 비교해 16일 당일이 아닌 이전에 방문했을 수도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안경수] 보도 나온 그 전 날 간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왜냐면 추운 지역인데, 김정은 총비서와 수행하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한겨울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금 앞당겨서 다녀간 걸 보도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온을 봤을 때 (보도된 날보다) 조금 전에 다녀갔을 수 있다'는 예측과 분석입니다,
[기자] 김 총비서가 방문한 삼지연 시에 대해 조금 더 말씀해 주시겠어요?
[안경수] 삼지연시 건설사업에 조금 부연설명을 하자면, 삼지연군이었는데 '혁명의 성지답게 본보기 도시로 개발하라'는 지시가 2018년 무렵부터 내려왔어요. 본격적으로 2018, 2019년에 착공해 지금까지 건설되고 있는데요. 총 3단계로 나뉘어서 건설됩니다. 이번이 3단계 공사 실태를 보러 (김 총비서가) 직접 현지지도를 간 건데요. 핵심은, 삼지연시에 대해 개발을 한다고 했을 때, 살림집을 짓고 길만 깨끗하게 닦는 것이 아닌, 스키장, 인민병원, 학생들 도서관, 소년 궁전, 체육관, 기술 도서관, 학교 등 총체적으로 도시 자체를 개조하는 거에요. 삼지연군이 삼지연시로 완전히 전변된 것이죠. 이 3단계 공사가 2020년 완공 예정이었지만, 조금 늦춰진 거죠. 그래서 2021년에 3단계 공사가 마무리되고 있는 것 같아요.
북한도 환자의 익명성 보장할 수 있는 병원 정보체계 보급 중…
[기자] 지난 달 북한에서 가상방식으로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2021'가 열렸다고 하는데요. 여기서 블루투스 쌍방향 이동통신을 이용한 이동식 온도 측정 로봇, 광학식로온도측정기, 그리고 보건 부문에서 정보기술 성과가 보이는 제품들도 선보였다고 북한의 선전매체는 전했습니다. 이러한 보건부문 기술발전에 있어 북한의 현재 위치는 어느 정도인가요?
[안경수] 전국 정보화 성과 전람회는 박람회인데요. 가상 방식으로 열렸습니다. 이 행사는 기본적으로 학교도 나옵니다. 기업들만 해당되는 박람회가 아닌, 평양에 위치한 학교도 나와서 학생들이 개발한, 특이점이 있는 것을 전시하고 홍보하곤 하는데요. 언론매체에서 보도한 성과를 살펴보면 '개발'을 했다는 의미지 '상용화' 됐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아이디어 차원의 전시회도 많잖아요. 이 전람회도 이런 식입니다. 여기서 어떤 제품이 나왔다고 해서 이게 '북한의 기술 발전의 현 모습이다', 혹은 '보건기술 발전에 있어 이 기술이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거다'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기자] 어떤 제품 혹은 기술이 상을 받았나요?
[안경수] 최우수 정보기술 제품을 살펴보니 보건의료 쪽에서 종합병원 정보체계가 있습니다. 일단은 북한에서 '정보화'라고 이야기하는 건 결국 원격화 기술과 인공지능인데, 원격 기술은 북한이 굉장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원격의료, 즉 북한식의 먼거리 의료정보체계 등은 이미 2014~2016년 김정은 정권 때부터 주도적으로 이어져왔고.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고 평양에 대형 종합병원이 많이 건설됐습니다. 그 중 '유경안과종합병원'이라는 아주 큰 종합병원이 현대화됐습니다. 우리가 병원에 가면 이름만 대면 병력이 나오잖아요. 이것이 병원 정보체계인데, '유경안과종합병원'에 '눈빛 1.0' 이라는 프로그램을 쓰고 있더라고요. 병원 관계자들이 노트북과 데스크탑에 띄워 놓은 것을 봤습니다, 영상으로. 이것을 이미 사용하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북한같은 경우는 종이, 서류 등을 계속 사용해 왔거든요. 북한도 평양을 중심으로 정보체계를 보급하고 있다고 봅니다. 특이한 기술은 아니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환자의 익명성이나 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 이런 기술을 개발해 갖추려 하고 있다고 봅니다.
북한, 백신 대신 치료제 기다릴 가능성 있어
[기자] 백신 공동구매, 배분을 목적으로 하는 코백스가 북한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만 회분을 추가 배정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는 백신을 받을지 궁금합니다.
[안경수] 코백스가 기존의 약 200만회분에서 10만 800회 분이 더해져 약 210만회분 정도의 백신을 북한에 다시 배정했다고 하는데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2회 백신이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이 분량이 북한 사람들 약 104만명 정도가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양입니다. 이 분량 자체는 북한 인구에 비해 굉장히 미미한 분량입니다. 북한이 일전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고사했잖아요. 중국 시노백 백신도 그렇고. 북한이 미뤄졌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추가로 배정된 백신을 도입할 지는 굉장히 미지수이긴 합니다. 지난 5월에도 공급을 한다고 했는데 실제 운송까지 이어지지 않았거든요. 대신에 북한측도 (먹는 약을 도입하려고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자] 네, 그렇다면 북한측이 백신 접종 대신, 치료제를 기다리고 있다고 분석하시는 건가요?
[안경수] 전세계적인 현상인데, 화이자와 머크사가 치료제를 개발했잖아요. 제네릭, 즉 복제약은 보통 특허가 끝난 뒤 개방해 다른 나라 제약회사도 똑같은 성분으로 만들 수 있거든요. 중요한 것은 화이자가 전 세계 제네릭 치료제 개발을 그냥 허용하겠다고 뉴스에 보도됐습니다. 그렇다면 전 세계에 있는 큰 제약회사들이 이 화이자 기술을 공유해 제네릭 치료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면 급격하게 코로나 대응 국면이 백신 중심에서 치료제 중심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도 이를 염두에 둘 수 있지 않을까'하는 분석을 해봤습니다. 백신을 안 맞은 두 국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북한입니다. 저는 북한이 그래서 백신 도입보다는 치료제 개발과 보급에 대해 생각할 수 있지 않나 봅니다.
[기자] 코백스가 북한에 백신을 추가 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안경수] 추가 배정된 분량이 기존에 200만회에서 10만회니까 약 5% 정도 더한 건데요. 사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자체가 예전처럼 구하기 어렵지 않아서, 아마 분량 배정 상 북한에 추가 배정한 게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북한 측에서 요구한 건 아니라고 봅니다. 코백스 측에서 자체적으로 부가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북한 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