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라니 “미, 대북외교 피로감...먼저 양보 않을 것”

워싱턴-노정민, 박수영 nohj@rfa.org
2022.01.01
디트라니 “미, 대북외교 피로감...먼저 양보 않을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총비서.
그래픽-김태이

앵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북한 간 관계도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채 새해를 맞았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외교적 우선순위에서 북한이 밀려났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올 해 미북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북한의 올 한 해 대외관계를 조망해보는 [신년대담-북한의 선택]. 오늘은 첫 번째 시간으로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국무부 대북담당 특사로부터 2022년 한 해 미국의 대북정책과 미북 관계 전망을 들어봅니다.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 달라지지 않을 것

 

[기자] "워싱턴에 북한은 없다"는 말이 있죠. , 북한은 미국 관심 밖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얼마나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미국의 대북정책, 2022년에는 변화가 있을까요?

 

조셉 디트라니 전 미 국무부 대북담당 특사
조셉 디트라니 전 미 국무부 대북담당 특사

[조셉 디트라니] 사실 많은 것이 북한에 달려 있습니다. 저는 미국이 북한과의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계속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요구에는 응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북한이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8년 동안 북한과 협상을 해왔지만 결국 북한은 핵실험과 그 핵무기들을 운반하기 위한 미사일을 더 많이 만들었어요. 미국엔 대 북한 외교에 대한 피로감이 매우 큽니다. 그래서 핵문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진전이 있을 때까지는 상황이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북한은 회담에 나올 의향은 전혀 없고 오히려 미국 쪽에서 양보해야 협상에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미국은 북한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의 요구를 수용했을 때 북한은 계속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을 미국은 알고 있습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김정은 (총비서)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처럼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대가로 핵을 포기할 북한 측의 절실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미국 내에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원하면서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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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수서역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김정은 북한 총비서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AP

 

[기자]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에 기대할 것이 없다면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라는 추측이 있습니다. 오히려 미국에서 더 멀어져 중국과 가까워질 거라는 우려도 있는데, 미국이 먼저 행동하진 못하는 건가요?

 

[조셉 디트라니] 저는 지금도 북한이 중국과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이 북한의 경제 생명줄이니까요. 중국의 지원이 없다면, 특히 북한의 자체 국경봉쇄 때문에 북한이 경제적으로 살아남기 힘들 걸로 보입니다. 다만 지금은 중국과 더 가깝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과 정상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북한의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바이든 행정부가 제안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냐고요? 이는 28년 동안 미국이 제안해온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2005 9 6자회담 공동성명과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도 1990년에 합의된 틀과 같은 합의를 이뤘다고 봤습니다. 2018 6월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 비핵화를 대가로 안전 보장을 위한 경제개발 지원을 통해 미-북 관계 정상화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부분적인 성공을 거두었지만 결국 북한은 항상 핵무기 능력을 유지하려 했습니다. 또 북한은 자신들의 조건에 따르길 원한다고 했습니다. 북한은 제재해제, 안전보장, 관계 정상화 등의 조건에 더해 미국이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할 것을 제안했었습니다. 제가 볼 때, 미국이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받아들일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기자] 트럼프 행정부 때 미국이 북한과 마주 앉아 합의를 시도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북한에 조건을 제시해 다시 양국이 마주 앉는 모습을 재현할 수는 없을까요?

 

[조셉 디트라니] 하노이 회담을 통해, 미 행정부가 북한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북한이 어떤 대가를 얻기 전에 모든 핵무기와 핵시설을 폐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북한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많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양국이 다시 마주 앉기까진 시간이 오래 걸리리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가 제공해야 할 것은 매우 건설적이고 의미 있는 전략지침입니다. 북한에 그들이 실제로 원하고 필요로 하는 물품들을 제공해주지만, 우리는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북한이 비핵화할 것을 요구해야 하죠. 북한은 종종 리비아를 언급하곤 하는데, 리비아가 관계 정상화를 대가로 모든 것을 포기하자 국력이 매우 약해졌다고 말합니다. 사실 그럴 필요까진 없어요. 그건 우리가 원하는 게 아니고 6자회담 때 논의했던 것처럼 안보 보장, 경제제재 해제, 국제적 정당성과 경제개발 목적으로 국제금융기관 접근권 허용을 토대로 진전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과 대화가 가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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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0주기를 맞아 열린 국가미술전람회에서 사람들이 관람하고 있다 /Reuters

 

비핵화없인 종전 선언으론 외교관계정상화 역부족

 

[기자] 남북 관계에 있어서 북한은 남한에 반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마지막으로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지만 큰 효과는 없는 것으로 보이는 와중에 2022 3월에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남북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조셉 디트라니]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이 남북관계, 인도적 지원, 경제개발 목적에서 북한과의 협력을 지지할 것을 분명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또 남한의 제안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남북관계가 활성화할 가능성이 남아있고 미국은 한국이 북한과 경제개발 분야에서도 더 긴밀히 협력하는 것을 지지하리라 봅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에 대해 언급한 것에 대해 매우 높이 평가했거나 고마워했을 것 같아요. 종전선언이 북한과 미국, 중국에도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종전선언은 그냥 신호일 뿐이에요. 사실 종전선언 이면에는 아무런 실체가 없습니다. 그것은 선의의 손짓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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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김종태전기기관차연합기업소 직원들이 북한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철거 소식을 실은 노동신문을 읽고 있다. /AFP

 

김정은, 경제 개발 목표로 회귀할 것

 

[기자] 북한이 대내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에 어떤 입장을 취하리라 보십니까?

 

[조셉 디트라니] 3월 한국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고 북한은 분명히 주목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2022 5월까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 자리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이 문 대통령의 제안에 김 총비서가 화답할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가 지나가고 있는 시점에 북한이 구체적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총비서가 8차 당대회에서 밝혔듯이 인민의 경제적 복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코로나 대유행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자체 격리를 해제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북한은 손을 뻗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 경제를 중국에만 기대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다른 곳으로 손을 내밀 필요가 있는데 그게 바로 김 총비서가 하려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지난 10년 동안 항상 김 총비서의 주요 결정의 근간은, "모든 제재의 해제와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통해 합법적인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입니다. 2022년에도 김 총비서에겐이를 위해 무기를 포기할 수 있나?"가 근본적인 질문일 겁니다. 김 총비서는 10년 동안 북한 지도자 위치에서 주요 목표 중 미북관계 정상화와 핵무기 보유 국가로서 인정받으려는 두 가지 어느 것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앞으로도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계속 버림받은 국가로 간주되기 원할까요? 전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제 생각에 김 총비서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를 원하고 미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들과 정상적인 관계를 맺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자신들이 내건 조건에 따르길 원하고 있고, 미국과 다른 국가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김 총비서와 그의 주변 지도자들은 핵무기들을 포기할 준비가 됐는지 결정해야겠죠.

 

[기자] , 디트라니 전 특사님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디트라니 전 대북담당 특사로부터 2022년 미북관계 전망을 들어봤습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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