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시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 이후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 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 봅니다. 서울에서 안경수 센터장과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전문 물리치료사 육성 안 돼 … 스포츠 과학도 열악
[기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북한이 참가했습니다. 아시안 게임에는 선수는 물론, 선수의 건강 상태를 돌보는 의료진의 역할이 중요한데요. 아시안게임에 북한 선수들과 함께 참여한 의료진은 어떤 자격을 갖춘 사람들일까요?

[안경수]대표팀 선수단과 동행하는 의료진을 '의무팀'이라고 부르는데요. 보통 정형외과 전문의가 의무 팀장이 되고, 물리치료사들로 구성된 물리치료 팀이 있습니다. 국가대표 의무팀의 역할은 부상을 예방하고 부상 선수들을 신속, 정확하게 치료, 재활시켜 다시 경기장에 복귀시키고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북한의 보건의료와 관련해 중요한 점이 있는데요. 물리치료 팀이 구성되긴 하지만, 북한에는 물리치료사를 정식으로 양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의학 전문학교’가 북한에 있었습니다. ‘의학 대학’이 아닌 ‘의학 전문학교’, 즉 2~3년제 학교인데요. 이런 교육 기관에서 안마사와 비슷한 인력을 양성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의학 전문학교’ 제도가 폐지된 상황입니다. 지금 ‘의학 대학’에서 재활의학과 관련한 인력을 양성하고 있지만, 한국이나 미국 혹은 서구적인 개념의 전문적인 물리 치료 분야에 대한 전문가 양성을 못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자] 물리 치료 분야의 전문가 양성이 미비하다고 볼 수 있겠군요.
[안경수]북한에 물리치료사가 없는 건 아니지만, 물리치료사 과정을 공부하고 국가 공인 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자격증을 받은 개념의 인력이 아닙니다. 북한의 보건의료 인력 양성 체계에서 가장 아쉽고 미비한 점 중 하나인데요. 북한이 국가대표 선수단 의무팀 구성에서 선진 스포츠 국가에 비해 미비할 수밖에 없는 이유죠. 또 중요한 점이 있는데요. 의무팀은 선수들의 부상을 예방, 치료, 재활 등의 체계를 담당하는데요. 이것은 사실 데이터(통계) 과학에 기반한 선수의 통합 관리, 즉 스포츠 과학 체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이 스포츠 과학이라는 분야가 상당히 열악합니다. 축구는 11명이 뛰지만, 후보 선수와 예비 선수까지 포함하면 20명이 넘습니다. 이 선수들의 개인별 부상이 다 다릅니다. 그것까지 염두에 두고 관리해야 하는 전문성이 필요한데, 북한은 이런 점에서 선진화돼 있지 않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기자] 북한은 지난 1일 일본과 축구 8강전에서 일본에 1-2로 패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보다 더 조명된 것은 북한 축구대표팀의 위협과 난동이었는데요. 이에 대해 한 일본 언론은 경기 성적에 따라 선수들의 대우가 달라진다며,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다음 국제 대회에 나오지 못할 수도 있고, ‘노동단련대’에 수감될 수도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절박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인권 문제로도 보이는데요.
[안경수]북한의 이런 태도가 해외에서 더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아시안게임의 인기가 크지 않은 나라에서도 이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국제대회 성적에 신경을 많이 쓰고, 내적인 압박감도 있고, 잘해야 되겠다는 강박도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국제대회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둘 경우 이른바 수감 시설에 간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도 "북한이 굉장히 강박관념이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노동단련대로 끌려가는 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만큼 전반적인 북한의 인권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이런 오해나 편견이 있을 수밖에 없는 건데요. 이러한 오해나 편견, 잘못된 생각에는 북한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인 인권 상황이 너무나 열악하기 때문에 북한 선수들의 과격한 행동을 인권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저도 이 경기를 보고 많이 놀랐는데요. 저는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북한 사회 전반적으로 뿌리 깊게 내려진 가부장적인 정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가부장성’은 남자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 실제 내가 힘이 없어도 상대방에게 힘을 과시하거나 상대방을 위협하는 폭력성이 외부로 표출되는 것이 ‘가부장성’의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실력에 관계없이 상대방에게 표면적으로 힘을 과시함으로써 자신의 권위를 유지하기도 하죠. 이 부분은 북한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시민 교양, 북한의 정신 건강과 관련된 관리 체계의 미비함에서 오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도 고령화 추세 … 노인 빈곤율 심각
[기자] 한국의 고령화율이 2012년 11%에서 작년에는 17%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한국의 인구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지난해 의료기관과 약국 등에 지급한 진료비가 처음으로 한국 돈 1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전체 인구의 17%에 해당하는 노인 인구가 진료비의 43%를 사용했는데요. 건강 보험료 적립금이 바닥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도 저조한 출산율과 노인 인구 증가로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북한에서는 고령화에 따른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안경수]북한도 출산율 위기 상황과 함께 고령화 추세입니다. 북한도 고령화 추세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분석됩니다. 북한 고령화에 수반되는 문제점은 크게 경제적인 문제와 사회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북한의 고령자들도 생활 전선으로 내몰려서 열심히 돈을 벌어 살 수밖에 없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죽는 날까지 돈을 벌어야 된다'고 할 만큼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노인 빈곤율이 상당히 심각할 수밖에 없는데요. 기본적인 사회보험, 연금 체계가 너무 미비하기 때문입니다. 형식적으로 있긴 하지만, 의미가 없고, 급여도 의미가 없기 때문에 북한의 노인 빈곤율은 상당히 심각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됩니다. 북한의 보건의료 환경도 사실 경제적인 면에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고령층에는 더욱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고령층의 삶의 지수는 실질적으로 더욱 고달프고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또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이른바 장마당 세대가 현재 북한 사회의 중심축이 됐습니다. 그들이 30~40대에 진입했는데요. 그 세대들과 세대 차이, 세대 갈등 문제가 상당히 깊어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나이 든 세대와 젊은 세대 간 가치관, 인식 갈등 등이 고령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기자]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노인 인구도 있을까요?
[안경수]북한에서도 근본적인 치료나 진료, 시술, 수술 등을 받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병원은 물론 개인 집 치료소에서도 대가가 필요하죠. 의사도 결국 동네 주민이고, 항상 보는 주민이기 때문에 다른 집의 사정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환자의 상황에 따라 대가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고령자일수록 민간요법이나 자가 치료 등에 더 기대기도 합니다. 북한은 사실 민간요법이나 고려학을 기반으로 한 의약품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고려 의약품에는 검증되지 않은 효능이 많이 적혀 있기도 하거든요. 그런 것을 통해 자가 치료하는 고령자도 많습니다. 치료를 못 받는 노인도 있을 수 있지만, 자기가 알아서 치료받는 노인도 있고, 의사가 돈을 받는다면 실제 경제 상황을 고려해 의료비를 책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서울에서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 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