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북송 주체 ‘중국’ 책임 계속 묻고 따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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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 내 수백 명의 탈북민이 강제북송된 것을 계기로 지난 10월 28일 결성된 '탈북민 강제북송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최근 미국을 찾았습니다.

비대위는 뉴욕 유엔본부, 미 의회, 국무부 등을 방문해 강제북송의 주체인 중국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이러한 행위를 멈추게 하는 데 국제사회가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는데요.

이한별 비대위 위원장은 미국 워싱턴 소재 중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마친 뒤 자유아시아방송 기자와 만나 가족이 강제북송된 탈북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전했습니다.

서혜준 기자가 이한별 위원장과 대담했습니다.

[기자] 이한별 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미국을 방문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이한변] 지난 10월 9일,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난 이후 중국이 탈북민 600여 명을 동시에 강제북송하는 사태를 겪으면서 기존에 강제북송의 아픔을 겪었던 가족들과 최근 강제북송된 600명 중 몇몇의 가족들이 ‘이제 우리가 더 이상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국제사회의 도움이 너무도 필요하다’는 절박함을 갖고, 이번에 ‘탈북민 강제북송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미국으로 오게 됐습니다. 저희는 지난 11월 5일 한국에서 출국해 뉴욕 유엔 본부와 유엔총회 제3위원회의 유엔 관계자들을 한국 유엔 대표부에서 만났습니다. 그 분들께 중국이 탈북민들을 강제북송하는 것을 중단할 수 있도록 여러 나라가 동참해달라고 말하고, 강제북송 피해자의 가족이자 직접 강제북송을 경험한 사람들의 사연을 전하면서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그 다음, 뉴욕에 있는 유엔 북한 대표부 앞에서 시위를 했습니다. 그래서 탈북민들을 강제북송하는 이 사태에 대해 중국 정부를 규탄하고, 또 북한이 이런 반인도적 범죄를 중지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기자] 비대위를 통해 처음 목소리를 내게 된 피해자 가족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는데, 이 분들이 동참하게 된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이한별]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가 지난 10월 9일에 강제북송된 600여명 탈북민의 가족들을 찾아나섰습니다. 이런 사태가 중단되기 위해서는 피해자 가족들의 증언이 너무도 절실히 필요합니다. 줄리 터너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도 저희와 만났을 때 했던 말이, ‘그 피해자들의 명단, ‘리스트’가 필요하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야 지속적으로 그들의 생사 확인을 위해서, 탈북민의 강제북송 중단을 위해서도 국제사회가 노력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리스트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저희도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사실 탈북민들이 강제북송됐을 때 저희 오빠처럼 한국에 가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국가반역죄’뿐 아니라 ‘간첩죄’를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일반 교화소로 보내지는 게 아니라 정치범 수용소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겪을 상황들이) 두려워서 피해자 가족들이 잘 나서지 못했어요. 그럼에도 국제사회의 도움을 통해 더 많은 탈북민들이 보호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품고 많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대의를 위해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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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워싱턴DC 중국대사관 앞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과 인터뷰 중인 이한별 비대위 위원장. / RFA Photo

[기자] 뉴욕뿐만 아니라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를 방문하셨는데, 어떤 조치가 이뤄지기를 기대하십니까?

[이한별] 네. 워싱턴 DC에 있는 미 의회 상하원 의원들을 만나 탈북민들을 강제북송하는 중국 정부를 (직접적으로) 명시하도록 촉구했습니다. 지금 유엔을 비롯해 유럽연합(EU) 등의 국제 연합들이 중국이 강제북송하고 있는 와중에 ‘중국’이라는 단어를 빼고 그냥 ‘강제북송을 중단할 것’을 결의안에 담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움직임을 보고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중국을 반드시 ‘네이밍(명시)’해서 중국 정부가 탈북민들을 강제북송하고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알리려고 합니다. 앞으로 탈북민들이 강제북송 되는 사태를 막으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각오를 미국 의원님들께 전했고, 또 (한국 국민의힘의) 태영호 의원도 함께 동참해 외교관 출신답게 영어로 소통하면서 활동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11월 8일)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했습니다. 그리고 중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가 끝난 뒤에는 미국 의원님 한 분을 만나러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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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는 미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 공동의장인 크리스 스미스 연방하원의원 (오른쪽에서 세번째)과도 만나 중국의 강제북송 책임을 명시할 것을 촉구했다. / 이한별 위원장 제공

[기자] 비대위 위원장으로 활동하게 된 개인적인 동기가 있으신가요?

[이한별] 사실 저도 친오빠가 2009년 1월에 탈북했다가 당일 중국 군인들에 의해서 체포됐습니다. 오빠가 ‘저는 어머니와 여동생이 대한민국에 있기 때문에 강제북송되면 죽는다. 그러니까 제발 강제북송 하지 말아달라’고 중국 군인들에게 애원했는데, 중국 군인들은 그 이야기까지 조서에 다 작성해서 오빠를 강제북송 했습니다. 그 이후 오빠가 양강도에서 영하 40도 이하의 추위에 고문을 당해 손과 발에 붕대를 감고 있다는 소식을 지인의 증언을 통해서 알게 됐습니다. 너무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거잖아요. 저희 어머니도 두 차례 강제북송이 된 이후 10여 곳의 구금 시설을 경험하셨습니다. 어머니가 쓰신 일기장들을 보면서 제 마음이 많이 고통스러웠습니다. 이런 일을 저희 오빠도 겪고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졌거든요. 어머니도 고문을 당해 한쪽 귀를 잘 못 들으시고 척추도 다치셔서 고통스러워 하십니다. 탈북민들이 강제북송돼 겪는 일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건 이 정도지만, 실제로 그 구금시설에 들어가면 너무도 끔찍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구타와 언어 폭행은 기본이고 강제노동에 동원되기도 합니다. 심지어 이번에 강제북송 된 사람들 중에는 80% 이상이 여성이고, 그 중에는 임산부와 아동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인권 침해가 중지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제가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와 시민사회의 노력으로는 도저히 이 거대한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을 중지시키는 것이 어렵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국제사회와 연대를 해야 되겠다는 자각을 하고 이렇게 먼 길을 달려왔습니다.

[기자] 그 후로 오빠의 소식을 들은 적이 있나요?

[이한별] 오빠가 강제북송 돼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진 이후에, 유엔의 ‘비자발적 강제 구금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 (WGEID)’에 오빠를 비롯해 강제북송 된 탈북민들의 생사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때가 2016년 7월쯤이었는데, 2년 후인 2018년도에 답변이 왔습니다. 유엔을 통해서 북한으로부터 답변이 왔는데 보니까 ‘북한을 음해할 목적으로 묻는 인권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는 한 줄의 짤막한 내용만 보냈더라고요. 그걸 보고, 우리는 2년 동안 너무도 간절하게 기다렸는데 이같은 한 줄의 답장만 받아보니까 더 이상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중국이 인권 침해 당사국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당사자라고 말을 못하고 있다면, 계속해서 ‘제2의 우리 오빠’와 같은 사람들이 나오게 될 거잖아요. 그래서 이런 활동은 필수적인 일이고, 많은 나라들이 동참해주는 것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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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가 8일 미국 워싱턴DC의 백악관 앞에서 ‘탈북민 강제북송을 중단하라’고 외치고 있다. / RFA Photo 서혜준

[기자] 앞으로 비대위가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계십니까?

[이한별] 이 일정이 다 끝난 뒤 우리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의 의회를 방문해 각 의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에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중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또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활동들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중국에서 수많은 탈북민들이 강제북송되면 북한으로 갔을 때 끔찍한 성폭행과 고문, 구타를 겪는데 심지어 아동과 여성들까지 정말 끔찍한 고통을 겪게 됩니다. 또 중국에 사는 탈북 여성들이 결혼 후에 낳은 아이, 남편과 분리된 상태로 북한으로 강제북송되는 것은 반인도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유엔 상임이사국으로서 탈북민들의 강제북송을 중지하고 이런 반인도적 인권 침해 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또 (중국은)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 아동권리협약, 고문방지협약 등의 협약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협약들을 준수하고 탈북민들을 강제북송을 중지해야 합니다. 우리 ‘탈북민 강제북송 비상대책위원회’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