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여름 휴가철인데… 내수 관광의 한계
2023.08.10
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 분야를 중심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봅니다. 일본에서 언론인으로 활동 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 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해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매년 7~8월은 여름철 관광객 많은 시기… 올해도 ‘썰렁’
[기자]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한여름 8월입니다. 북한의 경제적 측면에서 8월에 가장 주목해야 할 부문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문성희] 8월에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역시 농사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농사가 잘될 것인지가 중요한데, 수해도 걱정이겠죠. 제가 과거에 북한 수해 지역을 취재한 적이 있어서 요즘 시기에는 그 점이 가장 걱정됩니다. 올해 농사가 잘 안되면 곡물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그러면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더욱 어려워지겠죠. 최근 아사히신문에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나왔습니다. 북한에서 한국 바다로 흘러가는 쓰레기를 모아 연구하는 한국 학자가 있는데, 아사히신문 기자가 그분을 취재해서 최근 북한 쓰레기의 특징을 기사화했습니다. 그 기사를 보면 북한에서는 설탕을 수입할 수 없어서 자국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재료를 써서 만든 대용 설탕을 쓰는 등 원료 부족 현상을 엿볼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치약을 얼마나 아껴 쓰는지 아랫부분을 가위로 잘라서 쓰고 있는 것도 알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생활이 어렵다고 할 수 있지요.
[기자] 예년 같으면 8월 여름에는 많은 관광객이 북한을 찾았고, 관광 수입을 통한 외화벌이도 적지 않았는데요. 일본에서도 많은 사람이 북한을 방문하지 않았습니까?
[문성희] 맞습니다. 매년 7월이나 8월은 일본의 조선고등학교 학생이나 조선대학교 학생들이 수학여행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좋은 시기입니다. 또 여름휴가를 이용해 친척이나 가족들을 만나는 목적으로 하는 재일동포 단기방문단의 방북도 적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름이면 총련 일꾼들의 방문도 많아집니다. 왜냐하면 장기간 여름휴가를 받을 수 있고요. 대학도 방학에 들어가기 때문에 북한에서 장기 체류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7~8월에는 평양여관이 늘 많은 사람들로 붐볐는데요. 제가 조선신보 특파원으로 4~5월에 북한에 체류한 적도 있고, 12월에도 머문 적이 있지만, 7~8월에 훨씬 많은 사람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당연히 일본 관광객들도 있었죠. 북한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당연히 쓰고 가는 외화도 많아지니까 관광 수입이 적지 않았다고 봅니다.
조선신보 기사에도 ‘피서’ 관련 소식 없어
[기자] 요즘 외국인 관광객이 오지 않으니까 내수 관광 산업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8월은 북한에서도 폭염입니다. 최근 양덕 온천 휴양지가 영업을 재개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요. 내수 관광 산업을 통해 수익 창출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십니까?
[문성희]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가 아직 해제되지 않는 시점에서 우선적으로 내수 관광 사업부터 재개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광지는 당연히 국내 사람들에게도 개방돼야 하거든요. 저도 최근에 양덕 온천 휴양지가 영업을 재개했다는 보도를 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가공로자들을 중심으로 휴양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평가합니다. 다만 일반인들이 휴양지를 이용하는 데 미화로 12달러를 내야 한다는 것은 너무 비싼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일본이나 한국에서도 그만큼 비용이 들겠죠. 북한이 특별히 비싼 가격을 책정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의 생활 형편을 고려했을 때 누가 12달러를 쓰고 휴양지에 가겠습니까. 돈이 많은 일부 사람밖에는 못 가는데요. 좀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게 가격을 낮추는 것이 건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관련 내용으로 지난 6월과 7월에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북한의 유명 물놀이장에 이용객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사람이 많은 것 같지는 않던데요.
[문성희] 물놀이장을 운영하고 있다면 당연히 다니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물놀이장이 처음 생겼을 당시에는 재일동포를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이나 학생들이 많이 이용했지만, 지금은 관광객이 전혀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용객이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물놀이장 등을 소개하는 것은 북한 최고지도자가 인민들을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가를 선전하는 측면도 있는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놀이장 이야기를 들으니 다른 관광지들은 어떤 상황인지도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마식령 스키장도 김정은 정권 출범 당시 요란하게 선전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애초부터 북한에 스키를 타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다고 이런 스키장을 건설하느냐는 비판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아마도 외국 관광객을 유치해 외화벌이 수단을 기대했다고 보는데, 지금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기자] 북한의 유명 관광지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외화벌이 사업으로 많이 인식하고 있는데요. 북한 당국이 내수 관광을 통해 북한 주민의 외화를 거둬들인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관광도 큰 수익이 되나요?
[문성희] 앞서 말씀드렸지만, 북한 관광지는 외국인 관광객이 올 것을 기대해서 꾸려진 측면이 크다고 봅니다. 지금은 평양시를 제외하고는 다른 도시나 지방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애초 북한 주민에게 이동의 자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 ‘관광을 한다’는 발상이 아예 없습니다. 관광이라고 하면 아이들의 야영, 그리고 백두산 같은 곳에서 집단으로 답사를 하는 것이지요. 친척들에게 들어보면 가끔 금강산 같은 장소에서 관광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자신이 가고 싶을 때 가는 것이 아니라 결정된 날에 집단으로 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관광 사업으로 돈을 벌자는 발상도 없다고 봅니다. 또 대부분 북한 주민은 돈이 있으면 관광이 아니라 먹고사는 데 쓰겠지요. 실제로 휴양지에서 북한 주민을 목격한 적도 별로 없었습니다.
[기자] 혹시 요즘 조선신보 기사에서 북한 여름철 피서에 관한 보도도 나오나요?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고, 내수 경기도 좋아야 주민들의 관광도 늘어나면서 관련 경제도 나아질 텐데, 지금까지 들리는 내용에 따르면 그렇게 가능해 보이지 않습니다.
[문성희] 네. 피서도 어느 정도 정신적인, 재정적인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겠지요. 지금 그런 여유를 가진 북한 주민들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조선신보도 아직 도쿄에서 특파원을 파견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북한 현지 기자들이 가끔 ‘평양지국’ 이름으로 기사를 보내옵니다. 그러나 여름철 피서에 관한 기사는 없습니다. 저도 취재 경험이 있지만, 지금 시기에는 아이들의 야영을 취재하거나 원산 송도원 등의 해수욕장에서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내오기도 하는데, 올해는 그런 기사를 못 보고 있습니다.
[기자] 네.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지금까지 일본의 언론인이자 학자인 문성희 박사와 함께했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