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여성들, 세련된 옷차림에 구두 등 유행에 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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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에서 북한 전문언론인으로 활동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기자> 북한이 다양한 여성옷을 선보였습니다. 지난 달 27일 평양에서‘여성옷 전시회-2022’가 개막됐다는 건데요, 문 박사님, 북한 전역의 옷 공장에서 만든 여성 계절복이 전시됐는데요, 꽤 화려하고 다양한 색상의 옷들이 선보인 듯합니다. 예전에 북한에 계실때 봤던 북한의 여성복과 비교해 어떻던가요?

문성희 네, 예전에 비해서 화려하고 다양한 색상의 옷들이 나오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1980년대-1990년대에 제가 북한을 자주 오갈 때는 물론 2000년대 초반에도 이렇게 화려한 옷들은 잘 볼 수 없었습니다. 다만 2008년 정도부터는 북한 여성들도 다양한 옷을 입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2011년에 제가 북한에 갔을 때는 바지를 입은 여성들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2008년에는 제가 바지를 입고 평양시내를 걷고 있으니까 옷차림이나 규율 등을 감시하는 규찰대 할머니로부터 지적을 받은 일이 있습니다. 저를 가리키며 "거기 바지 입은 손님!"이라고 하기에 달려서 도망쳤어요. 안내원이 제게 "평양에서는 여성이 바지를 입는 것은 금지"라고 얘기하길래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2011년에 북한에 가니까 바지를 입은 여성들이 꽤 많았어요. 이제 바지를 입어도 된다고 하더군요. 바지를 입는 것도 그렇지만 2010년 경부터 북한 여성들의 옷차림이 다양해졌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 보니까 그 당시보다도 많이 세련되고 다양한 옷이 많아졌다는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색상이 매우 밝아졌어요. 과거에는 검은 색이나 회색 등 어두운 색이 많았는데 이번에 보니까 분홍색이나 빨간색 등 밝은 색상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의상에 어울리는 신발, 손가방, 브로치, 머리빈침(머리핀), 모자 등 장신구가 전시된 것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북한 여성들이 옷은 차려 입어도 장신구 등에는 신경을 잘 안 썼는데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지요. 손가방에도 흥미를 가지는 여성들이 꽤 많아졌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옷에는 약간 신경을 쓰는 여성이라도 가방이나 장신구 등에는 전혀 신경을 안 썼는데 최근에는 종합적으로 패션에 관심을 가지는 여성들이 많아졌다는 그런 증거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성들만이 아니라 북한 남성들도 좀 패션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북한 남성들은 대부분 당일꾼이 입는, 같은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개성이 없어요. 물론 패션에 신경을 많이 쓰라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세련됐으면 좋은데’라고 언제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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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평양서 열린 북한 패션쇼 모습. /AP

<기자> 북한 매체도‘밝고 부드러운 색깔’의 옷들이 관심을 끌었다고 보도하고 있는데요, 북한 여성들의 예쁘고 세련된 옷에 대한 관심, 어느 정도인가요?

문성희 관심은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평양에서 숙박하던 평양여관(호텔)에 '접대원'이라고 불리는 젊은 여성 봉사원들이 많이 일하고 있었는데 보통은 근무복을 입고 있으니 잘 모르지만 귀가할 때 사복을 입게 되면 일본이나 한국 여성들의 옷차림과 그리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런 것 하나를 보아도 북한 여성들도 역시 옷차림에 흥미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번은 어떤 행사에서 여성들이 모두 밑바닥이 두꺼운 신발을 신고 있었습니다. 한국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여성 배우가 신고 있었던 그런 구두였어요. 그것을 보면서 ‘북한 여성들도 몰래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구나’라고 직감했어요. 당국이 아무리 부정해도 그런 유행에 나타나는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을 통해서 한국에서 유행하는 옷과 구두 등이 북한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하여튼 유행에 민감합니다. 북한 식당에서 일하기 위해 베이징 등 중국에 파견된 여성들이 중국에 살면서 직접 보게 되는 것이 있겠지요. 아무리 막아도 보이는 것이니까 그런 것을 본 여성들이 중국에서 옷을 사거나 해서 돌아오면 그런 것이 북한 여성들의 옷차림에 많이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런데 이번 전시회가 콕 짚어‘30대, 40대 여성들’의 계절옷을 전시한 배경은 뭘까요? 오히려 예쁘고 세련된 옷은더 젊은 20대 여성들이 더 관심이 많을 듯한데요.

문성희 말씀하신대로 어느 나라에서나 젊으면 젊을수록 패션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하고 그건 북한도 예외가 아니라고 봅니다. 30대, 40대라고 하면 결혼을 해서 아이를 가진 어머니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세대 사람들은 아이를 키우는데 바쁠 것이고 자기 옷에 신경을 쓰기보다 아이를 키우는 데 신경을 많이 쓰겠지요. 그러나 저는 여기에 북한에 독특한 사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북한에서는 젊은 사람들은 옷 차림에 신경을 쓰기 전에 국가에 이바지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20대 초반 여성들은 패션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는 사정이 있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지난번에 김정은 총비서가 ‘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다니라’는 지시를 내린 바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학생들도 교복을 입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일을 하기 시작한 20대 중반 여성들은 패션에 많이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북한에는 ‘여성은 꽃’이라는 말이 있는데 아마도 여성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그런 선입관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30대, 40대 주부, 가정을 가진 여성들이라도 패션에 신경을 쓰라는 것이겠지요. 김정은 총비서 부인인 이설주 여사의 같은 세대 사람들이 좀 더 옷에 신경을 쓰라는 그런 메시지도 있는 것이 아닐까요?

<기자> 북한 여성들은 주로 옷을 어떻게 구해서 입던가요?

문성희 한 번은 친구와 함께 쇼핑을 했을 때가 있는데 그 젊은 친구가 "우리가 이런 곳에서 옷을 삽니다"라고 데려가 준 곳이 주로 중국에서 수입한 것인지 몰라도 싼 가격으로 옷을 살 수 있는 그런 상점이었어요. 돈을 가진 사람들은 주로 고급상점에서 옷을 삽니다. 고급상점도 가 보았는데 정말 놀랄만한 가격이었어요. 보통 사람들은 그런 곳에서는 못 살 것입니다. 슈퍼에서도 운동복이나 바지, 셔츠 같은 것을 팔고 있었지만 그렇게 멋있는 디자인이 아니어서인지 옷을 보러 온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옷을 살 돈이 있다면 우선 먹는 것부터 해결하자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평양은 몰라도 지방에서는 아직 같은 옷을 매일 입어야 하는 여성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세탁기도 없기 때문에 세탁도 귀찮은 것이지요. 치마저고리 정도야 한 벌 씩 가지고 있겠지만 옷을 몇 벌씩 가지고 있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상점에서 사는 것보다 천을 사와서 집에서 만드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아닐까요? 거기서 아마도 디자인을 본따기 위한 패션 서적 같은 것이 몰래 북한에도 침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멋있는 스타일을 찾아서 자기들도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2003년에 평양특파원을 할 때 서울로 취재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때 취재기자인 저도 입고갈 옷을 선물로 받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정된 옷가게에 가서 바지 정장을 맞췄어요. 마음에 드는 천이 없었지만 그래도 ‘이것이면 양보할 수 있다’는 천을 지정하고 스타일도 열심히 설명을 해서 ‘좀 멋있게 해달라’고 했는데 솔직히 완성된 옷을 보고 너무 촌스러워서 결국 서울에는 그 옷을 안 입고 갔어요. 제가 일본에서 가져간 양복을 대신 입고 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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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북한 전승절 69주년 기념행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아내인 리설주가 민소매 원피스 차림으로 행사를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기자> 북한 당국은 이번 전시회가‘우리의 것이 유행되게하기 위한 의도’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강조하는‘우리식 옷’과연 뭔지 궁금합니다.

문성희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북한 나름으로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는 것 같아요. 2011년에 들었을 때는 스키니 팬츠와 같은 몸에 딱 붙은 스타일은 안 됩니다. 소매가 없는 셔츠 같은 것도 그 당시는 안 되었는데 요즘은 북한에서도 유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머리를 염색하는 것도 금지됐어요. 청바지도 미국제이니까 당연히 입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건 저의 추측인데 '우리식 옷'이라는 것은 북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최대한으로 표현을 할 수 있는 그런 옷들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