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18일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 이병의 월북 이후 해외에서 '북한'에 관한 검색이 많이 늘어나며 폭발적인 관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의 잦은 미사일 도발에도 시큰둥했던 해외 언론에서도 보도가 잇따르면서 높은 관심을 보였는데요. 그동안 북한 도발에 대한 피로도가 컸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미군 병사의 월북으로 전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면서 북한으로서도 싫지 않은 상황일 수 있지만, 증폭된 관심이 오히려 북한에 독이 든 성배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미군 월북 후 구글 트랜드에서 '북한' 검색량 증가
[ 한국 SBS 뉴스] 오늘(18일) 오후 미군 병사 1명이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견학을 하다 갑자기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했습니다.
지난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견학하던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이 무단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한 사건이 있은 후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사이트인 구글에서 ‘북한(North Korea)’에 관한 검색량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사용자의 특정 단어에 대한 검색 추이를 수집해 통계를 내는 ‘구글 트랜드’에서 지난 30일간 (6/24/2023-7/20/2023) ‘북한(North Korea)’에 관한 검색량의 변화 추이를 살펴본 겁니다.
‘구글 트랜드’에 따르면 해당 기간 북한 검색으로 나타난 전 세계적(worldwide) 관심도는 약 36%입니다.
북한 당국이 지난 11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날에는 ‘북한’에 관한 검색 관심도가 91%였는데, 미군 월북 사건이 발생한 이후 검색량이 급증하면서 지난 19일에는 관심도가 최대치인 100%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1월 1일부터 집계가 완료된 지난 7월 22일까지 ‘북한’ 검색어 관심도가 최대 수치를 기록한 겁니다.

또 ‘북한’을 검색한 사용자 중 ‘관련 검색어(Related queries)’ 통계를 보면 ‘미군-북한 (us soldier North Korea)’이 1위였으며, ‘트래비스 킹-북한(travis king North Korea)’, ‘트래비스 킹(travis king)’, ‘트래비스 킹-미군-북한(travis king US soldier north Korea)’, ‘미군-북한(American soldier North Korea)’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특히 ‘북한’을 검색한 사용자가 살펴본 관련 주제에서 ‘억류– 구금’에 대한 검색 빈도는 무려 2천100%나 급증했습니다.
미군 월북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서도 컸는데, 한국의 대표적 검색 사이트인 ‘네이버’와 ‘카카오’ 사용자의 검색 추이를 수집해 통계를 내는 ‘네이버 데이터랩’, ‘카카오 데이터 트랜드’에서도 ‘월북’에 관한 검색어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 국무부 정례 기자회견] Let’s start with North Korea and the situation with Private King.
또 지난 20일 미 국무부의 정례 기자회견에서도 킹 이병과 북한에 관한 질문이 가장 먼저 나오고, 미국 내 언론에서도 매일 주요 뉴스로 보도할 만큼 북한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입니다.
북한 도발에 대한 피로감 크다는 방증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군사 정찰위성, 탄도미사일 발사 등 잦은 도발에 비해 미군 병사의 월북이 큰 관심을 끈 이유는 무엇일까.
정성윤 한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21일) RFA에 그동안 미국 국민들과 정치권에서 북한 도발에 대한 피로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정성윤] 미국 국민들과 정치권에서 소위 말하는 북핵 문제에 대한 피로감이 있기 때문에 큰 주목을 받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에 반해 미국 병사의 탈영과 월북 문제는 기본적으로 행위자의 범죄 경력 유무와 별개로 미국 시민권자가 적성 국가로 무단 탈영했다는 차원에서 주목받는 것 같습니다.
또 킹 이병에 대한 인권적 처우가 어떻게 될 것인지, 북한이 이 사건과 관련해 미국에 정치·외교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보낼 것인지 등이 미지수로 남아있기 때문에 앞으로 새로운 관심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유엔군사령부가 24일, 킹 이병과 관련해 북한과 대화를 시작했다고 공식 확인한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미북 관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합니다.
북한이 킹 이병을 대미 협상 카드로 활용하기에는 미북 간에 입장차가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

박원곤 한국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24일) RFA에 킹 이병의 월북을 계기로 미북 간 대화가 재개될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의 대화로 진전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박원곤] 북한은 아직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대화로 갈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의 주제가 여전히 좀 차이가 있습니다. 만약에 대화가 된다면 딱 킹 이병 문제만을 놓고 국한된 대화를 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이것이 계기가 돼서 그 이상의 미북 간 대화로 이어지기는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기존에 미북 간 대화 채널이 없는 게 아니라 분명히 1~2개쯤 살아있고, 그 대화 채널을 통해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계속해서 북한과 대화를 요청했는데 북한이 이것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이번 사건을 통해서 대화 채널을 다시 복원할 가능성 자체는 커 보이지 않습니다.
정성윤 연구위원도 이번 사건만으로 미북 관계에 뚜렷한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정성윤] 기본적으로 이 문제는 미북 간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건이 발생했던 곳의 유엔사 관할 문제도 있고, 특히 개인의 인권을 중시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군사적 문제 혹은 심각한 외교적 갈등의 문제로 취급하거나 접근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북한이 이 사건을 바탕으로 미국에 다양한 메시지를 보낼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단순히 자국민을 송환받으면 끝나는 문제이고, 그 차원에 한정해서 이 문제를 다루고자 할 것이기 때문에 미북 간 정치, 외교, 군사적 문제까지 (킹 이병의 월북이)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는 생각하기 쉽지 않습니다.
또 현재 교착 상태인 미북 관계에서 킹 이병의 송환 문제를 두고 국가적인 외교 협상 혹은 흥정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에 정치적 요구 사항을 전달할 수는 있겠지만, 그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정 연구위원은 덧붙였습니다.
[정성윤] 북한이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의 대화 통로를 마련해 미국에 대한 자신들의 정치적 요구 사항 등을 넌지시 요청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은 있겠죠. 하지만 그 가능성은 제가 봤을 때 크게 높지는 않고요. 미국 스스로가 그러한 점을 경계할 것 같습니다. 웜비어 사건도 그랬고, 60~70년대의 이와 유사한 사례에서도 미국은 이 문제를 심각한 갈등을 확장하면서 해결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세계적인 관심이 북한에 독이 될 수도”
미군 병사의 월북으로 전 세계적인 관심이 북한에 쏠린 가운데 주목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북한의 기대가 일부 충족됐을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증폭된 관심이 오히려 북한에는 독이 든 성배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기본 원칙과 규범을 준수하면서 이 문제를 처리한다면 북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더 큰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정성윤] 금번과 같은 사례가 상당히 흔치 않은, 솔직히 북한 주민이나 병사가 월남하는 경우는 종종 확인할 수 있지만, 미국 병사가 판문점을 통해 스스로 월북한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이기 때문에 그 이례성 때문에 잠시 국내외적으로 주목을 받는 것 같습니다.
[박원곤] 북한이 늘 하던 방식의 입장과 자신들의 원칙만을 강조한다면, 그 과정에서 더군다나 미 국민의 안전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 온다면, 그것은 굉장히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유엔군사령부와 북한 간 대화가 시작된 가운데 전 세계적 관심을 불러온 미군 병사의 월북 사건이 과연 얼어붙었던 미북 간 대화를 촉진할지, 또 킹 이병의 송환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무엇을 요구할지 등 계속 관심이 집중될 전망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