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지난 15일 발표한 담화에서 “일본이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두 나라가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다”며 “(일본) 수상이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이 이런 발언을 남긴 배경은 뭐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이 일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며 유인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먼저, 지난해 5월 29일 박상길 북한 외무성 부상은 담화를 통해 "일본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결단을 내린다면 북한과 일본이 안 만날 이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 다음으로,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올해 1월 5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노도반도 지진 피해에 대한 위로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이번에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 15일 발표한 담화로, 기시다 총리의 평양 방문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이미 작년 봄에는 동남아시아에서 일본 내각 관방 소속 정부 관계자와 북한 관계자가 두 차례 접촉한 바 있습니다.
이번 담화는 작년 5월 외무성 부상보다 지위가 높은 김여정 부부장의 말이 실렸고, 사실상 북한 내에서 두 번째 서열로 여겨지는 인물의 이름을 앞세워 북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방침을 파악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최근 이같은 당국 내 높은 지위를 바탕으로 외부 반응을 파악하는 역할을 맡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김여정 부부장은 작년 7월 11일 담화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이후 김정은 총비서가 작년 8월 27일 연설에서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는 올해 들어 한국을 본격적으로 적대시하는 계획에 대한 사전 조치였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중대한 노선의 변경을 시사할 때 일반 당 관료의 발언은 가볍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김 총비서의 여동생이자 '로열 패밀리'에 속한 김여정 부부장이 발언하는 것이 현재 북한 당국이 선호하는 방식인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최근 김여정 부부장의 발언에 비춰볼 때 북한이 정말 북일회담을 진행시킬 의지가 있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로열 패밀리'인 김여정 부부장이 기시다 총리의 평양 방문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김여정 부부장의 발언은 북한 내에서 북일 협상에 대한 충분한 자신감이 없음을 시사한다고 봅니다. 만약 북한이 협상에 자신이 있었다면,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언급했어도 됐을 겁니다. 특히 김 부부장은 자신의 담화가 개인적인 의견이며, 공식적으로 북일 관계를 평가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는 그의 발언이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과거 북일 협상에서 북한이 소위 '물 먹은'(일본에 당한) 경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2년 9월 첫 번째 북일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본인 납치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북한이 기대했던 만큼 일본의 대규모 경제 지원을 얻지 못했습니다. 북한이 납치 문제 재조사에 응하고 납치 피해자인 요코타 메구미 씨라 주장하는 유골을 전했지만, 일본 측이 이를 거짓으로 판단하며 북한을 비난한 적도 있습니다. 만약 이번에 북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가 다시 납치 문제로 일본이 북한을 비난한다면, 김정은 총비서의 위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의 발언과 함께 북한이 북일 협상을 추진하려는 의사를 보이면서도, 공식적인 움직임이 아니라고 의도적으로 밝힌 것은 이러한 만일의 사태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이 현 시점에 다시 일본에 접근한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현재 미국에서 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가 재집권할 것을 전제로 외교와 군사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독일의 토마스 셰퍼 전 북한 주재 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가오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북한이 주한미군의 전체 또는 일부 철수와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라고 미국에 요구하며 협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를 활발히 진행하는 것도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카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셰퍼 전 대사는 설명이었습니다.
한편,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 결렬의 원인에 대해 다양한 검토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중 하나는 일본과 한국이 미북 회담에 개입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미북 회담이 이뤄질 당시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 공동 군사훈련 취소와 북한의 핵 보유 인정을 반대할 것을 설득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일본이 미북 협상에 반대할 수 없는 외교적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에서 북일 정상회담의 실현 가능성을 언급하며 "일본이 우리의 정당방위권에 대해 부당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악습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일본 정부가 중요하게 여기는 납치 문제에 대한 협상을 지속함으로써, 일본이 협상을 이어가기 위해 북한을 비난할 수 없게 만드는 전략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북한이 일본에 접근하는 것은 일본을 우호적으로 생각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북한의 국익을 위해 일본을 이용하려는 의도로 봐야 할 겁니다.

<기자> 북한 측의 이같은 입장 표명에 대해 일본 정부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현재 기시다 정부는 낮은 지지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사히신문이 이달 17일~18일에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 결과,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달 대비 2% 포인트 하락한 21%로, 기시다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2012년 말 일본 자민당이 재집권한 이후 아베, 스가, 기시다 세 내각을 통틀어 가장 낮은 지지율입니다. 지지하지 않는 비율은 65%로, 이것도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시다 총리의 목표는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해 총리직을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지율을 상승시킬 수 있는 북일 정상회담에 매력을 느낄 겁니다. 하지만 잘못된 반응을 보일 경우, 북한이 계산한 대로 핵 보유나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부각돼 일본의 국익을 지키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에서 '이미 해결된 납치 문제를 양국 관계의 장애물로 삼지 않는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을 제시했습니다. 2014년 북한은 일본 정부가 납치 피해자로 인정하는 다나카 미노루 씨와 납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가네다 다쓰미쓰 씨가 평양에서 살고 있다고 전달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이 두 사람의 귀국을 납치 문제의 최종 해결로 삼고 싶어 했으나, 아베 총리의 판단 하에 일본 정부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납치 피해자 가족회는 살아 있는 모든 납치 피해자의 일괄 귀국을 주장하고 있으며, 고령화로 인해 이 문제는 점점 더 시급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납치 문제의 최종 해결을 인정하지 않고 먼저 두 사람의 귀국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자민당 내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계속 총리직을 수행함으로써 자민당의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며, 오는 4월로 예정된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시다 정부의 장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북일 정상회담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전개된 상황이 한미일 관계를 비롯해 동북아시아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먼저 일본 정부는 작년 봄, 미국과 한국 측에 북일 협상이 진전될 경우 양국에 반드시 통보하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한미일 세 나라의 관계는 매우 긴밀하며, 한미 양국은 당시 일본의 이러한 설명을 수용했다고 듣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미 양국은 안보와 국익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북일 협상을 인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북일 협상이 실현된 후 미북 협상의 진행 상황에 따라 일본과 한국의 안보에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포기를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핵 보유를 인정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미북 간 협상에서 이러한 사안이 고려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일본이 북일 협상에 응할 경우,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또 북한은 미북 협상에서 핵과 미사일 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할 수 있으며, 납치 문제 역시 해결됐다고 주장하면서 일본에 국교 정상화와 대규모 경제 협력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을 확보하게 되며, 일본과 한국의 안보는 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또 김정은 체제의 기반은 더욱 강화되고, 북한 내부의 인권 침해 문제도 더욱 심각해질 겁니다. 따라서 한미일 세 나라는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