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체연료 개발 핵심 ‘산화알루미늄’ 대량 수입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3.11.22
북, 고체연료 개발 핵심 ‘산화알루미늄’ 대량 수입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이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용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진행했다고 15일 밝혔다.
/연합

앵커: 북중 간 무역 통계를 나타낸 중국 해관총서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올해 네 차례에 걸쳐 알루미나(Alumina)’, 즉 산화알루미늄을 (Aluminum Oxide) 수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산화알루미늄은 로켓 고체연료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데요.

 

북한이 이달 중순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용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힌 가운데 전문가들은 북한이 수입한 산화알루미늄이 고체연료를 이용한 미사일 개발에 쓰였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운반체계 개발을 위한 품목과 장비, 기술 조달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 올해만 약 400톤 수입고체 연료 엔진 개발용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살펴본 중국 해관총서의 최신 북중 무역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3월과 5, 8, 10월 등 네 차례에 걸쳐 중국으로부터 상당량의 산화알루미늄(aluminum oxide)을 수입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3월 중국 산둥성에서 산화알루미늄 31880kg($15,000) 수입한 데 이어 5월에는 안후이성에서 24kg ($102,240), 8월과 10월에는 광둥성에서 각각 6kg ($25,560)을 들여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올해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 동안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산화알루미늄은 총 392천여 kg, 미화로 약 17만 달러 규모입니다.

 

또 북한은 최소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으로부터 산화알루미늄을 꾸준히 수입했지만, 코로나 대유행 기간인 2021년과 2022년에는 산화알루미늄 수입이 전무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이 올해를 기점으로 산화알루미늄의 수입을 본격적으로 재개한 겁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산화알루미늄은 군사 및 우주∙ 항공 분야에 쓰이는 금속 알루미늄의 주재료입니다.

 

이 밖에도 연마재, 세라믹, 유리 제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데, 북한의 산화알루미늄 수입 재개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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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사격 행사에서 한 남성이 표적물로 사용하기 위해 산화알루미늄과 질산암모늄을 혼합한 양동이를 준비하고 있다. / REUTERS

 

특히 산화알루미늄은 내열성이 좋고, 열전도율이 높으며 강도가 뛰어나기 때문에 미사일의 엔진 부품, 고체연료의 구성 요소 등에 사용될 수 있어, 북한이 주력하는 고체연료 엔진 개발에 필요한 핵심 소재 중 하나로 꼽힙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올해 북한이 수입한 산화알루미늄이 미사일 프로그램과 고체 연료 개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의 신승기 연구위원은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다양한 고체 추진제 중에 복합 추진제가 있는데, 추력 등을 높이기 위해 RDX나 HMX와 같은 고성능 폭약 또는 알루미늄 등을 첨가한다"며 "산화알루미늄의 경우 산소가 결합해 있어 고체 추진제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는 산화제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신승기] (북한의 산화알루미늄 수입은) 충분히 의심받을 있는 용도가 있습니다. 특히 알루미늄 같은 경우 제련하기 위해서는 많은 전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현재 북한의 전기 사정을 고려했을 때는 알루미늄을 대량으로 제련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보내주신 중국 세관 자료를 보면 수입한 수가 많거든요. 100(5240만 톤) 이상 되는 것도 있는 같고요. (비군사적 용도로) 일반 산업에서 쓰일 수도 있지만, 최근 북한 전체 산업 중에서 가장 크게 발전하고 있는 부문이 군수 산업이란 점에서 볼 때 여기에 사용될 가능성이 상당히 의심되는 거죠.

 

실제로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이 지난 11일과 14,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용 고체연료 1, 2단 엔진의 지상 분출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고체 연료에 사용되는 추진제 연료나 산화제로 쓸 수 있는 산화알루미늄이 많이 필요할 수 있다고 신 연구위원은 분석했습니다.

 

[신승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같은 경우 최근 '화성-18'형을 개발하고 있지만, KN-23, KN-24, KN-25 같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경우 이미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을 통해 부대 배치를 추진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여기에 들어가는 추진제, 고체 추진제가 상당히 많이 필요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자체적으로 생산할 있는 연료나 산화제 구성 물질 외에 추가로 필요한 부분은 러시아 또는 중국으로부터 이런 식으로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겁니다.

 

또 신 연구위원은 “특히 2019년부터 북한이 러시아의 이스칸데르를 모방한 KN-23과 같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인 '화성-18형'까지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다양한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왔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아산정책연구원의 양욱 연구위원도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산화알루미늄은 고체연료에 들어가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올해 해관총서에 나타난 거래 기록은 중국의 지원 아래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강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양욱] 결국, 중국이 북한의 무기 생산을 지원하는 가장 핵심적인 국가라는 여기서 나타나는 겁니다. 이건 위성 발사에 관한 것이 아니라 북한이 지금 미사일을 전부 고체 연료로 바꾸고 있잖아요. 그런 맥락에서 중국이 북한의 무장을 강화해 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인 겁니다.

 

또 양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산화알루미늄의 군사적 전용이 관찰된다며,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중국에서 러시아에 대한 산화알루미늄 수출이 급증했다는 외신 보도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도 지난해 7월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인용해, 20223월 호주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제재 중 하나로 러시아에 대한 산화알루미늄 수출을 금지하자 해당 품목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전년도보다 400배 이상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사실상 유엔 대북 제재 위반미 국무부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북중 간 산화알루미늄 거래는 시기적으로나 상황적으로 북한의 고체연료 엔진 개발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실상 유엔 대북 제재 위반으로 간주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06년에 결의한 1718호에 따르면 북한 핵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물질과 기술의 이전을 포괄적으로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도 유엔 안보리는 주요 대북 제재 결의안인 1874호(2009년), 2087호(2013년), 2279호(2016년) 등에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를 포함했습니다.

 

따라서 산화알루미늄이 특정 제재 품목으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도, 이를 미사일 기술에 사용한다면 당연히 제재 대상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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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지난해 신형 고체ICBM용 엔진시험 모습/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1, 북한이 올해 중국으로부터 네 차례에 걸쳐 수입한 산화알루미늄이 고체연료 엔진 시험과 어떤 연관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질의에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운반체계 개발을 위한 품목, 장비, 기술 조달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미사일과 관련 기술을 개발하려는 북한의 지속적인 노력은 국제 안보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든 국가가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집행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제 정세와 북중∙북러 관계를 고려할 때, 북한의 산화알루미늄 반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신승기] 해상으로 들어가는 루트는 사실상 미국과 한국에 의해 차단될 있기 때문에 사실 육로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과 미중 간의 전략 경쟁이 계속되고 있고, 북중러와 한미일 간의 대립 구도로 군사∙안보적인 측면에서 긴장 구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으로 들어가는 물질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거나 통제할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사실 아무리 유엔과 국제사회가 이중 용도라고 말해도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할 이유가 없거든요.

 

[양욱 연구위원] 결국, 중국을 압박해야 합니다. 중국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3자 제재) 같은 것을 강화하면서 관련 회사나 해당 정부, 지방 정부, 그것도 되면 정부라도 계속 중국을 압박해야 하는데, 문제는 그걸 하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지난 1023일에 갱신한 '중국의 핵과 미사일 확산' 보고서(Chinese Nuclear and Missile Proliferation)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공식 보고서에는 중국 정부가 핵무기 이전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을 분명히 중단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과 개인은 해당 품목과 관련 상품을 이란과 북한 등에 계속 수출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편, 자유아시아방송은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1718 위원회) 전문가단에 북한의 산화알루미늄 수입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전용에 대해 감시가 이뤄지고 있는지 문의했지만, 22일 현재까지 답변은 오지 않았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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