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공개처형] ① “내가 본 것만 열 번이 넘어요”

워싱턴-서혜준 seoh@rfa.org
2024.07.03
[북 공개처형] ① “내가 본 것만 열 번이 넘어요” '북한인권법 제정 촉구 유권자 운동 출정식'에서 전시된 북한의 공개처형 그림.
/연합뉴스

앵커: 북한 김정은 정권이 공개처형을 이용한 공포 통치를 한층 강화한 가운데 코로나 대유행 이후 공개처형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꺼번에 10명이 넘는 북한 주민을 공개적으로 총살하는가 하면, 10대 청소년도 예외를 두지 않는데요. 실제 공개처형을 목격한 한 탈북민은학살수준이라며 치를 떨었습니다. 체제유지를 위한 본보기식 공개처형의 실상은 심각한 수준인데요.

 

서혜준 기자가 직접 공개처형을 목격한 탈북민으로부터 당시 끔찍한 상황을 들어봤습니다

 

지난해에만 수십 명 공개처형... “목격하다 졸도하기도

 

[김일혁] 한번에 9, 11명이라는 게 말로는 그냥 쉽게 셀 수 있는 숫자지만, 상상을 해봐도 사람을 그렇게 쭉 세워놓고 쏘려면, 그 사람들이 서있는 면적도 적지 않지만 사람들이 이걸 볼 때 시체들이 쌓일 정도인데,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인 거죠.

 

지난해 5월 목선을 타고 탈북한 김일혁 씨.

 

그가 탈북하기 전까지 북한에서 목격한 공개처형의 횟수는 최소 열 번이 넘습니다

 

김 씨는 최근(6 27)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특히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2019년 이후 공개처형이 많아졌는데, 그 중 북한 황해남도 재령군에서는 2023 2월과 3, 두 차례에 걸쳐 총 20명을 총살했다고 밝혔습니다. 그가 공개처형을학살수준이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2023 4월 초, 김 씨가 황해남도 벽성읍에서 목격한 공개처형 현장에는 약 1천 명의 북한 주민이 동원됐습니다.

 

김 씨에 따르면 당시 채소를 심어 가꾸는 밭에 사형수가 얼굴을 가린채 묶여 있었고, 한 북한 보안원이 확성기로 그의 죄목(강도, 살인)을 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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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7일 북한 평양 강건군사훈련장 소화기 사격장에서 이뤄진 공개처형의 모습. 위성사진에 따르면 당시 PU-4 대공포 6대(화살표)가 30m 떨어진 곳에 있는 표적들을 겨누고 있다. / 미 북한인권위원회

 

그리고 보안원 3명이 나와 각각 세 발씩 사형수를 향해 총을 쐈는데, 당시 끔찍한 상황을 목격한 당 선전부 방송원은 그 자리에서 기절하기도 했습니다.  

 

[김일혁] 보안원 3명이 나와서 (사형수를) 쐈는데 내장이 (쏟아져 나왔어요). 그런데 제일 앞줄에서 군당 선전부 방송원이 그걸 구경했더라고요. 쓰러진 사람을 차에 태우고 가는 걸 봤는데, 사람들이 그 사람이 방송원이고, 구토를 하면서 까무러쳤다는 거예요. 다음날 들었는데 (그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하더라고요.

 

일본의 언론매체인아시아프레스도 북한 내부 취재협조자를 인용해 지난해 8월부터 12월 사이 양강도 혜산비행장 인근에서 세 번의 공개처형이 있었다고 지난 2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지난해 8 30일에는 남성 7명과 여성 2명 등 총 9명이 소고기를 불법 유통한 혐의로 공개처형됐으며, 9 25일에는 국가 의약품을 훔친 남성 한 명이, 그리고 12 19일에는 농산물을 훔치려다 사람을 돌로 쳐서 죽인 남성 한 명이 공개적으로 총살됐습니다.

 

이와 관련해아시아프레스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북한 당국이 공개처형 현장에 많은 주민을 동원하는 등 공포 통치를 위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동원에 힘을 많이 썼더라고요. 아침부터 인민반을 통해서 통지를 하고, ‘몇 시에 혜산비행장에서 공개 재판 또는 공개 비판 모임을 하니까 오라는 식으로 강력한 동원령을 내렸습니다. 지난 해 8월 총 9명을 총살했을 때 우리 취재협조자도 공개 비판 모임이 있다고 해서 갔는데 갑자기 그 자리에서 재판을 해서 9명을 처형했다고 했어요.

 

또 이시마루 대표는 지난해 12월 젊은 청년이 공개처형을 당한 날에는 기업소 노동자들이 동원됐는데, 특히 기업소의 청년 동맹 조직 구성원들은 무조건 참석했어야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대담한 성향을 보이는 20대 북한 청년들의 사상과 행동에 대해 경고를 주기 위해서였다는 겁니다.  

 

김일혁 씨도 북한에서는 17살부터 성인으로 취급하는데, 이보다 어린 중학생도 외부 영상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공개처형된 것을 본 적이 있다고 회상했습니다

 

[김일혁] (사형수 중에는) 청소년들도 있어요. 물론 17살부터 성인이니까 그 이상 나이 먹은 성인들이 많죠. 드물게는 중학교 애들도 사형을 하는 게 있긴 해요. 한 번은 봤어요. 트라우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긴 할 것 같은데요. 사형을 했던 그 장소, 그 길을 지나갈 때는 그 일이 꼭 떠오르곤 했죠. (사형수를) 그냥 다 틀어 막았으니까 소리도 못 내고 죽음으로 간 걸 떠올리면 지옥 같죠. 솔직히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생활범죄부터외부영상 유포도 공개처형

 

한국 통일부가 지난 6 27일 공개한 ‘2024 북한인권 영상 보고서’.

 

이 영상은 한국 노래 70곡과 영화 3편을 보다가 체포된 22살 북한 남성이 공개 처형됐다는 탈북민의 증언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연했습니다.

 

[통일부 북한인권 영상 보고서] 하루는 보안원들이 동네사람들 다 모이라고 했습니다. 가 보니까 한 청년이 꽁꽁 묶여있었습니다. 순식간이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총소리)

 

[김일혁] 2022 7 26일 황해도 벽성군에서얘가 친구들에게 영화 3편 정도와 남조선 노래 70곡 정도를 공유해서 유포시켰다, 유포죄가 엄중하다고 해서 총살을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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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7일 한국 통일부가 공개한 2024 북한인권 영상 보고서 중. / 통일부UNITV

 

탈북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된 ‘2024 북한인권보고서는 최근 북한에서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적용한 공개처형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2020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는데, 이 법은 북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사상이나 문화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그렉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2 RFA이런 상황이 새롭지는 않다라며현재 북한의 사상이 큰 혼란에 빠져 있어 공포 통치가 더욱 강화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사상이 무너지면 북한은 당연히 공포 통치를 할 겁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정보를 통제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따라서 처벌이 강화되고 공개 처형이 만연히 발생하는 겁니다. 또 김정은 사상에도 큰 문제가 있습니다. 그는 할아버지인 김일성의 김씨 가문 통일 개념을 없애고, 레닌과 마르크스의 요소들을 내세우면서 이념적 혼란이 심각한 상태입니다. 그러니 처벌이 강화될 수밖에요.

 

[이시마루 지로] 혜산에서 (공개처형을) 했다는 것은 특별합니다. 왜냐하면 바로 중국을 통해 정보가 외부세계에 새나갈 걸 알면서도 했어요. (혜산시가) 계속 탈북 루트가 되고, 중국 전화로 정보를 유입유출시키고, 국경 통제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곳이 혜산이라는 인식이 있었을 겁니다. 더 이상 질서를 위반한 자는 용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좀 특별한 사례가 아닐까. 그런 강한 통제 의지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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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과 9월, 12월에 공개처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양강도 혜산시 인근 혜산비행장. / 구글어스

 

김일혁 씨는 공개처형을 당하는 사형수들의 죄목과 관련해살인’, ‘강도뿐 아니라외부 영상의 시청 또는 유포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습니다.

 

‘2024 북한인권보고서국경 봉쇄 방침 위반’, ‘미신 행위’, ‘마약 사용등에 대해서도 사형을 선고하거나 총살한 사례를 언급하며,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주민은 최소한의 인권조차 박탈당했다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코로나 대유행 이후 북한 주민이 경제적으로 더욱 먹고살기 어려워진 가운데, 강력 범죄가 증가한 것도 공개처형이 늘어난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김일혁]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이 갈 곳이 없잖아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과정에서 약자가 강자에게 먹히고, 밟히고, 그런 과정인 거죠. 북한 주민이 경제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끝으로 김 씨는지금도 암암리에 공개처형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보느냐 RFA의 질의에 단호한 어투로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김일혁] 비인권적이지만, 그 사회 안에서는 그것이 정당한 일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지금 이 시간에도 아마 적지 않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일이 생기고 있다고 장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할 겁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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