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내년 대북 경제∙군사 지원 수위 조절할 듯”
2023.12.27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내년 북한 대외관계 전망 어두워
<기자> 마키노 기자님. 오늘은 내년 북한의 대외 관계를 전망해보겠습니다. 남북관계는 국면 전환 여건이 여의치 않아 앞으로도 강대강 대치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역시 남북관계와 미북 관계의 개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할까요? 특히 북한이 내년 4월 한국 총선과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고강도 도발에 나설거라는 우려도 있는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내년 가을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는 적어도 미북관계의 교착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미국의 트럼프 전 행정부가 시작한 대중 강경외교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부터 파생된 냉전시대 분위기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전략을 취하는 것 같습니다. 한반도 상황을 지켜보는 관점에선 이러한 '신냉전 시대'의 시작이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유엔은 충분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유엔 제재 결의에 따라 금지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이나 무기 및 석탄 수출은 사실상 중국이나 러시아가 묵인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김정은 체제가 붕괴되지 않도록 경제와 군사 분야에서 지원을 계속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비핵화와 인권 개선을 요구하면서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미국이나 한국에 양보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미국 대선에서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고 북한 측에 핵군축 협상을 제안하거나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 한, 북한은 미국과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북한이 윤석열 한국 정부와 대화할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고 미북 접촉이 이루어진다면, 윤석열 정부가 고립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북한이 한국에 무력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를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아야 합니다. 특히 핵실험과 관련된 움직임은 중국이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둘째, 미국과 한국은 군사 행동을 유발하지 않아야 합니다. 만약 북한이 도발한다면 2010년 3월에 있었던 한국 천안함 침몰 사건과 같이 누가 도발을 했는지 명확히 알려지지 않도록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자> 올해는 북일 간 물밑 접촉이 있었지만, 무산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내년에도 북일 간 접촉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결론적으로는 못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북한이 일본과 협상에 응하는 경우는 주로 두 가지 이유입니다. 하나는 한미일 협력 관계를 이간질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때입니다. 아시다시피 미국과 일본은 동맹관계이고, 한미일은 지난 8월 미국의 캠프데이비드 회담에서 안전보장 협력을 강화할 것을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은 올봄 북한과 협상했을 때도 해당 사실을 미국과 한국 측에 통보했습니다. 북한이 한미일 관계를 이간질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또 북한이 일본과 협상에 응할 또 다른 이유는 국교정상화에 따라 북한이 얻어낼 수 있는 대규모 경제 협력이 있을 때 입니다. 일본은 국교정상화의 전제 조건으로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과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해결을 촉구해 왔습니다. 새로운 냉전시대가 시작한 지금 북한이 핵과 미사일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반응할 이유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적어도 북일 간에는 국교정상화를 염두에 둔 본격적인 협상은 못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내년 2월 평양에서는 북한과 일본 여자축구팀의 프랑스 파리 하계올림픽 예선경기가 있을 예정이고, 3월에는 월드컵 북일 간 남자축구팀 월드컵 예선 경기가 있을 거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일본 외무성도 영사 업무를 담당하는 외무성 사람들을 평양에 파견할 채비를 갖추기 시작했다고 듣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일본 외무성에서 북한 문제를 담당하는 동북아시아 부서에서는 북한과 접촉한 경험이 있는 외교관이 한 명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축구 경기 때 북한과 일본이 서로 간 정보수집을 위해 간단한 접촉이 있을 거라고 예상되지만, 이러한 접촉이 있더라도 본격적인 협의로 발전할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 중국도 북한 100% 신뢰 안 해…동상이몽
<기자> 로이터통신은 지난 21일 러시아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러시아는 북한과 포괄적 안보 협력을 구축했으며 중국, 인도와는 전략적 파트너십 과정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를 두고 러시아가 북한과 안보협력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지난 시간에도 말씀드렸지만, 러시아는 북한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러시아가 평화적인 목적으로 원자력 개발 분야에서 협력했지만, 북한이 이를 속이고 핵무기를 개발한 적이 있습니다. 또 북한은 러시아에 대한 막대한 채무를 갚지 않았고, 러시아는 이런 채무의 90% 정도를 탕감해준 적도 있습니다. 요즘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국제적으로 고립돼 포탄도 부족한 상황이 됐고 어쩔 수 없이 북한에 접근하게 됐지만, 여전히 마음 속에는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가겠다는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북한도 러시아에 무기를 공짜로 수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 대가로 여러 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러시아가 북한을 완전히 통제할 정도의 지원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좀 더 오래된 전투기를 지원하거나 러시아가 보유한 GPS 시스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지만, 북한에 핵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제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ICBM 엔진 개발은 성공했지만, 미국이 이를 격추시키지 못하도록 핵탄두를 다탄두화하는 것은 아직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핵폭탄을 소형화해야 하는데, 러시아가 이러한 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는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했을 경우 북한이 러시아에 위협이 될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한반도 정세에 북러 군사협력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면서 한미일 등이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이 더 커진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북한의 태도에 미치는 한미 당국의 영향력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중국에 어떤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현재 북중관계를 간단히 표현하자면 '동상이몽'이란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한국 국민대학교의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를 취재했을 때 그분도 같은 생각을 하셨습니다. 중국은 자체적으로 핵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동아시아 지역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을 매우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을 대신해 '세계의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생각과 함께 러시아, 북한처럼 자기 마음대로인 나라와 동급으로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10월에 러시아 외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중러 3국 간 합동 군사훈련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중국은 아직까지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최대 목표는 주한미군의 철수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주한미군이 강화된 후 미군의 전략자산이 한반도로 파견되는 상황을 중국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완충지대로서 북한의 역할이 없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의 영향력이 중국 국경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중국은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에 (최소한의) 지원만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중국의 지원은 주로 경제 분야에 한정되어 있으며, 군사 분야에서는 중국이 북한과 협력할 의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내년은 북한과 중국이 국교 75주년을 맞이하지만, 시진핑 중국 주석이 김정은 총비서와 쉽게 만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한미일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북중관계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중국은 북한과 관계가 좋아 보이도록 연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외무장관급 등 일부 고위급 회담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까지는 북중관계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자> 한편, 얼마전 미중 양국이 수년간 단절됐던 군사소통채널을 복원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북한 문제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언급하신 미중 간 군사 소통 채널의 복원은 관계 개선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우발적인 군사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내년 1월에는 대만에서 총통 선거가 예정돼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여당인 민진당 후보가 약간 더 유리해 보이지만, 야당인 국민당 쪽의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대만이 중국과 통합될 가능성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당분간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 관계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끊을 가능성이 있지만, 중국과 대결할 가능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 인해 중국은 북한을 하나의 '카드'로서 포기하기 어려워질 것이고,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문제나 인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가 2024년 1월 15일 평양에서 소집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9월 말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 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핵무력정책을 헌법에 명시한 바 있는데요. 내달 15일 회의에선 어떤 부문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내달 15일에 열리는 최고인민회의는 이달 26일부터 시작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결정을 정부기관으로서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립니다. 따라서 여기서는 최고인민회의의 의미가 크지 않고, 당중앙위 전체회의에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27일 조선중앙통신은 5개년 계획의 중간을 무사히 지나갔다고 평가하면서 핵전력에 대해 제도적으로나 법률적으로 많은 결정을 내렸다고 자화자찬했습니다. 북한은 다시 시작한 신냉전 시대를 어떻게 최대한 이용할지에 대해 회의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신냉전 구도는 김정은 체제의 전체적인 안전을 보장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큰 이익을 얻어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김 총비서가 경제개혁을 시도하면 다시 돈주와 같은 신흥세력의 힘이 강해지고, 해외로부터 정보 유입을 통한 정치적 안정에 위험이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내년 1월 중순에 예정된 최고인민회의도 군사력과 핵무력을 강조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