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러시아의 세 가지 선물에도 ‘불만’”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4.03.06
“북, 러시아의 세 가지 선물에도 ‘불만’” 2023년 9월 13일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러시아 아무르주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용차인 '아우루스'의 뒷좌석에 함께 승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앵커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 기대한만큼 군사 지원 못 받아

 

<기자> 우크라이나 보안당국(SBU)은 지난 2 22일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가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고체연료 지대지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화성- 11을 사용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북한 제작한 미사일이 사용된 증거라며 파편을 찍은 사진도 공개했는데요. 현재 북한이 러시아에게 무엇을 제공하는지 확인되고 있나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 우크라이나 보안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작년 12월 이후 우크라니아 남부 잠포리자주, 수도 키이우, 동부 도네츠크주 등을 북한 탄도미사일 ‘KN-23’‘KN-24’로 공격했습니다. 이로 인해 최소 민간인 24명이 사망했고 100명 이상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미 관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지금까지 40발 정도가 되며, 러시아가 지배하지 못하는 지역을 원거리로 공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북한에 추가로 계속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올해 1월과 2월에 걸쳐 순항미사일 발사를 4차례 단행했으나, 갈수록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보유량이 줄어드는 문제도 있을 거란 분석이 있습니다. 또 북한은 탄도미사일뿐만 아니라 미사일을 운반하는 이동식 발사대(TEL)도 러시아에 제공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막으려는 목적과 함께 북한 미사일을 러시아 이동식 발사대에 탑재하지 못하는 기술적 문제도 있습니다. 고정된 지상 기지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이동식 발사대를 활용해 발사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탄도미사일의 가격은 한 발에 최소 미화로 300만 달러이며, 이를 기준으로 지금까지 수출한 미사일만으로 최소 1 2천만 달러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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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자국에 대한 북한 무기가 사용된 증거라며 공개한 미사일 파편 사진. /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기자> 북한이 러시아에 탄도미사일과 이동식 발사대(TEL), 포탄 등 군수물자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반면 러시아는 북한에게 무엇을 제공하고 있나요?

 

[마키노 요시히로] 러시아는 지금까지 북한에 세 가지 선물을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관광객입니다.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 큰 이익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29일부터 12일까지 러시아 관광객 97명이 방북했는데, 여행 경비는 한 사람당 미화로 약 750달러로, 전체 규모로는 4~5만 달러 정도의 적은 이익이라고 봅니다. 다만, 앞으로 북한이 수많은 노동자를 러시아에 파견한다면 큰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식량과 공장 기계입니다. 신원식 한국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미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 선박은 북한에 공장 기계나 발전기 등 기반시설 관련 자재를 많이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또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2 28일 평안남도 성천군에서 열린 '지방 발전 20x10정책'에 따른 지방 공업공장 건설 착공식에 참석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기계 공업 부문이 올해 최대 중요한 정책과제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공장 기계 등을 수입해 기계 공업을 발전시키고, 지방에 공장을 건설할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세 번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용 승용차입니다. 지난 22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지난 18일에 러시아의 고급 전용 승용차(아우르스 코르테지)를 김 총비서에게 선물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푸틴 대통령의 선물을 북러 양국 정상이 맺은 특별한 우정의 증거이자 훌륭한 선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원하는 수준 만큼 군사 협력을 얻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요. 따라서 이러한 불만을 해소하려는 러시아의 노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미국의 뉴스위크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전용 리무진아우르스 코르테지’(AurusKortezh) 한 대의 가격은 미화로 95500달러부터 111500달러 정도인데요. 그렇다고 매우 비싸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선물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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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월 28일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평안남도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건설 착공식이 진행됐다고 2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기자> 그렇다면 북한 당국은 러시아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불만을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군사 분야에서 러시아를 지원한 만큼, 당연히 러시아로부터 군사 분야에서 모종의 지원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김 총비서는 작년 9월 러시아 극동지방을 방문했을 때 러시아 공군 전투기나 해군 초계함 등 여러 전략무기에 탑승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북한군 관계자들도 많이 동행했는데, 이는 러시아의 군사지원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피력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알렉산더 보론초프 교수는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원자력 잠수함을 포함한 핵 기술을 제공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푸틴 대통령과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이행에 대한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핵확산방지조약’(NPT) 등 핵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를 중요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러시아는 북한의 불안정성이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러시아도 매우 고도화된 군사 기술을 제공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러시아는 중국의 입장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의 핵 개발을 기본적으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는 북한에 군사적 지원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고급 전용승용차를 김 총비서에게 선물한 것도 북한의 불만을 완화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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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북러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총비서가 러시아 아무르주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했을 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용차에 함께 승차해 담화를 나누었던 ‘러시아판 롤스로이스’ 아우루스. / 연합뉴스

 

우호적 북러관계, 주고받는 것 있을 때까지

 

<기자> 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노동자 파견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까지 계속되는 북러 간 밀착 행보에 따라 곧 북한 노동자가 러시아에 대거 파견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러시아가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위반에 해당하는 사안 아닙니까.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보시나요

 

[마키노 요시히로] 최근 러시아과학아카데미’(PAH)의 알렉산더 보론초프(Alexander Vorontsov) 교수(한국·몽고학부 학부장)를 인터뷰했는데요. 보론초프 교수는 북한 노동자가 규칙을 잘 준수하며 능숙하게 일할 수 있기 때문에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에서 환영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작년 11월 평양에서 열린 북러 무역경제 과학기술협력위원회 10번째 회의에서 북한 노동자 파견에 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고, 보론초프 교수도 파견 규모 등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또 보론초프 교수는 러시아가 북한과 경제적 협력를 비롯해 학생과 학자, 예술가들의 교류를 확대하고자 한다고 말했고요. 2015년에 러시아 주관으로 처음 시작된 군사 분야 연례 경연대회인 국제군사대회’(International Army Games)에 북한팀이 참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지난 달부터 북한에 관광객을 보내기 시작했는데요. 북러 간에 인적 교류를 촉진하면서 노동자 파견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은 유엔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러시아도 이 사실을 인식하고 있으며, 노동 비자 외에도 관광 비자나 유학 비자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기자> 일부에서는 2년을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북러 간 군사적 밀착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도 여전한 상황에서 앞으로 북한의 행보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현 시점에서 북한의 주요 목표는 내년 1월 트럼프 정부가 재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에 대해 핵무기 보유권 확보대북제재 해제’, 그리고 주한미군 철수에 관한 협상을 주도하는 겁니다. 북한은 최근 일본과 접촉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일본이 미북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하도록 하는 노력입니다. 북한은 만약 미북 협상이 이뤄지면 중국도 북한을 경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2022년 봄부터 냉각된 북중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현재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경제적 지원을 받는 방향으로만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러시아의 태도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지만,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나라가 많지 않기 때문에 러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할 것입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때까지 북한으로부터의 탄약 지원을 계속 받아야하기 때문에 북한과의 우호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북한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며, 양국 간에는 공통된 가치관이 없습니다. 따라서 북러 사이의 우호 관계는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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