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축구 경기 취소, 전염병 외 다른 이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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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이달 26일에 열릴 예정이던 북한과 일본의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4차전이 갑작스럽게 취소됐습니다. '아시아축구연맹' 등의 발표에 따르면 북한의 통보에 의한 결정으로 알려졌는데, 경기 취소에 대한 북한 측의 설명을 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북한은 일본 도쿄에서 북한과 일본 간 경기가 있었던 3월 21일아침,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일본 내에서 독성쇼크증후군(STSS)이 확산하고 있다"며 "평양에서 경기 개최가 어려워졌다"고 통보했습니다. 한국 언론에서는 지난 3월 20일, 영국 가디언의 기사를 인용해 올해 일본에서 독성쇼크증후군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고, 북한 노동신문도 다음날 이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다만 이에 앞서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1월 19일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독성쇼크증후군 환자가 최대 규모에 이르렀다고 언급했는데, 이 정보는 북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며, 일본 후생노동성의 웹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염병이 이유라면 사실상 북한은 이미 지난 3월 '아시아축구연맹'의 평양 시찰 전에 거절했어야 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월에 파리 올림픽 예선전에 여자 축구 대표팀을, 그리고 이번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는 남자 축구 대표팀을 일본에 보냈습니다. 전염병에 대한 우려가 사실이라면, 선수단의 파견을 취소했어야 일관성이 있어 보일 텐데, 이 또한 다소 의문스러운 점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루스의 대유행 때 매우 엄격한 대응을 취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2020년 1월에 즉각적으로 국경을 봉쇄하고 그 조치가 작년 8월까지 지속됐습니다. 북한의 의료 체계는 매우 취약하며, 의료물자와 약품도 부족합니다. 독성쇼크증후군의 사망률이 30%에 달한다고 하니, 북한 내에서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고, 이에 대한 우려는 당연히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북한 외교 당국이 올해 초부터 일본을 둘러싼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러한 정보가 김정은 북한 총비서나 그의 측근들에게 전달되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일에 나온 한국 언론의 보도는 김 총비서나 북한 당국자들도 접하기 쉬운 정보이며, 이후 이에 관한 정보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원래부터 일본 축구대표팀을 받기 어려웠거나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김정은 총비서에게 전염병 확산은 큰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충성 경쟁의 하나로 이용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사정을 고려하면, 북한이 갑작스럽게 일본 대표팀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기자> 북한이 전염병을 이유로 경기 취소를 통보한 것이 다소 갑작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보이는데요 . 다른 이유는 없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저는 전염병이 하나의 이유라고 보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내에는 일본을 적대하는 세력이 존재하며, 이들은 일본이 독자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을 비롯해 미국, 한국과 안보 협력 강화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부터 한미일 3국이 북한 탄도미사일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 시작한 것 등을 근거로 일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또 국가보위성 관계자들도 일본인 납치 문제로 많은 비난을 받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북일 협상이 진행될 경우 이들이 비판을 받거나 경질될 가능성이 있으며, 일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이유로 이들은 일본을 수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대해 따지며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이 지난 2월 여자 축구 대표팀을 받아들이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되었을 것입니다. 또 이번에는 재일교포 언론 관계자도 방북 허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올해 초부터 남북 통일 정책을 포기하고 대규모 조직 개편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주에도 남북 통일 관련 조직 해산 보도가 있었는데,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비롯해 해산된 조직이 많습니다. 제 정보에 의하면 정찰총국이나 당통일전선부처럼 한국과 관련이 있는 부서들도 개편 대상이라고 합니다. 북한 사람들은 조총련을 대남 공작 기관 중 하나로 보고 있어서 이에 연루된 일본 관계자를 수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북한 당국자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현재로서는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고 판단하는 이들이 일본에서 확산하는 전염병을 자신들 주장의 근거로 활용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최근 북한이 일본과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요 . 이런 가운데 이번 경기 취소가 북일 관계를 해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 외무성의 일본 담당자들은 일본 대표단의 방문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11월, 평양에서 있었던 일본 대 북한 경기 당시의 상황과 유사하게, 이번에도 일본 외무성 관계자 14명이 방북할 예정이었죠. 제 정보에 따르면, 2011년 당시 북한의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 담당 대사와 외무성의 일본 연구소 연구원들이 고려호텔을 방문해 일본 외무성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했고, 이때 송일호 대사가 그 경기를 성공적인 행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에도 일본 외무성의 방문이 예정돼 있었고, 특히 파견팀의 단장은 일본 외무성 정책 과장으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비록 정치적 협상 권한이 부여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북한과 일본은 2월부터 사전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합니다.

따라서 북한이 일본 외교 당국자들의 수준에 대한 불만때문에 경기를 취소했다는 것은 이유가 아니라고 봅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1월 5일 일본 지진 피해와 관련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보낸 것을 포함해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일본 외무성 관계자들의 방북 자체를 긍정적인 신호로 여겨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를 달갑지 않게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 2월 일본과 협상 의지를 밝힌 담화를 발표했지만, 다음날 일본 관방장관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일본인 납치 문제를 강조했습니다. 이런 일본 측의 반응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있었으며, 그 결과 일본 대표단의 방북을 호의적으로 보던 사람들이 이에 반대하는 세력에 밀린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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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일본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3차전 경기가 열린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 관련 포스터가 붙어 있다. / 연합뉴스

<기자> 말 씀하신 것처럼 북한 내에서 일본에 부정적인 세력의 영향이 없지 않았을 것이라고 관측하셨는데요 . 결국, 김정은 총비서가 이들의 의견을 더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김정은 총비서는 개인적으로 영국 프리미어리그,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안데르센 전 북한 축구대표팀 감독과의 인터뷰에서도 들었지만, 김 총비서는 북한 대표팀의 시합 때마다 경기장에 가서 응원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김 총비서 본인은 실제로 일본 대표팀의 방문을 환영하는 입장이었지만, 상황이 자주 바뀌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취재한 바로는 지난 3월 21일 아침, 북한 측에서 '아시아축구연맹'에 "평양 경기를 개최할 수 없다"고 통보했고, 일본 관계자들은 시차 등의 사정으로 즉시 이를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북한 선수들도 이날 밤 경기가 끝난 후에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하네요.

북한축구협회도 이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지 않은 분위기였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1일 경기 운영에 대해 많은 협의를 했는데, 일본 외무성 관계자 중에는 다음 날 중국 북경을 경유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22일 북경에 있는 북한 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아야 했는데, 북경에 있는 북한 대사관 관계자들도 경기 취소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북한이 비자 발급 취소나 북경에서의 비행기 연결, 고려호텔 예약 등을 취소한 것이 아니라, ‘아시아축구연맹’에 단지 경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일본과 심리전을 벌여왔지만, 일본을 속였다는 느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북한 외교 당국도 이번 결정을 주도해 외교 전략으로 삼았다고도 보기 어렵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취소에 북한 내부에서도 당황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기자> 현재까지 알려진 정황을 종합해 볼 때, 북한 측에서 이번 경기를 일부러 취소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고려했을 때 북한은 현재 어떤 상황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저는 이번 사태를 통해 북한이 가진 여러 문제점들이 많이 부각됐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로 북한의 열악한 의료체계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 다시 한 번 드러났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보도에 따르면 양강도에서 신종 코로나비루스의 재확산이 있었고,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나타냅니다. 또한, 일본이 지난 1월 자국 내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북한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을 볼 때, 북한이 고립주의적 태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월과 3월, 일본과 경기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일본과 접촉을 통한 정보 수집이나 내부 협상 등도 실행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북한의 여러 부서들이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하는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며, 이는 정책이 갑작스럽게 바뀌는 일이 잦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 남북 통일 정책 포기가 북한 내부적으로 큰 혼란을 일으키고 있을 가능성도 지적됩니다. 작년 8월부터 인적 교류를 재개했음에도, 재일 교포들은 여전히 북한 방문 가능성에 대해 문의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혼란이 북한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운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