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회 긴급 진단] ① 각종 법 제정으로 주민 손발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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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 상반기에도 북한에서는 기본적인 생명권부터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검열과 단속에 관한 소식이 잇따라 들려왔습니다.

특히 ‘평양문화어보호법’,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 각종 법률을 새로 제정하거나 개정하고, 이를 위반한 사람들을 강력히 처벌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삶과 생각을 꽁꽁 옭아맸는데요. 심지어 연좌제까지 부활해 가족끼리 감시자로 만들었습니다.

김정은 체제의 유지를 위한 내부 결속과 주민들의 불만 잠재우기 등을 목적으로 통제를 점점 강화한 2023년 상반기 북한 내부 사회와 인권 상황을 천소람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한국과 전화 통화를 한 혐의로 일가족을 체포했다.”

“한국어를 사용하거나 유포한 자는 최대 사형에 처한다.”

“길거리에서 개인 노트북을 검열한다.”

“군인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한 학생이 사망했다.”

최근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입니다.

올해 상반기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주민에 대한 당국의 단속과 통제는 점점 심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평양문화어보호법’,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연좌제’, ‘간부들의 공권력 남용’ 등으로 주민들의 인권 상황은 더 열악해졌다는 게 소식통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입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최근 (2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김정은 정권에서는 법을 만들어 철저히 지킬 것을 명령하고, 이를 위반할 시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통치 수단의 특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예를 들어 '평양문화어보호법'이 있지 않습니까. '평양문화어보호법'은 "괴뢰말씨를 본따지 말라"든가 "괴뢰말로 쓴 책이나 동영상 같은 것을 유통하지 말라"든가, 그리고 최악의 경우 "사형에 처한다"라는 엄벌주의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법을 만들고 이를 위반한 사람들은 간부든, 부유층 자식이든, 일반 주민이든 관계없이 무자비하게 집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규창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2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이 2020년을 전후로 여러 가지 새로운 법을 제정한 것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코로나비루스의 대유행 이후 경기 침체와 사회 통제 등으로 주민들의 불만이 쌓여가자, 이를 억누르기 위해 통제를 한층 강화했다는 것이 이 선임 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이규창] 몇 가지 법들을 주목해서 보고 있습니다 . 일단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청년문화보호법' 등이 굉장히 주목되고요. 내부적으로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형법'이나 '행정처벌법'을 통해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도가 보입니다. '형법'도 2015년 이후 9차례 개정됐는데, 조문 수도 많이 늘어났거든요. 그래서 처벌이 강화되고 있고요.

또 이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의 재유행을 대비해 제정된 ‘비상방역법’도 결국, 방역을 빌미로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규창] 코로나 이후 주민들의 불만이 많이 쌓였을 것 같아요. 먹고살기 위해 나가야 하는데, 그런 것도 못 하고 장사도 못하게 하니 불만이 쌓이니까 억누를 필요가 있어서 통제를 강화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무리 강화해도 모든 걸 통제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해 나타날 것 같습니다.

남한 사회∙문화 유입 철저한 근절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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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초 배포된 것으로 알려진 ‘새로 채택된 평양문화어보호법의 요구를 잘 알고 철저히 지켜나갈데 대하여’. / J.M선교회 제공

올해 1월,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에서는 남한말을 비롯해 외국식 말투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평양문화어보호법’이 채택됐습니다.

당시 RFA가 입수한 문건, ‘새로 채택된 평양문화어보호법의 요구를 잘 알고 철저히 지켜나갈 데 대하여’에는 ‘평양문화어보호법’의 주요 내용과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명시돼 있는데, ‘괴뢰말’, 즉 한국식 언어를 쓰면 6년 이상의 징역형, 한국식 언어가 쓰인 인쇄물 등을 제작하거나 유포한 자 또는 가르친 자는 최고 무기 노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실제 지난 4월에는 북한 운동선수 20명이 남한말을 사용하다 3~5년의 노동교화형에 처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4월 6일) RFA에 “북한 삼지연으로 체육 훈련을 하러 갔던 스케이트 선수들이 훈련 중간 휴식 시간에 끝말잇기 놀이를 하다 남한말을 한 것이 화근이 돼 오락회에 참가한 20명 전원에게 교화형이 내려졌다”고 전했습니다.

또 이시마루 지로 대표도 “법을 어긴 사람은 간부 자식이나 당원, 돈주들의 자식은 물론 미성년자도 예외 없이 단련대나 교화소에 보내는 등 엄벌에 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코로나 이전에는 우리 취재 협조자들도 "몰래 봤다", "중학생 딸이나 아들들이 한류 스타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선호하고 잘 보고 있다, 연습까지 한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무서워서 오히려 자녀들이 "아빠, 엄마 보지 말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지금 공포가 지배하는 분위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단속이 심하다 보니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북한식 말투를 연습하는 희한한 풍경도 펼쳐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3월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에 따르면 (3월 12일) 북한 당국이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시행하며 평양말을 살려 나가는 것을 장려하고 있지만, 이미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오빠’, ‘자기야’, ‘사랑해’ 등 한국식 말투에 익숙해진 주민들이 다시 ‘동무’, ‘기래서(그래서)’, ‘알간(알겠니)’ 등의 평양말을 연습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또 북한 사회안전성은 지시문을 통해 한국식 이름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북한 자강도의 한 소식통은 (6월 1일) “‘시대의 요구에 맞는 우리 식의 이름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자’라는 제목의 강연이 있었다”면서 “자녀들의 이름과 관련해 중앙의 지시가 있었던 것 같다”고 RFA에 밝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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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의 4.25문화회관 주변에서 한 남성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AP

3년 전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의 강경 기조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2020년 12월에 ‘반동사상문화배격법’, 2021년 9월에는 ‘청년교양보장법’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최근 (5월15일) RFA에 “청년들이 손전화기에 이색적인 생활 풍조, 즉 남조선식 창법을 쓴 우리 노래나 출처 불명의 화면 편집물, 남조선 말투로 된 통보문 등을 입력해 가지고 다니는 현상에 관한 내부 지시문이 내려졌다”며 “이를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추호의 용서도 없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이미 신의주시에서 남조선 말투로 된 통보문(문자), 점보는 방법, 중국 만담 등 이색적인 녹화물을 손전화기에 저장하고 있던 수십 명의 청년들이 적발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심지어 북한 당국은 개인용 컴퓨터에 대한 집중 검열에 나서며 하드디스크, 즉 보조기억장치까지 확인하고 있는데,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6월 14일) “청진시에서 개인 컴퓨터에 대한 검열이 진행되고 있다며 “보위부, 안전부, 검찰소 성원으로 구성된 검열관들이 컴퓨터가 있는 집들을 돌며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고 RFA에 말했습니다.

소식통의 집에 검열 성원이 2명이 왔다며 “이들은 컴퓨터에 ‘붉은별’ 운영체계를 쓰는지 확인한 후, 하드디스크까지 깐깐히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이규창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사상을 통제하는 법들을 계속 제정하고 있다며 특히 올 상반기에는 이를 더 강화하는 모습이 도드라진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이규창] ' 반동사상문화배격법 ', '청년교양법', 그리고 올해 1월의 '평양문화보호법' 등 계속해서 사상을 통제하는 법들을 제정했는데요. 이게 한국, 특히 외부의 정보나 문화가 (북한으로) 들어가면 주민들의 체제 결속이 이완되고, 김정은 (총비서의) 입장에서는 정권에 상당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무너뜨린다. '그걸 방지하는 법을 만든다'고 반복해서 얘기하거든요.

“한 사람으로 끝나지 않아”… ‘연좌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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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청년전위들의 결의대회 모습. /연합

지난 1월, 함경북도에서는 일가족 4명이 체포된 일이 있었습니다.

가족 중 한 명이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과 전화 통화를 했는데, 당사자뿐 아니라 전체 가족이 모두 끌려간 겁니다.

이 소식을 전한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1월 26일) “한국과 전화 통화를 했다는 이유로 체포되는 사례는 있었지만, 온 가족이 끌려가는 것은 처음 목격했다”며 “외부 세계와 전화로 내통한 자는 본인뿐 아니라 가족도 함께 처벌하는, 이른바 ‘연좌제’를 적용하겠다는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우려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은 지난 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위반한 부모에게 연대적 처벌을 가하겠다고 선포한 바 있으며, 평안남도 덕천시에서는 (2월 21일) “청소년들이 남한 영화를 보거나 남한 말투를 따라 하다 적발되면 해당 자녀의 부모도 처벌한다”는 내용의 인민반 회의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이는 ‘연좌제’를 도입함으로써 가족들끼리 서로 감사하라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규창] 남한에 있는 가족과 전화하는 것도 결국 조국 반역죄, 반국가∙반민족 범죄로 간주해서 강력히 대응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북한의 보위성이나 사회안전성 성원들이 통제하는데, 아마도 범죄나 일탈 행위가 많다 보니 국가보위성, 사회 안전성 관리들만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탈북이나 전화하는 것을 감시해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도 처벌받을 수 있다’라는 차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지난 5월에는 함경북도 회령에서 과거 한국과 전화 통화를 연결해 주던 브로커 3명이 뒤늦게 체포되는 등 북한 당국의 통제와 단속은 더욱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간부들의 권력남용∙폭력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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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안과 국경을 마주한 곳에서 북한 군인들이 트럭을 타고 이동하는 모습. /AP

북한 당국의 검열과 단속이 심해지면서 간부들의 권력 남용과 부정부패도 주민들의 삶을 더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부터 러시아 건설 현장에 나와 있던 한 북한 노동자는 (5월 8일) RFA에 “노동자 해외 파견에 대한 기준과 선발 과정이 복잡한 것을 핑계로 간부들이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것은 일상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6월 14일) 당국의 컴퓨터 검열에서 “친구가 ‘붉은별’ 운영체계를 쓰지 않아 노트컴(노트북)을 회수당할 뻔했지만, 검열 성원에게 중국 돈 200위안(미화 28달러)을 주고 겨우 무마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또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간부들과 군인들이 주먹을 휘두르기도 하는데, 양강도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5월 7일) 군인들이 세워놓은 자동차에서 휘발유를 훔치다 붙잡힌 학생이 병사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사망하기도 했으며, 최근(6월 21일)에는 평양시 주택 건설에 동원된 군인 6명이 음주 상태에서 난동을 부리다 이를 말리던 주민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뿌리 깊은 북한 간부들의 공권력 남용과 부정부패, 군인들의 폭행 등을 방지하기 위한 법도 제정됐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이규창] '허풍방지법'이라는 게 중간에서 간부들이 식량을 빼돌리거나 착복해서 유용하지 말아라, 그럴 경우 처벌하겠다'는 법이거든요. 식량뿐 아니라 아파트나 건물 등을 지을 때도 자재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것도 빼돌리는 걸 '허풍'이라고 합니다. 전반적으로 그런 부조리와 뇌물 문제가 중간에 많은 것 같습니다. '구타행위방지법'도 계속해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의 일반 사회와 구금시설에서 구타를 방지하고 구타하는 사람들을 처벌하겠다는 법인데, 그걸 보면 북한 사회에서 구타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이처럼 새로운 법을 제정하면서 주민을 통제하는 이유는 결국, 체제를 유지하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또 2021년에 제정된 ‘혁명사적사업법’은 김일성, 김정일뿐 아니라 김정은 총비서까지 명시돼 있어 앞으로 개인 우상화는 더 가속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따라서 올 상반기 이에 반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법의 잣대를 내밀어 엄격히 처벌하고, 체제 결속을 위한 주민 통제와 내부 결속을 도모해 온 가운데, 앞으로도 북한 주민들은 법의 이름 아래 손과 발이 더 꽁꽁 묶일 전망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