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미군, 미북 대화 재개에 영향 없을 수도”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3.07.20
“월북 미군, 미북 대화 재개에 영향 없을 수도” 미국의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인 '켄터키함'(SSBN-737)이 지난 18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하는 모습.
/연합뉴스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한국 합동참모본부와 일본 방위성 등이 지난 19일 북한이 동해상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2일 북한이 고체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지 일주일만인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방위성의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9일 오전 3 29분과 3 45분에 평양 인근에서 일본 해안으로 두 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첫 번째 미사일은 약  50km의 고도로 550km를 비행했고, 두 번째 미사일은 약 600km를 동일한 고도에서 비행한 뒤 일본의 배타적 경제 수역에 떨어졌다고 합니다. 또 이번 발사는 미사일이 변칙적인 궤도를 가졌을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이러한 궤도와 사거리를 고려할 때, 600km 정도의 사거리를 가진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유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편, 미사일의 비행 상황을 관측하기 어렵고 군사적 행동도 쉽지 않은 새벽 시간대에 연속적인 발사가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저는 이번 발사가 다양한 개발 목적의 실험이 아닌 순수한 군사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미일은 북한이 발사하는 KN-23이 이미 실전 배치돼 있다고 분석하고 있고요. 앞으로 두 발의 미사일 발사 시간과 발사 간격, 발사 위치 등을 분석하면서 미사일의 구체적인 성능, 북한 군의 지휘 능력 등을 평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자> 앞서 한미 정상은 지난 4월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 채택한워싱턴 선언을 통해 확장 억제 협의체인 NCG, 즉 핵협의그룹 창설에 합의한 바 있고, 지난 17일에는 한미 핵협의 그룹(NCG)이 첫 번째 회의를 가졌습니다.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짚어주시겠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 지난 18일 서울에서 처음으로 열린 한미 핵협의그룹 회의에서 한국의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미국의 확장 억지력 공약을 전적으로 신뢰하겠다라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전해집니다. 미국 백악관의 커트 캠벨 인도태평양 조정관도 미국의 전략핵잠수함(SSBN)이 수십 년 만에 한국으로 귀항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이러한 시도가 군사적인 관점에서 새롭다고 평가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2011년부터 한국과 확장 억제 협의를 진행한 바 있으며,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전략핵잠수함 내부를 한국에 공개한 적도 있기 때문입니다. 2004년부터 괌 앤더슨 공군 기지에 ‘B-52’, ‘B-1B’, ‘B-2’와 같은 전략 폭격기를 계속 순환 배치해 왔습니다. 이는 '전폭기 지속 전개(Continuous Bomber Presence Mission)'라는 작전명으로도 알려진 바 있습니다.

 

미국의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SSBN)이 탑재한 트라이던트 2’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약 1 2km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 잠수함을 굳이 한반도 근처까지 파견하지 않고도 북한을 충분히 공격할 수 있을 사정거리를 갖췄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트라이던트 미사일을 탑재한 전략핵잠수함이 한국에 귀항한 것은 한국을 지키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는 정치적 의미는 있지만, 군사적인 측면에서 효용성을 고려하면 큰 변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도 미국은 다른 동맹국에 미국의 핵무기 공격 목표가 어디인지’, ‘어떤 경우에 미국이 공격할 것인지에 관한 군사 정보를 공개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미국이 한국과 핵 공격에 관한 공동 작전 계획을 세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다시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군사 도발을 계속한다면, 한국 내에서 핵 보유나 핵 개발을 원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에 대해 저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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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8일,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한국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의 판문점 근처에 서 있다. 이 사진이 찍힌 지 얼마 되지 않아 주한 미군인 트래비스 킹 이등병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JSA를 통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으로 건너간 사건이 발생했다. / AP

 

<기자> 지난 18일에는 외국인 관광객과 함께 안보 견학을 간 주한미군 소속의 트래비스 킹이라는 이름의 23세 미 육군 이등병이 월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번 사건이 앞으로 미북 간 대화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 유엔군사령부는 지난 18일 남북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에 넘어간 미군 병사가 북한에 억류된 것으로 발표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과거에 한국계 미국인인 케네스 배와 오토 웜비어 등 여러 미국인을 억류하면서 그들을 미북 대화에 이용하는 '인질 외교'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질 외교는 국제사회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았습니다. 김정은 북한 총비서도 이러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신경 쓰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미국뿐 아니라 2017년에 한국계 캐나다인인 임현수 목사를 31개월 동안 구금한 뒤 석방한 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에 월북한 미군 병사가 미국으로 돌아가고자 한다면 석방할 수도 있다고 예상됩니다. 다만 문제는 이번 사건에 연루된 미군 병사가 자발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과거에 일본 납치 피해자 중 한 명인 소가 히토미 씨의 남편, 찰스 젠킨스 씨도 미군 병사였는데, 그도 1965년에 스스로 월북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젠킨스 씨를 미국을 비난하는 영화에 출연시켜 정치적으로 이용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 북한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대화할 의사를 전혀 갖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만약 이번에 월북한 미군 병사가 북한에서 계속 살고자 한다면 그의 의지를 받아들이고, 그가 미국을 비난하는 발언을 하도록 유도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다만 저는 이번 사건을 통해 북한과 미국 사이에 어떠한 대화의 기운이 생길 수 있다는 일부 관측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않는 입장입니다.

 

<기자> 잇따른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주한미군의 월북 소식 등 한반도에서 여러 시급한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요. 앞으로의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최근 북한을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북한의 열병식 준비 정황을 엿볼 수 있었듯이 북한은 오는 7 27일에 열리는 전승절 열병식에 대한 준비를 계속 진행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다양한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전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과거의 북한 행동을 고려하면 점점 도발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난 19일에 발사한 미사일은 단거리 미사일이었지만, 그 다음으로는 중거리 미사일, 그리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도발의 강도를 높이려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편, 이번 주 후반부터는 장마전선이 북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보돼 있습니다. 북한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김 총비서도 국내 문제에 집중하면 군사 활동을 할 여유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군사적인 도발을 계속 진행한다면,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 총비서에 대한 불만이 더 커질 가능성도 예상됩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7일 한미 확장 억제를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당시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미국이 확장 억제를 강화하고 군사동맹 체제를 과도하게 확장할수록 자신들과의 회담은 멀어질 뿐이라고 언급했는데요. 김 부부장의 담화를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김여정 부부장은 최근 담화에서 지난 12일 발사를 언급하며 며칠 전에 미국이 목격한 화성-18형 미사일은조선의 군사적인 공세의 시작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부부장의 담화에서는 미국의 전략폭격기나 정찰기의 비행 활동, 그리고 한미 핵협의그룹(NCG)과 미국의 전략핵잠수함 한반도 파견 등을 비판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다시 "대한민국이라는 말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 앞뒤에 따옴표(≪≫ 북한에서 겹화살괄호)를 사용했습니다. 이는 한국을 진정한 정식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인식해 온 남북관계와 달리 이제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나 통일전선부가 담당하는 어떤 특별한 관계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일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12일과 19일의 북한 미사일 발사는 한국과 미국이 취하고 있는 조치에 대한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무언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한국과 미국의 행동을 자신이 묵인한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을 우려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19일에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을 통해 도발의 수준을 재설정하고, 이후에는 중거리 미사일이나 장거리 미사일, 탄도 미사일 등을 다양하게 발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중국 국방부는 지난 16, 동해에서 열리는 러시아 해군의 훈련에 중국군도 참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이러한 중국군이나 러시아군의 해상 훈련과 연계해 군사적인 도발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기자> .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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