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하는 ‘핵 보유국’ 러시아…김정은 두려울 것”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2.11.04
“고전하는 ‘핵 보유국’ 러시아…김정은 두려울 것” ‘화성 12형’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평양의 김일성 광장을 행진하고 있다.
/AP

앵커: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와 포사격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현웅 한국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여전히 대남혁명통일전략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현 정세를 혁명에 유리한 정세로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대남혁명통일전략’ 전문가인 이 연구위원은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바탕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얻기 위해 고강도 추가 도발을 계속해나갈 것으로 내다보면서, 우크라이나 전쟁도 핵무기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이현웅 연구위원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핵 무력 고도화 정책 굳혀

 

  • 이현웅 연구위원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한반도의 긴장 상황이 갈수록 고조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부터 지금의 한반도 상황을 지켜보시면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무엇일까요?

 

[이현웅]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은 핵무기와 힘을 가진 강대국이 핵무기 없는 약소국의 주권과 영토를 유린할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보여줬고요. 이에 대해 국제질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도 드러났습니다. 이를 볼 때 북한은 핵 무력 고도화 정책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더욱 굳힐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북한은 러시아가 불법 침략행위를 계속하고 있음에도 미국과 유럽연합, 나토 등 서방 진영과 유엔이 직접적인 군사개입을 주저하고 있는 상황을 목격하면서, 선제타격과 응징보복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 무력강화 정책에 몰두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의 핵무기 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대북 강경책과 유화정책을 모두 동원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북한은 앞으로도 한국 사회의안보 양극화를 최극단으로 몰아가면서 이념 갈등, 사회 혼란 조성 수단으로 활용해 나갈 것이라고 봅니다.

 

  • 연구원님께서는 북한의 대남혁명통일전략을 오랫동안 연구하셨고, 이 분야의 전문가이신데요. 막강한 한국의 군사력, 굳건한 한미동맹에도 무력을 앞세운 북한의 대남통일전략이 여전하다고 보시는지요?

 

[이현웅] 북한은 선군정치와 핵무기 개발로 체제 위기를 극복해 오면서 대남혁명통일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혁명역량을 꾸준히 강화해 왔습니다. 북한의 3대 혁명역량을 살펴보면, ‘북한대내 혁명역량은 핵무기 보유로 더욱 강화되었고, ‘국제혁명역량도 중국, 러시아와 정상적인 관계를 회복하면서 최근 더 강화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한혁명역량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은 대남 혁명 정세를 주관적 정세’, ‘객관적 정세’, ‘혁명에 유리한 정세’, ‘혁명적 정세’, 그리고 결정적 시기로 구분해 평가하고, 여기에 맞는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데요. 북한은 현재의 정세를혁명에 유리한 정세로 판단하고 그 다음 단계인 혁명적 정세로 신속하게 나갈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핵보유국 지위 얻기 위해 도발 계속할 것

 

  • 미국 백악관이 최근(112)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했다고 밝혔듯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관계가 강화된 분위기입니다. 또 중국과 대만의 갈등, 한반도의 긴장 고조 등 동북아시아 지역의 정세도 출렁이고 있는데요.

 

[이현웅] 동북아시아에서는 러시아와 중국, 북한이 삼각 협력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러시아 제재에 가담하고 있는 미국과 한국, 일본이 동맹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새로운 냉전 구도가 급속하게 구축되고, 과거 냉전 시대에 버금가는 안보 불안도 재현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부터러시아식 해결책을 모방해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요. 북한 역시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로 하기 위해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군사적 긴장도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우크라이나전쟁이 러시아의 승리로 종결될 경우,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논리인안보 불가분성의 원칙을 수용해 한미동맹강화에 반발하면서 군사적 위협을 한층 강화할 것이며, 이에 편승한 북한의 고강도 군사도발도 함께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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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 AP

 

  • 한국 정부는 최근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엄정 대응 입장을 밝혔는데요. 국제사회와 한국은 북한의 어떤 전략을 경계하고 대응해야 할까요?

 

[이현웅] 북한의 대남혁명통일전략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미국이 유럽과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하더라도, 모두 승리할 수 있는 정치∙군사적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야만, 북한의 침략전쟁을 막아낼 수 있습니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핵무기 사정권 안에 포위되어 있는 한국이 자주 국방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지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 ‘핵무기 정치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침묵

 

  • 연구원님께서는 또 오랜 기간 북한의 노동신문을 읽고 분석해오셨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거의 아홉 달이 다 되어 갑니다. 그동안 러시아나 북한 등 공산국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정보나 진실이 충분히 전해졌다고 평가하시는지요?

 

[이현웅] 러시아나 북한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벌어지고 있는 처참한 전투 상황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에 대해서 선전하고 있지만 그 숨은 의도와 이유에 대해서는 일절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내부 반전 시위현황, 국제규범에서 금지하고 있는 반인도적 파괴와 살상행위 등을 자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하지 않고 있고요. 북한 역시우크라이나 사태의 근원을 미국과 서방의 패권주의 정책에 있다고 주장하고 러시아를 두둔하면서 일방적인 러시아 편들기에 나서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빚어지고 있는 참혹한 상황과 침공의 불법성에 대해서는 주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있습니다.

 

  • 북한을 비롯한 공산권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현웅] 이들 국가의 통치자 입장에서 볼 때, 전쟁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이유는 우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여러 가지 변명에도 불구하고, 유엔헌장(2 4)과 부다페스트양해각서, 민스크협정과 같은 국제규범과 국가 간 약속을 어긴정의롭지 못한 전쟁이기 때문일 겁니다. 또 공산주의를 포함한 전체주의체제 언론의 한계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전체주의체제의 언론은권력의 획득과 유지의 도구이며혁명의 무기이고 수단이라는 매우 제한된 역할만 수행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경우 전통적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형적인 제국주의적 악행에 해당하는데, 이에 대해 합리적인 선전 논리를 마련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보도 통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러시아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중국으로서도 이 전쟁에 관해 정상적인 보도가 들어갈 경우, 중국 인민들의 관심 증대는 대만 문제, 홍콩과 위구르, 신장자치구지역의 안정적 관리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크게 작용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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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숨진 사람들. / Watai Takeharu 제공

  • 끝으로 김정은 정권의 입장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침묵은 왜 중요할까요?

 

[이현웅] 김정은 정권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는 까닭을 살펴보면 지난 10년 동안 김정은 정권의 최고 최대 성과는국가 핵무력의 완성이었습니다. 미사일 발사 현장 지도를 통해 자신의 부족한 권위를 제고해왔고, 대미∙대남 핵 선제타격 위협 등핵무기 정치로 일관해 왔는데요. 이처럼 핵무기만 보유하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 수 있다는 주민세뇌교양으로 권력을 유지해오던 김정은 정권의 입장에서는, 가장 많은 수의 핵무기를 보유한 세계 제2의 군사 강국인 러시아가 약소국인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목적을 쉽게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주민들에게 알려질 경우 김정은의핵무기 정치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크게 우려했을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국제사회의 제재 장기화와 코로나 방역 실패,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따른 경제난으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참상까지 주민들에게 그대로 노출된다면 북한의 위기는 더 심화할 거라 생각합니다.

 

  • .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이현웅 한국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하는 가운데 북한의 대남통일혁명전략의 현주소를 짚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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