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주민, 방사능 노출에 대한 심리적 불안 커”

워싱턴-천소람 cheons@rfa.org
2023.04.20
“풍계리 주민, 방사능 노출에 대한 심리적 불안 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그래픽.
/연합뉴스

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셨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 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기자] 통일부가 다음 달부터 북한 핵실험장 인근에 거주했던 탈북민을 대상으로 방사능 노출 전수조사를 시작한다는 소식입니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출신 탈북민을 대상으로 피폭 전수조사를 한다는 건데요. 과거에 방사능 노출 전수조사 관련해 센터장님께서 면담을 진행하신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안경수] 과거에 정부, 북한 인권 관련 민간단체, 그리고 북한 정보를 수집하는 연구자 차원에서 공개적 또는 비공개적으로 관련 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한 적이 있습니다. 조사 당시 여러 가지 한계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범위 문제가 있습니다. 북한 핵실험 장소인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길주군 시내까지 거리가 꽤 됩니다.  풍계리 근처에 살았던 탈북민들을 조사한다고 했을 때 길주군에 살았던 사람들도 포함됩니다. 그리고 길주군이 아닌 주변 도시 혹은 어디까지 포함할지 범위 문제가 발생하죠.

 

두 번째는 북한이 핵실험을 2006년부터 진행했는데, 그러면 탈북민의 건강 상태가 어느 시점이 기준이 돼야 하는지 굉장히 모호합니다. (탈북민의) 과거 건강 상태 추적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북한 병원 기록이 있으면 기록, 영상, 피검사 자료 등을 대조해서 언제,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 밝혀질 여지가 있지만, 이 사람들이 언제부터 건강 상태가 유지되고, 또 안 좋아졌는지 추적이 불가능합니다. 이 부분이 항상 문제가 됐어요.

 

세 번째로 임상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피폭 피해는 기형아 출산, 피부 문제, 치아 문제, 그리고 극심한 피로감, 시력 감퇴, 탈모, 가슴 답답함 증상 등이 있는데요. 이러한 증상들의 대조군이 있어야 합니다. 풍계리 길주군과 그 근처에 있는 탈북민만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고 하면 임상적으로 유의미한데, 많은 탈북민이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어떻게 대조군으로 분류할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기자] 북한 주민의 방사능 노출을 의심해 볼 만한 과거 사례가 있을까요?

 

[안경수] 제가 수집하고 분석했던 증언 중산모가 기형아를 출산했다’, ‘피부가 벗겨진다’, ‘여성인데 정수리 부분 탈모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습니다. , ‘기운이 없다’, ‘허약해진 것 같다’ 등 증언이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증언은한 여성이 임신 중에 (태아가) 사산됐다’는 소문을 들은 바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건강 피해라고 생각되는 사례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이 방사능 피폭 사례라고 명확하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해당 지역 주민들, 즉 탈북민들의 (증언들은) 대부분 소문이었습니다. 피곤함은 자신이 경험한 거지만 피부 벗겨짐, 기형아 출산, 사산, 희귀 질병 등은 다 소문으로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런 점이 나타났다고 들으면 심리 특성상 당연히 핵실험과 연관이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해당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건강에 관한 소문이 돌면 주민들은 믿게 되는 효과가 납니다.

 

[기자] 그렇군요. 면담 조사를 통해 얻은 결과는 무엇인가요?

 

[안경수] 중요한 건 주민들 사이에 이러한 (우려 섞인) 인식이 있다는 겁니다. 풍계리 산골에서 강이 흘러 군지역까지 내려오는데요. 예를 들면물도 오염됐을 수 있으니 마시지 말라’는 소문도 있고, 이러한 소문을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건강이 안 좋아질 수 있는 걸 알고 있다는 거죠.

 

[기자] 일반적인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피폭에 대한 우려 혹은 두려움이 들진 않잖아요. 풍계리 주변에 거주했던 주민들은 일상생활에서 피폭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크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다음은 한반도를 덮친 황사와 미세먼지에 관해 질문을 드릴까 합니다. 최근 한반도의 하늘은 뿌옇습니다. 미세먼지나쁨’에 황사까지 동반된 상황인데요. 북한도 미세먼지와 황사를 피해 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 북한에서 황사, 미세먼지 피해 소식은 없었나요?

 

[안경수] 북한 주민도 중국 쪽 혹은 더 멀리에서 모래바람, 황사, 미세먼지가 온다는 걸 다 인식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황사에 대한 소식과 정보에 관해 실질적인 북한 내 정보가 많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중국 쪽에서 오는 (황사와 미세먼지) 풍향이 북·중 국경지대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우리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곳이 평안북도, 양강도, 자강도, 함경북도인데, 오히려 그 지역의 정보에서는 미세먼지나 황사에 대한 소식은 많지 않습니다. 북한 공식 매체에서는 미세먼지, 황사에 관해 계속 예보를 해주고 있으니 일반 주민들도 이에 대해서는 다 인식하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기자] 북한 황해북도에 황사 피해가 심했다고 하는데요.

 

[안경수] . 공교롭게도 우리가 정보를 취하는 국경지대는 미세먼지가 깨끗합니다. 기상 전파탐지기 사진을 보면 바람이 황해북도까지 갑니다. 한국 인천 서쪽은 (미세먼지가) 많은데요. (미세먼지, 황사가) 인천 쪽으로 가고 동해 쪽으로 휘어졌다가, 일본의 홋카이도 방향으로 빠지면서 바람이 태평양으로 나가는 흐름입니다. 그래서 공교롭게도 대한민국과 북한의 남쪽 지역이 최대 피해지입니다. 그래서 황사와 미세먼지가 황해북도 쪽으로 갑니다.

 

[기자] 지난 15일은 북한의 가장 큰 명절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 태양절이었습니다. 보건 의료적으로 주목할 만한 사건, 뉴스가 있었을까요?

 

[안경수] 도인민병원이 종합병원으로 명칭을 바꾸면서 시설도 양적, 질적으로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의료 기자재가 확충되는 정황이 있었습니다. 북·중 국경지대에서 무역이 재개되며 의료용품이 많이 유입됐다는 정보가 있었고, ‘이 의료용품들이 종합병원으로 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요. 확실히 기기들이 많이 들어왔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점은 북한에 남포 의료기구공장이 있습니다. 북한의 대표적인 의료기구 공장은 묘향산 의료기구공장인데요. 묘향산 의료기구공장은 당국이 중점적으로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데, 2022년에 북한이 코로나 비상 방역 상황을 거치면서 남포 의료기구공장에 관한 강조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설비를 현대화하고 생산 능력을 확장하자는 내부적인 움직임이 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이 중점을 두고 있는 의료기구 생산 공장은 세 곳이 있습니다. 묘향산 의료기구공장, 남포 의료기구공장, 평양 전자의료기구 공장인데요. 다른 의료기구 공장은 생산하는 제품들을 많이 홍보하고 있는데, 이 남포 의료기구공장에서 생산되는 의료기구는 (아직 그런 움직임이 없어서) 주목해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 당국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의료기구 공장에서는 반드시 성과가 나오거든요.

 

[기자] 그렇군요. 이 세 곳의 의료기구 공장에서 대표적으로 어떤 물건들이 생산되고 있나요?

 

[안경수] 묘향산 의료기구공장은 산부인과용 의자, 치과용 의자, 병실 침상 등이 생산되는 것으로 확인되고, 평양 전자의료기구 공장은 엑스레이나 전자 의료기구들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남포 의료기구공장에서 무엇이 생산되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보건의료 기반시설 측면에서 발전되고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의료기자재가 확충되고 있는 정황이 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정확히 어떤 정황일까요?

 

[안경수] 엑스선, 렌트겐 등이 새것으로 교체됐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평양 전자의료기구공장에서 생산한 것이 아닌 북·중 국경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보십니까?

 

[안경수] 북한 내에서 생산하는 기자재도 늘고 있지만, 북한 내에서 생산하는 게 충분하지 않습니다. 중국에서 엑스선을 포함해 CT, MRI, 초음파 기계 등이 들어오기 때문에 종합병원에 분포되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기자] ‘북한 보건∙의료 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 입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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