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지방발전 20x10 정책’ 지지부진… “기초 공사 수준”

서울- 천소람 cheons@rfa.org
2024.06.25
북 ‘지방발전 20x10 정책’ 지지부진… “기초 공사 수준”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가 지난 6월 5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북한 평안남도 성천읍에서 온실농장의 일부를 철거하고 새 건물을 짓는 건축공사가 진행 중이다.
/구글어스(좌), Planet Labs(우), 이미지 제작-정성학

앵커: 올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역점 사업인 지방발전 20x10 정책이 시행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위성사진 분석 결과 공장 건설 속도는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직 기초 공사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김 총비서가 직접 첫 삽을 뜨며 공사의 시작을 알린 평안남도 성천군조차 외벽 공사에 큰 진전이 없었고, 위성사진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공장이 정상 가동될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지방발전 20x10 정책을 시행 중인 20개 지역에 대한 진행 상황과 중간 평가를 다룰 예정인데요천소람 기자가 이 중 5개 지역을 살펴봤습니다.

 

대부분 10~20%의 공사 진척도기초공사에 머물러 

 

군인 건설자들의 헌신성에 의해 골조 공사가 기본적으로 결속되어 지방 공업공장들의 자태가 확연히 드러나게 되었다.” (조선중앙통신, 6월 17일)

 

첫해의 건설 대상인 20개 시, 군 지방 공업공장들이 착공 이후 석 달 남짓한 기간에 골조 공사가 기본적으로 결속됐으며 원림 녹화 사업도 병행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6월 17일)

 

앞으로 10년에 걸쳐 북한 내 20개 시, 군에 현대식 공장을 건설하고, 지방 주민의 생활 수준을 향상해 지역 간 불균형을 극복하겠다는 목적으로 진행 중인 북한의 지방발전 20x10 정책’.

 

최근 북한 당국은 대규모 군 병력을 동원하는가 하면 전문 기술단을 파견하는 등 지방발전 20x10 정책을 이행하는 데 박차를 가하는 모습입니다.  

 

올해의 절반이 지나간 가운데 지방발전 20x10 정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위성사진을 통해 총 20개 지역 중 평안남도 성천군과 황해남도 재령군, 강원도 고산군, 함경북도 경성군, 황해북도 은파군 등 5곳을 먼저 살펴봤습니다.

 

위성사진을 살펴본 김혁 한국 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21RFA에 지방 공장의 건설이 예상보다 더딘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제 막 기초공사가 끝났거나, 아직 기초공사에 머물러 있다는 겁니다.

 

[김혁] 위성 영상의 화질 때문에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초 공사가 끝나고 외벽이 올라 가는 모습들은 그림자에 의해 판단이 가능한데요. (외벽이 올라가는) 부분들이 생각보다 많이 안 나타나서, 좀 많이 정체돼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 당국은 골조 공사가 완료됐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공사의 진척 상황은 10~20% 수준에 불과해 보인다는 것이 김 선임연구원의 설명입니다.

 

[김혁] 골조 공사는 기초 공사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완료됐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외벽 유무의 차이가 있는 거죠. 기초 공사가 완료돼 외벽이 올라가는 정도에 따라 (진전된 지역은) 30% 정도 수준으로 보는데요. 기본적으로 10~20% 진행됐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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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황해남도 재령읍에 조성된 공장 부지에서 이전에 낡은 건물을 철거하고 신규 건축 공사가 진행 중이다. / 구글어스(좌), Planet Labs(우), 이미지 제작-정성학

 

위성사진에 따르면 그나마 공사 진행 상황이 비교적 빠른 곳은 평안남도 성천군과 황해남도 재령군입니다.

 

성천군은 지난 228, 김 총비서가 직접 착공식에 참석해 첫 삽을 뜨며 지방발전 20x10 정책의 시작을 알린 곳이기에 의미가 큰 지역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Planet Labs)’가 지난 65일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공업단지가 들어설 곳으로 추정되는 성천군 지역에 약 3.3 헥타르(33천 제곱미터) 크기의 부지가 조성됐습니다.

 

온실농장에서 기존에 있던 21개 동의 온실 중 14개 동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신규 공장 건설을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김혁] 아무래도 성천군 지역이 진전 속도가 있고요.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착공식에 참석했음에도 성천군의 속도는 생각보다 느려요. 성천군의 경우 30%도 안 됐다는 얘기죠. 20%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외벽 공사는 빠르게 올라가는 편이긴 한데, 외벽 공사를 진행하는 모습이 4~5월 사이에 크게 안 나타나고 있습니다.

 

황해남도 재령군에서도 약 3.3헥타르(33천 제곱미터) 크기의 새로운 공업단지가 조성됐는데, 낡은 건물들을 철거하고 새 건물을 짓는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위성사진을 분석한 정성학 한국 한반도안보전략 연구위원은 24 RFA에 황해남도 재령군의 공장 부지 일대에서 일부 건물에 대한 지붕 공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성학] 황해남도 재령읍이 빠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일부 지붕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반면, 강원도 고산읍은 공사 진행 상황이 느린 편입니다.

 

강원도 고산군에서는 약 1.6헥타르(1 6천 제곱미터) 크기의 공장 부지에 새 건물이 올라가는 모습이 식별됐고, 함경북도 경성군에서는 3.4헥타르(34천 제곱미터) 부지에서 건축공사가 한창인데, 공장 건물이 형태를 띠면서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 황해북도 은파읍에서는 약 4.7헥타르(47천 제곱미터) 크기로 조성된 공장 부지에 새로운 3개 건물의 파란색 지붕이 식별됐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강원도 고산군, 함경북도 경성군, 황해북도 은파군의 건설 공사가 상대적으로 더딘 진행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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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강원도 고산읍의 황무지에 조성된 공장 부지. 공사가 시작된 이후 새 건물이 올라가는 모습이 식별된다. / 구글어스(좌), Planet Labs(우), 이미지 제작-정성학

 

인력∙자재 부족에 공장 건설 지지부진가동도 불확실

 

김혁 선임연구원은 지방발전 20x10 정책의 진행 속도가 지지부진한 이유로 인력과 자금, 자재 부족 문제를 꼽았습니다.

 

[김혁] 영농철이기 때문에 아마 건설 역량을 집중하는 데 다소 한계가 있을 겁니다. 물론 건설 인력들이 대부분 군대로 충당되는데, 영농철이기 때문에 동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영농기에는 모든 북한 주민이 동원되거든요. 모내기 철, 파종 시기와 겹쳤기 때문에 그만큼 정체돼 있는 게 아닌가 판단됩니다.

 

또 당 중앙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건설 사업이 많아 필요한 건설 인력과 자재가 지방발전 정책에 제대로 조달되고 있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김혁] 지자체에서 각각 추진하는 사업이다 보니, 중앙 차원에서 강조한 정책임에도 (진행) 속도는 떨어지고 있는 겁니다. 중앙에서 진행하고 있는 주요 건설 대상을 보면 평양이 가장 1순위입니다. 서포지구는 이미 거의 다 끝났고, 화성지구 3단계를 진행 중인데요. 거기에 필요한 건설 인력과 건설 자재가 우선적으로 조달되다 보니까, 지방 공장 건설에 자재를 공급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건설 자재 문제가 결국, 건설 속도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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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함경북도 경성읍에서는 3.4헥타르 크기의 경작지를 없애고 같은 자리에 공장 부지를 조성했다. 새 공장과 건물이 형태를 띠면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 구글어스(좌), Planet Labs(우), 이미지 제작-정성학

 

이런 가운데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5지방발전 20x10 정책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위해 ‘217일 과학자·기술자 돌격대가 조직돼 활동을 개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2월17일 과학자·기술자 돌격대'는 주로 북한 명문대학, 연구기관 소속 과학자와 기술자 등으로 꾸려진 전문가 조직으로서 공장, 기업소, 건설 현장 등에서 기술적 문제에 대응하는 역할을 합니다.

 

김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에는 건설에 필요한 기술자와 기능공이 부족해 공사가 정체되고, 이것이 건물의 질적인 문제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돌격대를 조직하고 파견한 것은 지방발전 20x10 정책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기자] ‘지방발전 20x10 정책’이 시행되는 첫해입니다. 올해의 반이 지나고 있는데요. 올해 20개 지역의 신규 공장 완공, 가능할까요?

 

[김혁] 북한은 외형적으로는 완공됐다고 선포할 겁니다. 중요한 것은 현실적으로 가동이 되느냐인데, 그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보거든요. ‘(공장) 안에 들어가는 다양한 설비, 시설들까지 연말까지 다 해결할 수 있느냐를 볼 때 그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됩니다. 실질적으로 설비가 가동될지는 불확실한 측면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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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황해북도 은파읍에 조성된 4.7헥타르 크기의 공장 부지에는 파란색 지붕의 새로운 공장(3동) 모습이 보인다. / 구글어스(좌), Planet Labs(우), 이미지 제작-정성학

 

지방발전 20x10 정책을 시행한 지 반년이 됐지만, 이 중 5개 지역에서는 여전히 기초 공사만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과연 올해 안에 20개 지역에서 현대식 공장 건설이 얼마만큼 진척을 보일지, 나아가 그 공장들이 실질적으로 가동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 위성사진 분석정성학 한국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chungsh1024@naver.com)

 

에디터 노정민 웹팀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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