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① 클링너 “루비오 장관, 대북 소통 시도할 것”
2025.01.29
![[전문가 진단] ① 클링너 “루비오 장관, 대북 소통 시도할 것” [전문가 진단] ① 클링너 “루비오 장관, 대북 소통 시도할 것”](https://www.rfa.org/korean/news_indepth/trump-2-0-north-korea-policy-denuclearization-arms-control-bruce-klingner-01292025145603.html/@@images/ad8943fa-eca3-434e-8290-77a0a476ce7f.jpeg)
앵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언급하고, “김정은 총비서에게 연락하겠다”라며 다시 만날 의사를 밝힌 가운데 한반도 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 미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협상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그는 밀착한 북러 관계로 미국의 사용 가능한 지렛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미북 협상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서혜준 기자가 미 중앙정보국과 국방정보국에서 20년간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 문제를 분석해 온 클링너 선임연구원과 만나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과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8년 전보다 몸집 커진 북… 미북 협상 필요성도 적어져”
[기자]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님, 오늘 자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언급했는데요. 이 발언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시나요?
[기자]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가 ‘비핵화’지만, 정책에 변화가 있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을까요?
[브루스 클링너] 아직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지만, 만약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삼는 것을 포기한다면, 이는 여러 가지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줄곧 그렇게 생각해 온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비핵화를 포기하는 데 따른 파장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는 단순히 미국의 목표일 뿐만 아니라, 11개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 요구되는 사항입니다. 또한, 이는 미국의 입법에도 명시된 정책이며, ‘핵확산금지조약’(NPT)의 간접적인 목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비핵화를 목표에서 제외한다면, 수십 년간 유지돼 온 정책을 뒤집는 것뿐만 아니라, 유엔 결의안과 미국 법, 핵확산금지조약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가 됩니다. 더 나아가, 유엔 결의안을 무시하게 되면, 북한의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뿐만 아니라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 온 각종 제재의 법적 근거도 약화됩니다. 만약, 미국이 비핵화를 사실상 포기한다면, 다른 국가들도 “미국조차 제재를 제대로 집행하지 않는데, 우리가 왜 해야 하나”라는 의문을 품게 될 것이고, 이는 국제적인 대북 제재 체제를 약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총비서에게 연락하겠다”라며 다시 만날 의향을 밝혔는데요. 미북 간에 협상과 대화의 여지가 있다고 보십니까?
[브루스 클링너] 트럼프 대통령이 단순히 자신의 친분을 강조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8년 전 처음 집권했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매우 다릅니다. 그동안 북한은 군사력과 핵미사일 역량을 크게 발전시켜 왔습니다. 따라서 어떤 합의든 그 대가는 훨씬 더 커질 것이고, 김 총비서가 상당히 발전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쉽게 포기할 가능성도 더욱 낮아졌습니다.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때보다 협상에 나설 필요성을 덜 느낄 수도 있습니다. 현재는 러시아로부터 거의 아무런 조건 없이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북한은 작년 8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누가 당선되든 상관없다. 미국은 본질적으로 적대적인 정책을 펴고 있으며, (미국이) 군사 훈련과 전략 자산 순환 배치를 중단하지 않는 한 대화에 나설 의사가 없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 이러한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고도 북한으로부터 아무런 실질적 양보를 얻지 못한 전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김 총비서는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그런 조처를 할지를 지켜보면서, 그 이후에야 어떤 형태로든 협상을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루비오, 조율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 예상… 최종 결정은 트럼프의 몫”
[기자]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상대로 어떤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미북 협상에서 활용할 지렛대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북한에 유리한 상황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브루스 클링너] 제가 우려하는 점은, 만약 북한이 ‘평화 선언’이나 ‘평화 조약’을 내걸면, 트럼프 대통령이 “영원한 전쟁을 끝내겠다”고 말했던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남북 간에 우발적인 충돌 위험을 낮추는 것에 대해 언급했으며,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전쟁을 책임감 있게 끝내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미국이 평화 선언이나 평화 조약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만약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은 어떤 대통령도 하지 못한 일을 할 수 있다. 70년 간의 전쟁을 끝낼 수 있고, 노벨 평화상을 받을 수 있다. 문서에 서명하는 것은 쉽다”라고 한다면, 한미일에 대한 위협을 줄이지 않은 채 ‘평화 선언’ 또는 조약을 체결하려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군 병력을 없애거나 줄이는 기초를 마련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재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하는 막대한 경제·군사적 지원은 미국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지렛대를 더욱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김 총비서가 실질적인 압박을 느끼지 않는다면, 결국 협상의 대가가 더욱 올라가거나 협상 자체를 회피할 가능성이 큽니다.
[기자]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에는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과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김 총비서와의 만남을 반대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재개된다면, 북한에 대해 매파적인 태도를 보여온 루비오 국무장관이 이를 어떻게 조율할 것으로 보십니까?
[브루스 클링너] 그는 오랫동안 미국에게 위협이 되는 국가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정책 결정이 철저히 톱다운(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는) 형식이며, 내부에서도 이에 저항하거나 이행을 지연시키는 시도가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첫 주부터 대통령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 일부 직원에게 징계 조치를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북한과 소통을 시도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유럽의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협력해 북한을 협상장으로 다시 끌어들이며, 제재 이행과 군사적 대응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외교∙군사적 활동을 조율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겁니다. 하지만 최종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그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따르고 이를 이행할 겁니다.
[기자] 이번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이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십니까?
[브루스 클링너] 북한, 우크라이나, 러시아 문제는 확실히 외교적 우선순위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미국) 대통령은 경제와 국내 문제에 집중하고 싶어 할 겁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첫 주에 루비오 국무장관과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한 발언을 보면, 동맹국들에 대한 지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메시지가 전달됐습니다. 이는 많은 사람이 군 병력 축소나 동맹국과의 관계 약화를 우려하는 상황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북한도 분명히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으려 할 거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관여했다는 점에서 우선순위에 들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중국과 같은 더 큰 외교 문제, 또 국내 현안에 집중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시 말해, 북한을 위해 바로 평양행 비행기를 타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북한 인권, 다시 뒤로 밀릴 가능성도 있어”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는 어떻게 다룰 것으로 내다보십니까?
[브루스 클링너] 인권 문제는 종종 안보 문제에 비해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북한 인권 문제는 미북 관계에서 중요한 사안이지만, 북한과의 협상에서 핵 문제나 안보 문제처럼 더 급박하고 실질적인 사안들이 우선시되곤 했습니다. 북한 인권 특사 자리는 자주 공석으로 남아 있었고, 트럼프 행정부 첫 임기 동안에도 이 자리는 4년 내내 비어 있었습니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북한 인권을 옹호하는 데 있어 매우 적극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빠르고 강력한 대북 협상 경로를 추구할 경우, 인권 문제를 옹호하는 것이 오히려 협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루비오 국무장관이 오랫동안 북한 인권을 옹호해 왔지만, 이것이 핵 협상 등의 진행에 방해가 된다면, 결국 인권 문제는 다시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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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핵보유국’ 언급에 북, ‘핵 군축’ 요구 예상”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주에 북한을 자주 언급했습니다. 그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취할 수 있는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요?
[브루스 클링너] 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재검토의 결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대한 지원과 방어, 그리고 동맹국들과의 조약 의무 이행에 대해 강력한 확신을 주는 겁니다. 미국의 동맹국들과 적들이 확신할 수 있도록 ‘우리가 그들을 위해 있을 것이고, 공격을 받으면 조약 의무를 이행할 것’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또 이를 위한 결단력을 재확인하고, 능력을 유지하며, 필요하다면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어떤 이유로든 군 병력을 줄인다는 인상을 준다면, 이는 억지력을 약화하는 것이며,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모든 동맹국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서둘러 열었기 때문에, 이제는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낸 뒤에 미북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 미북 정상회담은 북한 문제에 대한 진전을 얻는 지렛대로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기자] 네, 말씀 고맙습니다. [전문가 진단] 지금까지 미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과의 대담이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