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호실 리정호의 눈] “트럼프의 외교 성과 욕구는 김정은의 ‘기회’이자 ‘위기’”
2024.11.13
“안녕하십니까. 저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대흥총국 고위 관리 출신 리정호입니다”
[북한 전직 고위 관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김정은 정권과 핵심 권력층의 비밀을 파헤치고, 오늘날 북한 정책의 허와 실을 짚어보며 정치, 경제, 사회를 분석해 보는 ‘39호실 리정호의 눈’,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KPDC) 대표와 함께 합니다.]
“아마 북한의 고위 간부들은 물러났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도전해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내심 놀랐을 겁니다.”
북한의 고위 간부들은 관영 매체의 공식 보도 전 별도로 배포되는 ‘참고 신문’을 통해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서는 “한번 물러난 대통령이 어떻게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지” 놀라며 속으로는 북한과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비교할 것이라고 하는데요.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의 만남이 다시 성사된다 해도 북한의 고위 간부들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 김정은의 의도를 잘 알기에 이번에도 실질적인 변화는 기대하지 않을 겁니다.”
과거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을 당시 북한 간부들은 대북 제재가 완화되거나 해제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 총비서가 다시 만난다 해도 큰 기대는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재선에 놀란 북 고위 간부들, 미국 선거 제도 비교할 것”
[기자] 리정호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지난 시간에 이어 오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북한 간부들도 미국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많을 것 같은데요. 인터넷이나 외부 정보가 차단된 환경에서 만약 노동신문이 선거 소식을 공식적으로 보도하지 않으면 북한 간부들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리정호] 북한 간부들은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TV와 같은 공식 매체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 소식을 보도하지 않으면 직접적으로 접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는 김정은이 민주적으로 선출하는 미국 대통령 선거 소식이 알려졌을 때 체제 유지에 위협을 받는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내각의 성 또는 중앙 기관의 국장급 이상 간부들은 별도로 배포되는 ‘참고 신문’을 통해 미국 대통령 선거 소식을 알게 됩니다. 저도 북한에 있을 때 ‘참고 신문’을 통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당선 소식을 접한 바 있습니다. 또한, 제한된 고위 간부들에게는 중앙당의 ‘1조’, ‘2조’ 강연회를 통해 이러한 소식을 설명하기도 하는데, 강연 참가 대상은 김정은의 서명으로 임명된 ‘노동당 비서국 대상’ 고위 간부들입니다. 그리고 외국 출장을 다녀온 간부들이나 조선중앙통신사, 또 외무성처럼 외국 소식을 다루는 제한된 전문 기관의 인사들을 통해서도 일부 외부 소식이 전해집니다.
이렇게 미국 대통령 선거와 같은 외부 정보는 일부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 제한적으로 공유되는데, 아마 북한의 고위 간부들은 물러났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도전해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내심 놀랐을 겁니다. “미국에서는 어떻게 한번 물러난 대통령이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아 복귀할 수 있지”라며 속으로 북한과 비교하며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대해 서로 대화를 나눌 겁니다.
[기자] 북한의 고위 간부들이 내심 놀랐을 거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고위 간부들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 제도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요. 특히 어떤 부분에서 놀라움을 느끼는지, 또 이런 제도를 북한의 정치 체제와 비교하면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합니다.
[리정호] 제 경험상, 북한의 고위 간부들은 미국의 민주적인 대통령 선거 제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입니다. 그들은 국민들의 투표로 대통령을 선출하고,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교체하는 방식에 대해 놀라움과 호기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김일성 가문의 세습으로 지도자가 계승되는 북한의 정치체제와 대비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간부들도 있는데, 이는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는 김일성 가문이 세습해야 한다는 사상 교육을 철저히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3대째 집권하고 있는 것이죠. 이 때문에 고위 간부들은 미국의 선거제도가 북한보다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여깁니다. 또 미국의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들이 국민의 지지뿐 아니라 비판까지 받아들이고, 대통령이 임기가 끝나면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점에 대해서도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46대 대통령 선거에서 떨어졌다가 다시 47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매우 큰 놀라움을 안겨 줄 겁니다. 그리고 현직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못하면 국민의 심판을 받고 떨어지며, 다른 경쟁자가 당선되는 제도도 눈여겨봅니다. 결국, 북한 간부들은 민주적인 미국의 선거 제도와 봉건적 세습 체제의 북한을 비교하면서 자신들의 미래를 그려 보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핵 포기않는 김정은, 간부들도 실질적인 변화 기대 안 해
[기자]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다시 백악관으로 돌아가는데요. 김정은 정권에서도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있을까요?
[리정호] 북한 정권은 미국과 경제적으로 연관된 것이 거의 없고, 한국이나 유럽 국가들처럼 미국의 경제 정책에 영향을 받는 것이 없기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의 재선에 따른 경제 정책은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관심은 오직 그와 세 차례 만나본 김정은이 유일할 겁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나름대로 전략적인 구상을 할 겁니다.
반면, 북한 외교와 안보 분야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비하는 준비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북한 외무성의 북미국과 전략팀이 분주히 대미 전략을 재검토하고 이를 조정하겠죠. 또 노동당의 대미·대남 공작 부서와 군의 정찰총국, 작전국 등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맞춰 대미 작전 계획을 수정하고 대비할 겁니다.
[기자] 말씀하신 대로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김정은 총비서와 세 번 만나지 않았습니까. 두 번 정상회담을 했고, 한 번은 판문점에서 만났죠. 그때 북한의 간부들도 나름 기대를 했을 것 같은데 결국,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만약 이번에도 트럼프 당선인이 계속 김 총비서에게 구애 공세를 한다면, 북한 간부들 사이에서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나 바람이 있을까요?
[리정호] 과거 미북 정상회담 당시 북한 간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대북 제재가 완화되거나 해제될 것이란 기대를 품었지만,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그들은 김정은과 트럼프 당선인이 다시 만난다고 해도 북한이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는 유엔과 국제사회의 제재와 고립을 피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역시 트럼프 당선인과 다시 만나고 싶겠지만, 대북 제재를 해제하지 못한 채 무언가를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겁니다. 또 북한 간부들은 김정은의 정책과 지시를 무조건 따라야 하는 구조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대화나 협상에서 창의적인 의견을 내거나 다른 방안을 제시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의 만남이 다시 성사된다 해도 북한의 고위 간부들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 김정은의 의도를 잘 알기에 이번에도 실질적인 변화는 기대하지 않을 겁니다.
“트럼프-김정은 합의, 동북아 안정에는 큰 위협 가능성”
[기자]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커졌죠. 그럼, 북러 간 군사 협력이 줄어들 수 있고요. 때마침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 전략적동반자관계’ 조약에 서명했는데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북러 관계의 변화와 함께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도 바뀔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리정호]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북러 간 군사 협력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쟁이 종료되면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안보 지형에 변화가 예상되는데요. 우선,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대응이 주목됩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선제적으로 침략하고 대량 학살을 감행한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된 상황입니다. 따라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다 해도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할지는 불확실합니다. 또 미국이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려 해도, 러시아의 냉전적 태도와 미국의 대러 제재의 변화 여부도 미지수입니다.
북한의 경우 미국과 접촉이 재개되더라도 대북 제재가 완전히 해제되지 않는 한,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겁니다. 다만,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은 김정은에게 외교적 상징성을 지니며, ‘고립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한편, 중국은 북한이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배신으로 간주하며 달가워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은 북한을 무시하고 미국이나 러시아와 관계를 더 중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오히려 북한이 중국과 관계를 강화하려 할 수도 있습니다.
[기자] 마지막 질문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에게 주어진 임기는 4년뿐입니다. 이 짧은 시간 안에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을 해결하고, 북핵 문제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뤄 외교적 업적을 남기고 싶어 할 텐데요. 더 나아가 노벨평화상 수상을 목표로 삼을 가능성도 있겠죠. 그렇다면 트럼프 당선인은 더욱 북한에 적극적으로 접근하려 할 것이고, 김 총비서는 입장에서는 이를 기회라고 생각해 자신에게 유리한 대미전략을 구사하지 않을까요. 앞으로 4년 동안, 과연 트럼프 당선인과 김 총비서의 뜻대로 되겠습니까?
[리정호] 트럼프 당선인의 임기 4년은 짧지만, 그의 외교적 유산을 구축하기 위한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의 갈등을 해결하고, 북핵 문제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고자 하는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노벨평화상일 수 있습니다. 또 이런 목표를 위해 트럼프 당선인은 대북 제재 완화와 체제 보장 등의 조건을 제시하며 북한과 핵 군축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 군축은 투명하지 않은 기만술에 지나지 않고요. 김정은은 이러한 접근을 일종의 ‘기회’로 여길 겁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원하는 낡은 핵시설이나 핵무기를 몇 개 내주고, 북한의 핵 능력은 유지한 채 대북 제재 완화와 체제 보장을 얻기 위해 미국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두 지도자가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합의’에 이르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보에 큰 불안정을 초래할 위험이 큽니다.
반면, 김정은이 트럼프 당선인이 원하는 협상 조건을 수용하지 않고 핵 무력을 증강하면서 러시아와 긴밀한 군사 협력을 이어간다면, 미국은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핵에 집착하는 인물은 김정은 단 한 사람뿐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김정은을 완전히 제압하는 전술로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낼 수 있고요. 그러면 당연히 노벨평화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두 가지 경우를 예측할 수 있는데요. 하나는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질 경우, 이는 김정은 체제의 강화로 이어지고 대한민국의 안보는 북한의 핵 위협에 항상 노출되는 위험에 놓이게 됩니다. 그러면 한국 정부도 독자적인 군사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는 한국과 동북아시아 지역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겁니다. 또 북한 주민은 또다시 열악한 인권 상황에서 고통의 세월을 보내게 될 겁니다.
두 번째 경우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시기에 김정은을 완전히 제압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고, 북한 주민의 해방과 한반도 평화를 이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4년이 과연 누구를 위한 시간이 될 것인지, 또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더 나아가 북한 주민과 한반도 평화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저는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 보좌관들과 미 국무부, 그리고 한국 정부가 나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북한의 위험 요소를 지속적으로 경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미국과 한국 정부가 국제적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트럼프 당선인에게 강력히 조언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네. 지금까지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인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 대표와 함께 ‘미국 대통령 선거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에 대한 북한 간부들의 생각’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리정호 대표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