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교착 풀기 위해 대북 유인책 절실”

워싱턴-천소람 cheons@rfa.org
2021.10.28
“미북 교착 풀기 위해 대북 유인책 절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24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마친 후 도어스테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북한에 ‘전제조건 없는 대화’ 제안을 계속하고 있는 미국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북한의 교착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의 ‘전략적 인내’과 같은 결을 가졌다면서도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제시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 분석했습니다. 또, 교착국면을 풀기 위해서 미국이 외교적 위험을 감수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최근 (24일) 서울에서 진행된 한미 북핵 수석대표 회담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 김 대표는 북한에 대화 복귀를 거듭 촉구했습니다.

[성 김] 미국은 전제 조건 없이 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있으며,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북한이 우리의 대화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길 바랍니다.

하지만 북한이 무응답으로 일관하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역시 1년 가까이 공전중입니다.

바이든 새 대북정책은 ‘전략적 인내2’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인 ‘더 조정되고 실용적 접근법 (calibrated and practical approach)’이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strategic patience)’와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조한범]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인) ‘Calibrated, Practical Approach’는 현재까지 결과로만 보면 ‘전략적 인내 시즌 2’로 흐르고 있다고 봐야죠.

조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북한이 과거 방식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한범] 북미 양측의 입장차이가 그대로 유지 되고 있습니다. 북미 양측의 전략적 차이도 있지만 엄밀히 보면 북미 양측의 정책적 무능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선을 지키며 자신들의 핵 능력 고도화와 국방력 강화를 하고 있어요. 한쪽으로는 핵 능력을 강화시키며 미국을 압박할 수 있고 국방력을 키울 수 있죠. 엄밀히 보면 과거와 차이가 별로 없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역시 정부 출범 10개월이 지났지만 북한과 실무협상에서 구체적인 진전이 없는 상태잖아요. 그 상태에서 외교만 강조하고 있습니다. 양측 입장이 충돌하고 있기에 엄밀히 보면 양측 다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따라서 교착국면을 풀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 국방 장관실 선임보좌관을 지낸 프랭크 엄 미국 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전략적 인내와 매우 비슷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엄 선임연구원은 두 정책 모두 ‘외교적 위험’을 감수할 의지는 보이지 않고 북한이 “비핵화 수순의 첫 걸음을 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도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오바마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과는 다른 대북접근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박원곤] 바이든 행정부가 계속 강조하는 게 ‘북한이 대화에 응하면 최대한의 유연성을 발휘하겠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게 아무런 조건 없는 대화를 하자고 한지 벌써6개월 이상이 지난 시점에서 본다면 과연 얼마만큼의 차이가 있는가. 특히 오바마 행정부가 취했던 ‘전략적 인내’와 차이점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박 교수는 미국이 북한과 만나야 실질적인 정책 수립이 가능한데, 대화 자체가 성사되고 있지 않은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습니다.

[박원곤] 북한은 끊임없이 미국으로 하여금 적대시 정책을 ‘선철회’ 하라는 일방적인 요구만 하고 있는데요. 이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조차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중략)…, 적대시 정책이 워낙 광범위 하기 때문에 미국의 입장에서는 만나야 북한이 어떠한 요구를 하는지 정확히 확인이 되고, 거기에 따라 정책을 끌어갈 수 있는데, 만남 자체를 북한이 전혀 응하고 있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전략적 인내 형태의 정책 모습이 들어나고 있다고 판단이 됩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과거와 비슷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지금 미국을 둘러싼 안전보장 환경을 생각해 보면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은 어쩔 수 없는 결론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중국의 위협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무기는 무시할 수 없는 위협이지만 중국의 위협이 북한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말할 수가 있습니다. 바이든 정권이 중국과 북한에 동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지금 현실적인 시각이라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전제조건 없는 대화’가 전략적 인내와 가장 큰 차이점

전문가들은 다만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과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몇가지 다른 점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엄 선임연구원은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과의 만남에 있어 전제조건이 있었던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할 만한 차이점으로 꼽았습니다.

  박 교수도 바이든 행정부가 ‘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원곤] 일단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그에 대해 실천적인 모습을 보여야 의미 있는 대화를 하고 북한이 원하는 상응조치를 하겠다’가 그 당시의 ‘전략적 인내’ 였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먼저 선행적인 조취를 취하라고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회담에는 임하는 것을 최소 조건으로 말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회담에 임했을 경우, 비핵화 계획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를 한다면 ‘이에 준하는 보다 적극적인 상응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유연성’이 드러납니다. 그렇다면 ‘원칙상의 차이는 있다’고 판단이 됩니다.

“제재 보다는 ‘햇볕 정책’ 필요”

그렇다면 북 핵문제에서 오바마 행정부 때와 같은 북한 핵능력 고도화를 사실상 방치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방안은 뭘까.

조 선임연구위원은 결국, 당근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미북 교착 국면을 풀기 위해서 북한이 원하는 아주 강력한 유인책을 제시하는 ‘긍정적 강제’, 혹은 김정은 정권이 두려움을 느낄만한 제재를 부과하는 ‘부정적 강제’가 필요한데 북한이 위협을 느끼면 돌발행동을 할 수 있기에 후자는 위험하다는 게 조 선임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조한범] 그럼 결과적으로는 결국 ‘채찍’보다는 ‘햇빛’, 즉 ‘당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당근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 분야에서 미국이 아직 해답을 못 찾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더 창의적인 행동 취해야…

엄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적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을 취해야 할 때라고 촉구합니다.

그 행동에는 “종전선언, 여행 금지 해제, 한반도에 대한 미국 전략 및 핵 자산 배치에 대한 일시 중지 선언,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총비서에게 서한을 보내기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엄 선임연구원은 말합니다.

한편 박 교수는 북한이 조만간 대화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합니다.

[박원곤] 북한이 일정 시점 아마 내년 정도가 될 가능성이 있는데, 대화에 나올 가능성은 분명히 열려있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이 이른바 삼중고를 겪고있고, 거기에 핵심은 결국 제재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코로나19 라는 특수한 상황이기에 대화에 응하고 있지 않고 대화에 응해 합의를 하더라도 그것이 실질적으로 이행되기 어렵기에 뒤로 미루는 모습이 있기도 하지만, 일정 시점이 되면 저는 북한이 대화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라고 판단이 됩니다.

북한 문제에 외교적 해법을 중시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 그리고 ‘삼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도 대화 요청에 응하고 있지 않은 북한.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10개월, 새 대북정책을 발표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 미북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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