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당국자 “추가 미군 유해 송환∙감식 준비돼”

워싱턴-노정민, 한덕인 nohj@rfa.org
2021.02.16
미 당국자 “추가 미군 유해 송환∙감식 준비돼” 2018년 북한으로부터 송환한 미군 유해가 담긴 55개 상자.
/미 DPAA

앵커: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은 또 ‘코로나19’ 대유행에도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에 관한 감식 작업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2018년 북한이 55개 상자에 넣어 송환한 미군 유해 중에서 70구의 신원이 확인된 가운데 100여 구의 유해는 신원 확인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인데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 이후 북한과 언제든 추가적인 유해 송환과 발굴이 재개될 경우 더 많은 신원 확인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은 강조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에서 한국 전쟁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진주현(Jennie Jin) 박사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감식 작업 이상 무”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의 진주현 박사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일 년 가까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지만,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의 감식과 신원 확인 작업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2월 16일) 자유아시아방송에(RFA) 밝혔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대비해 사전 작업을 미리 해놨기 때문입니다.

특히 2018년 자신이 직접 북한 원산에서부터 인도한 55개의 유해 상자에서는 170여 구의 미군 유해가 들어 있었는데 이 가운데 70구의 신원을 확인했고, 나머지 100여 구에 대한 확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신원 확인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몇 구의 유해도 곧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 진주현 박사님. 그동안 코로나19 대유행 가운데 유해 감식 작업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작업 속도에 영향이 있지는 않으셨는지요?

[진주현 박사] 저희가 작년 3월부터 재택근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보고 있다가 재택근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유해 감식이 필요한 것들을 미리 해 놨습니다. 그래서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큰 영향이 없도록 했기 때문에 작년 초반에는 무난히 진행됐고요.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서 재택근무와 출퇴근을 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그래서 꼭 필요한 사람의 경우 랩에 들어가서 감식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감식 속도에는 큰 영향을 받고 있지 않습니다.

- 현재까지 한국전 관련 유해 감식 현황을 간략히 정리해주신다면요?

[진주현 박사] (북한에서 송환한 55개 상자 중에서) 지금까지 70구의 신원을 확인했고요. 숫자가 조만간 더 늘어날 예정입니다. 지금 감식하고 있는 유해 중에서 신원 확인이 거의 막바지 단계에 이른 유해가 몇 구 있습니다. (55개 상자에 담긴 유해와 관련해) 일단 1차 작업은 다 끝난 상태입니다. 1차 유전자 검사와 동위원소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70구의 신원을 확인했지만, 아직도 유해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55개 상자에 들어있던 유해를 분석해 보니까 약 250명의 유해가 확인됐습니다. 그중에서 약 170명 정도가 미군 유해로 추정되고, 약 80구는 한국군으로 추정됐는데, 80구 대부분은 작년에 있었던 유해 송환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간 상태입니다. 그리고 남아있는 170구 중에서 70분은 신원확인을 했고, 100분 정도 남아 있는데, 이들 유해는 조금 더 어려운 케이스들입니다. 남아있는 유해들은 여러 가지의 이유로 유전자 검사가 잘 안 나왔거나 유전자 검사는 잘 나왔지만, 이를 대조할 유가족 샘플이 없다든지 등의 이유로 아직 랩에 남아 있습니다. 아직 몇 년은 더 지나야 모든 신원 확인 과정이 끝나간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5개 상자에 담긴 유해의 모습을 보면 당시 한국전쟁이 얼마나 치열한 전투였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총탄에 맞거나 사고로 숨진 당시의 상황을 엿볼 수도 있지만, 포로수용소에서 영양실조에 걸렸던 유해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진주현 박사] 전쟁 중 사망한 군인들의 유해이다 보니까 말씀하신 대로 여러 가지 트라우마의 흔적이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총상 같은 경우는 어느 부위에 총상을 입었는지에 따라 사망의 원인을 저희가 추측해 볼 수 있죠. 총상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외상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군용차를 타고 가다 전복이 된 경우에 나타나는 트라우마도 있습니다. 또 폭탄 같은 것이 터지면서 생기는 트라우마도 있는데, 이런 것을 보면 슬프죠.

저희는 추측밖에 해볼 수 없지만, 저는 이런 외상이 있는 유해들을 보면 ‘그 당시에 이분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런 외상 자체가 사람 마음을 매우 숙연하게 하지만, 포로수용소에서 온 유해들의 경우는 영양 상태가 굉장히 좋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가 있습니다. 뼈에서 나타나는... 정말 잘 못 먹었다는 얘기죠. 그런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참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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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군 유해가 담긴 55개 상자 송환 작업에 직접 참여한 진주현 박사. 당시 진 박사는 북한 원산에서부터 유해 송환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 / 사진 제공 – Penn State, 미 국방부


“추가 유해 송환∙발굴 재개에 준비돼 있어”

진 박사는 2018년 55구의 유해를 송환할 당시 북한 측이 유해 상자를 매우 깔끔하게 준비해놨고, 상자마다 뚜껑을 열어 확인 작업을 할 때도 성실히 협조해준 것을 기억합니다. 유해함마다 발견 장소, 유품 등 상세한 목록을 제공했던 경험을 되돌아볼 때 다시 유해 발굴∙송환 작업이 재개된다면 유해 신원 확인 작업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9년 2월, 베트남(윁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미북 간 유해발굴에 관한 협의는 중단된 상태지만,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출범 이후 언제든 유해 발굴과 송환이 재개된다면 더 많은 유해의 신원을 확인할 준비가 돼 있다고 진 박사는 강조했습니다.

- 미군 유해 송환에 대한 대화가 단절된 가운데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출범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에 있는 미군 유해 송환과 관련해 바뀐 분위기가 있을까요?

[진주현 박사] 2019년 이후 저희가 계속 접촉하려고 노력했지만, 북한에서 답을 하지 않았던 상황까지는 알고 있고요. 제가 알기로는 그 이후에 뚜렷한 변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바이든 행정부로 정권이 바뀐 지 얼마 안 됐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느낄 만큼의 변화는 없지만, 저희 연구실 측면에서 말씀드리자면 지난번에 송환한 55개 상자에서 가족의 품으로 돌려 보내드린 분들이 정말 많지 않습니까. 따라서 만약에 북한에서 다시 유해를 저희에게 송환하거나, 아니면 저희가 유해 발굴을 재개해서 어떤 형태로든 유해를 확보하게 되면 신원 확인을 더 확실히, 더 많이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겼고, 준비도 다 되어있는 상태입니다.

미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은 북한에서 송환한 미군 유해 외에 하와이에 있는 한국전 무명 용사의 신원 확인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직후 약 860개에 달했던 무명 용사의 묘가 지금은 400개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미 정부가 한국 전쟁에서 숨진 미군 실종자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이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유가족들도 희망을 잃지 말아 달라는 것이 진 박사는 당부입니다.

[진주현 박사] 2018년 여름부터 여기 하와이에 있는 펀치볼 국립묘지에 묻혀 있는 미군 무명 용사들, 특히 한국전에서 사망했는데 신원이 밝혀지지 않아서 묘지에 안장돼 있는 분들의 묘지를 개장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전쟁 직후에는 약 860개의 무명 용사의 묘가 있었는데, 지금은 절반 이상 개장을 해서 400개 정도밖에 안 남았습니다. 지금도 2주에 여덟 개씩 묘지를 재개장하는 식으로 계속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가족분들이 조금 답답하시더라도 저희가 계속 열심히 하는 것을 아시고, 유해가 계속 들어오고 있는 것도 아시니까 그런 점에서 희망을 갖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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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에게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의 업무와 역할을 소개하는 진주현 박사 / 사진 제공 – 미 DPAA


한국 전쟁에서 전사하거나 실종된 미군 병사 중 지금까지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현재까지 590구(591구)를 넘어섰습니다. 아직도 7천500여 구 이상의 미군 유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이 중 5천 구 이상은 북한 땅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바이든 새 행정부에서도 미군 유해 발굴과 송환이 최우선 인도주의 사안인 가운데 북한과 이를 논의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합의로 되돌아갈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합의사항 중 하나였던 미군 유해의 송환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미군 유해의 발굴과 신원 확인 작업이 시간을 다투는 사안인 만큼 확보하는 유해가 많을수록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실종자 수도 많아질 것이란 점에서 이 사안에 관한 미북 간 적극적인 대화와 협의에 유가족들은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진주현 박사] 한국전쟁이 끝난 지 70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그 당시에 한국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분들의 기억을 갖고 있는 형제자매들, 가족들이 많이 세상을 떠나는 시기가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해가 최대한 빨리 송환돼야 한다는, 시간이 우리의 최대 적이라는 말을 하거든요. 하루라도 빨리 가족들이 살아계실 때 북한이 추가로 유해를 돌려주거나 발굴할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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