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외교현안 산적… 북 도발 땐 한국과 엇박자 가능성”

워싱턴-박수영 parkg@rfa.org
2022.08.03
“미, 외교현안 산적… 북 도발 땐 한국과 엇박자 가능성” 지난 5월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지하 1층 대강당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AFP

앵커:한반도 톺아보기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 윤석열 한국 정부에 바랄 것 없어 강경 발언 서슴지 않아

 

<기자> 최근 열린 '전승절' 69주년 기념행사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윤석열 정부가 대북 선제타격에 나설 경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김 총비서의 발언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이 발언은 7 27일 기념행사에서 나왔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 정도 지나서 한 발언입니다. 북한이 과거에는 이러한 경우에 첫 번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조평통),  그 다음 통일전선부,  그 다음에 당중앙 순서로 발언하며 점점 긴장감을 높여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남조선 집권당같은 애매한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처럼 갑자기 북한 최고 지도자가 한국의 대통령 이름을 직접 언급하면서 전멸이라는 극단적인 언사로 상대방을 비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가 깊은 유감을 표명한 바와 같이 국제적 안전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는 발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한국에서 올해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김정은 총비서가 윤석열 한국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비난한 건데요. 북한이 한국 정부에 본격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과거와 똑같은 흐름이라면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을 시작한 직후 바로 한국 국가정보원과 북한 국가보위성이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과거 남북이 단절 상태가 돼서 군사 통신선을 쓰지 못하는 경우에도 국정원과 보위부는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정부 간에 협상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정보를 수집한다는 뜻에서 연락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5월 윤석열 정부 관계자를 취재했을 때 이 관계자는 "윤 정권은 남북 정상회담을 무리하게 추진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관계자 말로는 "한국이 북한에 대해서 남북 정상회담을 요구하는 시점이 바로 한국이 패배당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경우에 북한은 반드시 정상회담의 대가를 원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북한은 과거 두 달 동안 (지켜본 결과) 현시점에서 윤석열 정권으로부터 절대 대가를 얻어내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 총비서가 매우 강경하게 발언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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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총비서가 6·25 정전 69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한 모습을 북한 조선중앙통신(KCNA)이 지난 7월 27일 공개했다. /Reuters

위기 격상하는 벼랑끝전술국제사회에 안 통해

 

<기자> 김 총비서가 사용한 “전멸한다는 말이 극단적이라는 평가인데요. 이처럼 북한이 벼랑끝전술을 자진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과거부터 자주 벼랑끝전술을 써왔습니다. 유명한 것은 1994 3월 남북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북한 대표단 박영수 조평통 서기국부국장이 "전쟁이 일어나면 서울이 불바다가 된다"고 말한 것입니다. '서울 불바다' 발언은 2010 2월 북한군 총참모부가 한국이 추진한 확성기 설치에 반발하면서 발표한 중대 보고에서도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1993년부터 1994년에 걸친 제1차 한반도 북핵 위기 즉, 븍한이 핵비확산조약(NPT)에서 탈퇴 선언도 하고 사용후 핵 연료를 원자로에서 반출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행동의 이유는 제가 보기에 양보할 것이 거의 없는 북한 입장에서 할 수 있는 특수한 (위기) 격상 전술입니다. 그러니까 위기를 한 번 높인 후 그 위기를 회피한 행위를 비난하면서 상대방한테 (책임전가) 시키는 방법입니다. 북한이 이러한 전술을 되풀이해 왔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가를 주는 것에 부정적인 흐름이 많이 확대됐습니다. 예를 들면 1994년 제네바 합의에서는 미국은 북한이 핵 활동을 동결하는 대가로 해마다 원유 50만 톤과 경수로 2기 건설을 약속한 바 있었습니다. 그런데 2007 6자회담에서는 북한이 핵시설을 폐쇄하는 대신 다른 나라들이 대가로 북한에 주겠다고 한 것이 불과 중유 5만 톤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벼랑끝전술은 점점 국제사회에서 통하지 않고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것으로 평가되어 왔는데, 7차 핵실험을 북한이 올해 안에 강행할 가능성이 아직 있다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이 풍계리에서 7차 핵실험 준비를 거의 완성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듣기로 핵실험을 시찰하는 관계자를 위한 관람소같은 시설은 아직 설치한 바 없습니다. 북한이 다시 핵실험을 준비하기 시작하면 아마 일주일이나 2주일 정도는 시간이 더 걸린다는 관측을 저는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날마다 발표하고 있는 발열자 숫자에도 저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7 28일 발열자가 전혀 없다고 보도하면서 그대로 새로운 발열자가 없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는 아마 7 27일 한국전쟁 전승절을 맞아서 전체적으로 열이 나는 사람(에 대한 집계를) 없앴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중단시킨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비루스 유행과 중국의 경고, 두 가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북한은 현재 발열자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 두 가지 전제 조건 중 하나는 해결됐다고 말하고 싶은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요즘 NPT 재검토 회의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한 정황은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역으로 보면 중국은 아직 북한의 핵실험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메시지라고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의 이해를 얻어내기 위해서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10월에 예정된 중국 공산당 대회가 끝날 때까지 핵실험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도 북한은 일단 핵실험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반드시 일곱 번째 핵실험을 하리라 저는 생각하고 있고요. 문제는 언제 할지 시기만 남아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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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Reuters

바이든 적당히 현상 유지” vs 윤석열 단호한 응징

 

<기자> 한편, 앞서 열린 4월 열병식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핵무력’ 선제공격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는데요. 계속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는 북한에 한미일은 어떻게 대응하리라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한미일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상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세 나라는 독자 제재도 강화하면서 유럽연합과 같은 우방국들로부터 협력을 구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상황 안에서 제가 걱정하는 게 윤석열 정권의 대응입니다. 아시다시피 윤석열 정권은 북한의 벼랑끝전술을 용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강대강 노선을 취하고 있습니다. 최첨단 F-35 스텔스 전투기를 활용한 훈련이나 미사일 발사 대응 조치도 취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지금 대만 해협 문제나 우크라이나 문제 때문에 한반도 문제에 본격적으로 대응할 여유가 없습니다. 미국은 진심으로 한반도가 긴장 국면에 처하는 것을 원하고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 북한 도발이 계속된다고 하면 강경하게 대응하고 싶은 한국과 적당하게 관리하고 싶은 미국 사이에서 엇박자가 생길 수도 있고 남북이 우발적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기자> ,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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