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MZ세대’ 병사 반란 가능성 의식”
2024.09.25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김 총비서 경호, 이전보다 한층 강화돼 보여”
[기자] 지난 24일은 북한군 호위사령부 창립절이었습니다. 얼마 전(13일) 북한 매체에서 공개한 김정은 총비서의 현지 지도 사진 61장 중 대다수가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무력 훈련기지 시찰 사진이었고, 이 훈련에서 김 총비서의 호위병들은 소총을 든 채로 경계 태세를 유지하며 김 총비서를 보호하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이날 공개된 사진에서 김 총비서에 대한 경호가 예전보다 확연히 달라진 점이 있었나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당시 공개된 북한 특수작전부대 훈련 사진들은 매우 흥미로웠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총비서가 정찰과 습격 임무를 지도했다고 보도했지만, 사진 속에서는 그러한 장면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앞서 취재한 일본 자위대 전 간부에 따르면, 북한의 정찰 임무는 하루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몇 주에 걸쳐 적군의 보급 상황이나, 경비 담당자 교체 시간과 장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수행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루 만에 임무를 모두 지도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또한, 특수작전부대의 습격 훈련은 보통 밤에 이루어집니다. 습격에는 두 가지 전술이 있습니다. 적군 병사 한 명씩 은밀히 접근해 표적을 제거하는 방법과 후방에 배치한 전차와 보병 등 병력을 동원해 대규모로 일제히 습격하는 방법입니다. 2020년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참가했던 북한군 특수작전부대 병사들은 모두 헬멧에 장착된 야시경을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훈련에서는 그러한 장비들이 보이지 않았고, 훈련 내용이 비밀스럽게 유지된 것 같습니다. 아마 신병들의 기초 훈련이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또한, 말씀하신 대로 사진 속 호위사령부 병사들은 평소 정치적인 행사나 외교 무대에서는 양복을 입고 김 총비서를 둘러싸며 경호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입니다. 한국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의 말에 따르면, 북한에서 김 총비서가 군부 시찰을 할 때는 호위사령부 담당자들이 양복이 아닌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소총을 소지한 채 경호 임무를 수행한다고 합니다. 다만 이날 공개된 사진에서는 호위병들이 7명이나 보였는데, 과거와 비교했을 때 경호가 매우 엄격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 내부에서 김 총비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경호 체계가 더욱 공고해지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특히 이란 대통령 에브라힘 라이시의 헬기 추락 사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피격 사건, 그리고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의 암살 사건 등 최근 주요 인사들이 겪은 사고나 공격들이 북한 지도부에 어떤 경각심을 일깨웠을 가능성이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이 김 총비서의 사진을 공개할 때, 국가보위성 등 여러 담당자가 철저히 사진에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검토합니다. 반대로 어떤 정치적인 의도로 외부에 보여주고 싶은 사안이 있다면, 그 의도에 맞춰 사진을 제작할 겁니다. 이번 사진 공개에는 두 가지 노림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대외적으로 김 총비서의 경호 체계가 완벽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목적이 있을 겁니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암살 시도가 늘어나고 있으며, 암살 수단도 무인기, 즉 드론과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얼마 전(9월17일),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휴대폰 대신 위치 추적과 표적 공격 등을 피하기 위한 통신보안 수단으로 사용 중이던) 무선호출기(삐삐)가 갑자기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해 10명 가까이 숨지고 약 2천800명이 부상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 사건이 이스라엘 측에서 사이버 공작으로 폭발물을 일제히 터지게 했다는 분석도 나와 있습니다.
사실 북한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2016년에 북한은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을 8차례 시험했는데, 단 한 번만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결국 무수단 미사일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제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이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제작을 방해하기 위해 해외에서 수입하는 전자 부품을, 해킹한 부품과 바꿔놓은 결과라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북한은 외부의 습격과 암살 시도가 다양해질 것을 우려하면서, 그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이러한 사진을 공개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다만, 일반 북한 주민이 이러한 해외 주요 인사들의 피격 소식 등을 접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 북한 당국을 향한 주민들의 반감은 이러한 해외 소식을 접한 영향이라기보다 북한 당국자들의 지속적인 언행 불일치로 오랜 기간 쌓여온 분노가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김정은 총비서가 북한 군인들의 반발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이번 특수훈련 시찰에 한층 더 강화된 호위부대를 대동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말씀하신 대로 또 하나의 이유는 대내적인 요소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김일성 시대부터 최고 지도자가 군사시설을 방문할 때마다 병사들은 혹시라도 최고지도자가 다치지 않도록 매우 신중한 경호를 했습니다. 제가 이번 훈련을 보면서 느낀 것은, 신병을 대상으로 한 훈련이었다는 점입니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훈련에 참가한 병사들은 대부분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세대였습니다. 이들은 소위 ‘북한의 장마당세대’, 또는 ‘MZ세대’라고 할 수 있는, 북한 체제에 의문을 갖기도 하고, 한국 드라마나 음악을 접한 경험이 있는 세대입니다. 이러한 젊은 병사들은 북한 체제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질 가능성이 있으며, 김정은 총비서도 그들의 반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들은 바로는, 과거에는 북한 부모들은 어떻게 하면 자녀들을 노동당에 입당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어떻게 하면 자녀를 군대에 입대시키지 않을 수 있는지로 고민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군대가) 농가의 식량이나 다른 부대의 장비를 훔치는 것이 일상일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고, 이것이 북한 군부의 실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수작전부대는 엘리트 부대로서 다른 부대보다 좋은 환경을 제공받고 있지만, 북한 전체로 보면 진짜 ‘엘리트’는 군대에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번 사진에서 대원들이 실제 사격 훈련을 하는 모습도 보였는데, 이는 김 총비서가 반란을 우려해 호위사령부 병사들을 대거 동원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외적인 목적뿐만 아니라, 북한 내부적으로도 최고 지도자의 경호 체계가 완벽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반란이 일어나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국내적으로 주장하는 의도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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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최근 러시아 연해주 하산역과 북한 두만강역을 오가는 정기열차가 오는 12월 중순부터 주 3회 운행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 하산, 북한 나선시를 연결하는 철도 노선 연장 개발을 북한과 함께 추진 중이며, 10월 중으로 이를 위한 시험 운행도 계획돼 있는데요. 러시아와 북한 간 정기 여객열차 운행 재개와 철도 노선 연장 개발이 북한의 경제와 외교에 미칠 주요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파견이 가장 큰 목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러시아와 북한 간 인적 교류를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북한의 함경도나 강원도 등 동해쪽에는 주요 군사시설이 밀집해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도 북한, 한국, 러시아가 철도 연결 사업을 검토했지만, 북한군이 군사시설의 비밀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강하게 반발하면서 사업이 중단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업이 진행돼도 북한의 철도 인프라가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해외 노동자 파견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이 주요 목표입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해외에서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배우게 될 기회도 많아지게 됩니다. 이는 북한 지도부가 달갑게 여길 만한 부분은 아닐 것입니다.
이러한 경제 협력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주에도 말씀드렸듯이, 김정은 총비서는 연내에 러시아 모스크바 방문을 염두에 두고 정상 외교를 추진하면서, 이 기회를 통해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에너지적 지원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정기열차 운행과 철도 연장 사업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한편, 지난 9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컨센서스, 즉 전원 합의로 채택됐습니다. 예상과 달리 러시아가 이번 결의안에 동참한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그리고 이 결정이 북러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러시아는 소련 시대에 북한이 ‘핵비확산조약’(NPT)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평화적인 목적을 위해 원자력 기술을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결국,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러시아는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이후, 러시아는 이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습니다. 이번 IAEA 결의안에 러시아가 동참한 것도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협력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러시아는 북한의 핵 개발이 자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매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우려하는 것은 최근 러시아 북부 북극해상에 위치한 노바야 제믈랴 섬에서 지하 핵시설과 관련한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한은 2020년경 7번째 핵실험을 시도하려 했으나, 물밑에서 중국의 강한 반대로 무마됐습니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와 더불어,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의 붕괴로 북중 접경 지역에 심각한 환경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하거나, 새로운 전술핵미사일 시험을 지속하는 등 핵실험을 강행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러시아의 노바야 제믈랴 섬에서 핵실험을 대신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러시아의 국방장관 쇼이구가 북한을 방문했는데, 김 총비서와의 회담 내용은 아직까지도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회담에서 북한 노동자에 대한 우크라이나 점령지 파견 문제나 핵 실험에 관한 의견 교환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북한이 핵실험에 관한 기술 정보를 러시아에 제공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은 문제입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서방 국가들을 압박하기 위한 도구로 북한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러시아는 여전히 핵 개발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다양한 외교적 도발 수단 중 하나로 북한과의 협력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