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대화 가능성, 2026년이 가장 커”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4.07.03
“미북대화 가능성, 2026년이 가장 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달 28일~7월1일까지 나흘간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에서 "경제 상황이 확연한 상승세"라며 경제 정책 성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최근 북한에서 지난달 28일부터 나흘간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에서 어떤 얘기가 나왔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이번에 주로 다뤄진 내용이 무엇입니까? 또 김정은 총비서는 어떤 얘기를 했나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네, 늘 똑같은 이야기지만, 제 첫인상은 이번에도 자기들의 이익이 되는 이야기만 했다는 것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연설에서 농업이나 주요 산업이 순조롭게 업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러시아에 대한 무기와 탄약 수출의 성과로 인해 농업이나 건설을 위한 여러 가지 자재 수입이 실현됐다는 효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부 관계자 말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 탄약을 수송한 선박이 북한에 돌아올 때 농업이나 건설 자재, 발전기 등 인프라 설비를 운반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 아침 김정은 총비서와 간부들이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때에 맞춰 공장이나 기업소를 방문했다는 사진을 많이 보도했습니다. 이러한 설비도 아마 러시아에서 수입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이같은 설명은 북한 주민의 기대감을 고취하고,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노림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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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 상반기를 결산하는 노동당 전원회의를 마친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당 간부들과 함께 군수공장을 비롯한 경제 현장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왜냐하면, 이번 중앙위원회 확대회의에서 공무원이 일하는 방식의 개혁, 중요한 분야에 대한 사업 규율의 강화, 사법 제도의 정비 등을 의제로 협의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공무원들이 더 열심히 나라를 위해 일해야 한다거나 사업을 추진하는 규칙과 법률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는 김 총비서가 현재 북한 주민의 불만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총비서가 현 상황에 만족하고 있다면 북한 주민이 고통을 느끼는 조치를 집행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자유아시아방송도 관련 내용을 보도하고 있지만, 현재 북한에서는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국이나 미국 등 해외 문화를 즐기고, 노동당보다 현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의식이 강하게 나타난 회의였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번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얼굴이 단독으로 그려진 배지, 즉 초상휘장을 지난달 30일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이전에는 김일성이나 김정일이 함께 들어간 배지를 착용했는데, 김정은 총비서가 혼자 들어간 배지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어떤 의미로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그것은 올해 초부터 시작된 김정은 총비서에 대한 새로운 우상화 작업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김 총비서는 지난 1월 40대에 접어들었고, 이를 계기로 측근들의 충성 경쟁도 격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 중앙 고급 간부 학교에 김일성, 김정일과 나란히 김 총비서의 초상화를 걸고 '태양절'이란 표현을 쓰지 않기로 하면서 '김정은 혁명사상'도 새롭게 정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김 총비서를 추대하는 것은 측근들의 지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총비서도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이러한 충성 경쟁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지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김일성 주석의 배지는 1970년대 초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로서 주위를 견고하게 하면서 김일성 주석의 신격화를 추진하는 작업 중 하나로 추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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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사진을 보면 김성남 당 국제부장 등 북한 간부들이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얼굴이 새겨진 배지(초상휘장)를 왼쪽 가슴에 착용하고 토론하고 있다. ‘김정은 배지’는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다만,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자신의 권력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측근들에 대해서 자신이 혼자 들어간 초상화나 배지를 만드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북한에서 배지 착용이 법적으로 의무화된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 스스로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의 증거로 자발적으로 착용하고 있다고 북한 당국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그런 법률은 없지만, 사실상 배지 착용을 강제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중앙위원회 연설에서 조선노동당이 승리하면서 처음으로 조국의 번영을 약속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는 노동당 외에는 정권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편, 당 중앙위원회는 법률도 강화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김 총비서는 민주주의나 선거를 부정하는 발언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순적인 행동 자체가 북한이 지금 매우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다는 증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 올해 상반기 북한의 대외적인 성과에 대해서는 어떤 얘기가 있었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이번 중앙위원회 확대회의에서 대외 관계에 대해 별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북한은 올해 상반기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하고 적지 않은 경제적인 성과를 얻어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별로 눈에 띄는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과는 올해 10월 국교 정상화 75주년을 맞는데, 정상 외교의 분위기는 아직 나타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에 대해 반대하진 않지만, 유엔 제재 결의 위반을 반복하는 러시아와 북한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진정한 경제 회복이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은 연초에 한국과의 평화통일을 포기하고 그 문제에 대해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 분위기입니다. 북한은 일본 조총련에 대해서도 민족 교육을 수정하라고 지시했지만, 그로 인해 혼란에 빠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북한은 한국을 적대시하는 정책을 수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 헌법 개정도 할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그 문제를 준비하고 총괄할 정도로 상황이 안정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증거로 아직까지 북한은 재일교포들의 방북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외 문제를 무리하게 언급하지 않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한편, 북한이 최근 관광 활성화를 위해 각종 홍보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조선중앙TV는 최근 들어 일요일마다 5분짜리 골프 강습 영상을 방송하고 있는데, 북한 내부적으로도 자체적인 단속이 강화되고 생활적인 여유도 없을 텐데 왜 이런 프로그램이 자꾸 생겨난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조선중앙TV는 요즘 일요일마다 골프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방송위원회 기자가 출연하면서 골프가 건강에 좋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의 엘리트 중심주의와 일반 주민을 고려하지 않는 귀족 취미가 원인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에서 일반 주민 골프를 즐기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평양 근처에 골프장이 있지만, 실제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외교관이나 특별한 대회 참가자뿐입니다. 예전에 김정일 위원장이 골프장에서 모두 다 홀인원을 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그것은 신격화 작업 중 하나로, 실제로 김 위원장이 골프를 했다는 기록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아마 김 총비서와 같이 유학 경험이 있는 측근들이 골프를 소개한 이야기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대외적으로 북한이 일반적인 나라처럼 보이기 위해 골프를 선전하는 것을 최고지도자에게 제안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 총비서도 서양의 취미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러한 프로그램을 허가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북한에서 갑자기 골프뿐만 아니라 테니스, 농구 등이 유행한 바 있습니다. 그것도 같은 이유로 보입니다. 듣기로는 북한 주민은 이러한 스포츠를 접해본 적이 없어서 혼란에 빠지고 있다고 합니다. 테니스의 경우 경식 테니스와 연식 테니스 두 종류가 있는데, 북한 시민들은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연식 테니스 라켓으로 경식 테니스공을 치더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따라서 골프 프로그램도 김 총비서를 우상화하고 북한이 일반적인 나라임을 선전하기 위한 터무니없는 현상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지난주 미국에서는 11월에 맞붙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TV 대선 토론에서 많은 얘기들이 오가고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이번 토론이 좋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로 인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좀 더 높아졌다는 관측이 우세한 것 같습니다. 이제 앞서 기자님께서는 북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당선 가능성을 대비하고 있을 거라고 보셨는데, 이런 추세에 대해서 북한이 지금 어떻게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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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27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 대선 토론 중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서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Reuters

 

[마키노 요시히로] 네, 북한은 2019년 2월에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실패한 후에도 당시 트럼프 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을 발표하기를 기다린 전력이 있습니다. 미국의 정치 매체인 '폴리티코'는 작년 말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당선되면 북한 핵무기 보유를 인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트럼프의 재집권을 원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북한도 2025년 말까지 국방 5개년 계획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그런 계획을 포기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들어서자마자 바로 대화 자세로 전환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한편, 미국은 2027년까지 중국이 대만에 대한 침공 준비를 마칠 것이라고 윌리엄 번스 CIA 국장, 에브릴 헤인즈 국가정보국장 등 미국 정보 당국자들이 발언한 바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2027년까지 대만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체제를 활용하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은 그때까지 북한 문제를 어느 정도 관리하고, 동북아시아에서 여러 가지 유사 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피하려고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저는 2026년이 미국과 북한이 서로 대화에 응할 가능성이 높은 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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