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에 인기 없는 북한 관광에 위기감”
2024.07.11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러시아인 유튜버의 과도한 홍보 연출
[기자] 최근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라디오 캣'이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러시아 여성이 얼마전 평양을 방문해, 지난 2월에 북한을 방문했던 러시아 관광객들의 인상과는 달리 평양에 자유가 많다고 주장했는데요. 그 영상을 어떻게 보셨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저도 그 유튜브 영상을 봤습니다. 러시아 여성인 알렉산드라 씨가 올봄에 평양을 관광한 경험을 유튜브에서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에 여행했던 러시아 관광객 유튜버와는 달리 “자유가 많다”는 주장을 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알렉산드라 씨는 개선문이나 주체사상탑의 정상까지 올라가면서 이제까지 허용되지 않았던 촬영을 허가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예정에 없었던 지하철에 탑승할 수 있었고, 평양 시내를 자유롭게 산책했다고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개선문이나 주체사상탑 정상에서 사진 촬영을 하거나 평양 지하철을 탄 사람은 제 주변에서도 몇 명 있습니다. 그리고 별도의 금지없이, 예정되지 않았던 지하철 탑승이나 주체사상탑에서의 촬영을 일부러 하나의 ‘해프닝’처럼 연출하면서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또 북한에서는 외국인이나 그 지역에서 살고 있지 않는 사람을 목격할 경우 지역 당국에 통보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영상에서 알렉산드라 씨는 산책하는 동안 수십 명의 평양 시민들을 지나쳤습니다. 그 사람들이 통보하지 않았다는 것은 북한 쪽에서 사전에 파악하고 자유로운 산책처럼 연출을 했다는 뜻입니다. 이 모든 것은 북한이 러시아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올라가지 않는 북한 관광에 대한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알렉산드라 씨는 비자를 신청할 때 자신의 직업을 유튜버라고 했던 것 같은데, 북한도 그런 점을 고려해 알렉산드라 씨를 이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2007년에 개성 관광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북한에 들어가자마자 버스에 같이 탄 북한 당국자가 제 옆에 앉아 "아사히신문의 마키노 씨 아닌가요?"라고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북한은 그 정도로 면밀하게 외국인을 파악하고 이용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자] 한편, 지난 5월 중순 김정은 북한 총비서와 딸 김주애가 전위거리 준공식에 나왔을 당시 보도에서 김주애가 입었던 '시스루'(see-through) 의상에 시선이 쏠렸는데요. 그 후 지난 6월에는 북한 어린이집 아이들이 입은 옷 중에도 시스루가 된 옷을 입은 장면이 북한 매체에 나왔습니다. 이를 두고 좀 더 자유로운 북한 주민의 삶을 보여주는 요소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있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저는 그것도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RFA도 보도했지만, 김주애가 지난 5월 14일 평양 전위거리 준공식에서 소매 부분이 시스루로 된 옷차림으로 등장했습니다. 그 후 조선중앙통신에서도 비슷하게 소매 부분이 시스루로 된 옷차림의 여자 아이들의 사진을 몇 장 보도한 바 있습니다. 원래는 북한에서 금지된 옷차림입니다. 김일성종합대학교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한국 국민대학교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의 책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1982년 최고 인민회의에서 여성이 소매 없는 옷차림을 입는 것은 사회주의 생활양식과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다만, 김 총비서 부인 리설주가 2022년 7월 27일 전승절 69주년 기념행사에서 소매 없는 하얀색 ‘노슬리브’(no-sleeve) 옷차림으로 등장한 바가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시스루는 앞서 유럽이나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습니다. 김 총비서 입장에서는 세계적으로도 유행하고 자기 부인도 노슬리브를 입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김주애가 일반 사회에서 주목받을 만한 존재로 각인되기 위한 작업 방식의 하나로, 같은 소매 부분이 시스루인 옷차림을 일반 여자 아이들도 입도록 시킨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북한에서 시스루로 된 옷차림은 일반적으로 판매되지 않습니다. 보통 부모들도 아이가 다른 사람과 차별되는 옷차림을 하면서 눈에 띄는 것이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걱정하기 때문에 이러한 옷차림을 일부러 입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시스루 옷차림을 한 일반 여자 아이들의 모습은 북한 당국의 연출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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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한편, 북한이 김일성 사망 30주기인 지난 8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추도 행사를 치렀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 꽤 대대적으로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김정은 총비서의 경우 선대 그림자를 지우려는 노력이 엿보인다는 관측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이번 행사를 계기로 김 총비서와 김일성 주석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면 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최근 북한의 움직임을 보면 명백하게 김일성주의를 벗어나 새로운 '김정은주의'를 실현하려는 의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올해 5월, 당 고급 간부 학교에 김일성, 김정일 두 사람의 초상화에 더해 김정은 총비서의 초상화가 새로 걸렸습니다. 그리고 6월에는 당 중앙위원회 확대 전체 회의에서 '김정은 배지'도 등장했습니다. 또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태양절로 부르지 말라”는 지시도 내려왔습니다. 이는 아마도 작년 말에 김 총비서가 한국과의 관계를 두 국가의 관계로 정리했던 것과 더불어, 올해 1월 8일 김 총비서가 40살이 된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김일성 주석은 1991년에 있었던 남북 유엔 동시가입에 반대했습니다. 김일성 주석은 남북의 유엔 동시가입은 두 국가를 고정화시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따라서 김 총비서가 이야기하는 한국과 북한의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는 김일성 주석의 관점에서는 절대 인정할 수 없는 주장입니다.
또 김 총비서가 마흔살이 된 것을 계기로 측근들이 충성 경쟁을 하면서 김정은 우상화를 많이 추진하려는 것 같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김주애의 시스루 옷차림도 김일성이 주장했던 사회주의적인 옷차림을 벗어나는 움직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김정은의 정책은 북한 시민들에게 혼란과 불만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사람들은 생활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전쟁이든 통일이든 그런 일이 생기면 생활이 좋아지지 않을까란 기대가 큽니다. 그런 통일에 대한 갈망을 버렸다는 것은 역시 북한 시민들의 실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러한 혼란을 김 총비서 자신도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김일성 주석을 다 무시한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지난 8일 김일성 주석 사망 30주기 중앙추도대회를 대대적으로 열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러시아, 북한의 터널 굴착 기술에 관심
[기자] 또 지난달에는 북러 간 정상회담이 있지 않았습니까. 당시 ‘북러 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 체결됐는데, 이에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조약을 체결한 이후 처음으로 북한이 장교를 교육하는 군사학교 수장과 간부들을 러시아에 보냈다는 보도도 나왔는데, 앞으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교류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말씀하신 대로 김일성 군사대학교 관계자가 러시아를 방문했습니다. 김일성 군사대학교는 북한군 간부들이 전술이나 전략을 배우는 자리입니다. 옛날에 북한은 소련과 비슷한 교류를 한 바 있습니다. 북한군이 1980년대에 구소련의 '프룬제 군사아카데미'에 유학생을 많이 파견했습니다. 당시 유학했던 사람을 취재한 적이 있는데, 그 아카데미의 유학 기간은 보통 5년이고 해마다 70명 정도가 파견됐다고 합니다. 아카데미에서는 북한뿐만 아니라 바르샤바 조약 기구에 가입한 동유럽 공산권 국가들의 군인도 많이 유학하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협력에 대해서는 다 함께 강의를 듣고, 한국, 미국, 일본 등의 군사적 전술에 대해서는 북한 군인만 강의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 후 북한이 프룬제 아카데미 유학생에게 간첩 혐의를 씌워 많이 숙청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그 교류가 다시 시작된다고 하면, 북한군은 러시아군이 파악하고 있는 한미 연합군이나 자위대 전술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려고 할 겁니다. 그리고 RFA가 얼마 전 북한이 공병부대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역에 보낼 가능성에 대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남침터널(땅굴)을 여러 개 굴착했는데, 북한 지하철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매우 넓은 터널을 만드는 굴착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얀마도 북한의 터널 굴착 기술에 주목한 바 있는데, 미얀마는 바다와 가까운 도시 양곤이 미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바다에서 먼 내륙에 있는 네피도를 새 수도로 건설했습니다. 그때도 터널 굴착 기술을 북한에서 많이 도입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2008년에는 미얀마군 고위 간부가 북한을 방문해 북한 군사 부문을 시찰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도 미얀마와 비슷하게 군사 작전에서 북한의 터널 굴착 기술에 주목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터널 굴착은 시간이 걸리고 그 정보를 노출하지 않아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또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지만, 원래는 우크라이나 영토이고 현재 드론 같은 여러 정찰 수단도 많이 있는 상황에서 실제로 터널을 굴착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한 부분이 많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부대를 파견하기 위해서는 러시아군과 여러 부문에서 연계해야 할 겁니다. 북한군과 러시아군은 과거 공동군사훈련도 한 적이 없습니다. 북한은 러시아가 원하면 부대를 파견할 것처럼 보이지만, 적어도 터널 굴착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이번 주에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2024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와 더불어 한일 정상회담도 진행됐습니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협력이 어떻게 공고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한미일은 지난 6월 27일부터 29일까지 해상, 공해, 사이버 공간에서 새로운 공동 훈련 '프리덤엣지'(Freedom Edge)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이 훈련은 탄도미사일 방어, 방공 훈련, 대잠수함 훈련 등 여러 가지가 포함됐습니다. '프리덤엣지'라는 명칭은 미일 공동훈련 '킨 엣지'(Keen Edge)와 한미 공동 군사훈련인 '프리덤 실드'(Freedom Shield)를 합친 명칭입니다. 자위대 간부 관계자는 여기에 구체적인 이름을 붙였다는 것은 한미일이 이 훈련을 정례화하려는 의지의 표현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훈련 장소는 제주도 서쪽의 동중국해로, 북한뿐만 아니라 인도 태평양 지역의 안전보장에도 관여하겠다는 메시지인 것 같습니다. 다만, 훈련 자체는 거의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훈련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쟁이 일어나면 무기, 탄약 등의 공급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실제로 한국전쟁의 경우 일본이 무기 탄약의 보급과 정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바 있습니다. 현재 일본과 한국 사이에는 ‘포괄적인 군사 정보보호협정’(GSOMIA)은 있지만 군사물자교환협정, ‘악사’(ACSA)는 없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한국 윤석열 정부와 일본 정부 사이에서 한일 'ACSA'를 체결할 수 있을지 여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한편, 인도 뉴델리에서는 이달 21일부터 제46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립니다. 일본은 세계유산위원회에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 강제동원이 이뤄진 니가타현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록할 것을 신청했습니다. 한국은 일본이 한국인 강제노역 역사의 진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은 현재 이 문제에 대해 외교 협상을 계속하고 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연기되거나 등록을 강행하면 한국 여론의 반발이 커질 우려가 있습니다. 동아시아 안전보장 환경을 고려할 때, 일본과 한국의 관계가 다시 악화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