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터뷰] “북∙러 간 육로 다리 건설 논의 가능성”

워싱턴- 서혜준 seoh@rfa.org
2024.06.10
[여성인터뷰] “북∙러 간 육로 다리 건설 논의 가능성” 북-러 국경의 철도 다리 모습. 2023.9.11
/ 연합뉴스

앵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안에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은이 한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양국이 군수품 거래와 관광 활성화뿐 아니라 육로 다리 건설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북러 간 육로 다리는 철도보다 많은 물동량과 인적 교류에 유리하며, 운송 시간도 빨라지기 때문에 양국 간 경제협력에서 이를 주목해야 한다고 정 연구위원은 강조했습니다.

 

이밖에도 그는 북한 경제대표단이 지난 4월 이란을 방문하는 등 러시아, 이란과 협력을 강화하는 이유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더욱자력 갱생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미국 조지메이슨 대학의 방문 연구원으로 있는 정은이 연구위원과의 대담에 서혜준 기자입니다.  

  

정상회담으로 당장 경제교류 확대 전망은 성급

 

[기자] 정은이 연구위원님 반갑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안에 북한을 방문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지난 해에도 북러 양국 정상이 회담을 갖고 경제와 무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관계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 간의 만남이 북러 간 경제 협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정은이]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다른 서방 국가나 다른 여타 국가에 비해 굉장히 좋고 친밀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경제의 관점에서 본다면 소련이 붕괴된 이후 북한의 대외 무역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부분은 많아봐야 약 4% 정도입니다. 그리고 중국이 (북한 무역의) 대부분을 차지했어요. 그래서 북러가 이런 만남을 가졌다고 해서 갑자기 교류가 확대할 것으로 보는 것은 좀 급한 판단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중국과 비교해서 보면, 중국의 경우 국가와 국가뿐만 아니라 민간 무역, 그리고 국경지대에서 지방과 지방 간 무역이 굉장히 활발하고 거미줄처럼 연계돼 있잖아요. 근데 러시아 같은 경우는 민간보다는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지금 당장 (교류 확장을) 할 것이다라고 보기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러 간에 무역과 경제 교류가 서서히 강화된다면 주목할 만한 협력 부분이 어떤 것들이 있다고 보십니까?

 

[정은이] 북한은 국가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러시아라는 큰 나라가 뭔가 조금이라도 지원을 해준다면 북한 경제에는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정상 간의 교류가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예상할 수 있는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일단 기존의 경제 사업을 좀 더 확장할 수 있는 방안들, 그러니까 북한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 식량이기도 하지만, 최근에 관광도 굉장히 부각시키고 있잖아요. 중국인 관광객에 비해 러시아 관광객은 사실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은 워낙 물가가 싸고, 또 국경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 사람들이 북한 관광에 대해서 느끼는 매력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좀 더 협력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하나는 인프라(기반 시설)가 있습니다. 철도뿐만 아니라 우리가 좀 더 주목해야 될 것은 육로 다리라고 생각합니다. 육로 다리 건설은 매우 오래전부터 얘기해 왔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잖아요. 좀 더 협력이 가까워진다면 육로 같은 경우는 철로보다 훨씬 더 많은 물류량을 활발히 운송할 수도 있고, 또 사람도 운송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북러 간에 다리가 건설된다면 철도보다는 훨씬 더 물동량도 많아지고, 운송 시간도 더 빨라지고, 교역량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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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오른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극동 아무르 지역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자] 지난 해 가졌던 정상회담에 이어 비교적 짧은 기간인 9개월 만에 다시 회담을 하게 되는 건데요. 그 배경에 대해서는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정은이] 러시아가 그동안 북한과의 관계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없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대북 제재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러시아도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고, 또 워낙 미국과의 관계가 안 좋고, 전쟁 중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러시아가 대북 제재를 어길 수 있다는 신호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노동력 활용도 좀 더 활발하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노동력 같은 경우는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 속에서 논의될 수 있지만, 러시아의 경우 민간에서도 북한 노동자를 선호하는데요. 다만 전쟁 중이어서, 이게 언제, 또 얼마만큼 될 것인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북한은 특히 식량과 에너지 등이 북한 체제 유지에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에너지나 식량 같은 경우는 러시아 내에서 워낙 풍부하니까요. 북한이 러시아가 원하는 무기나 이런 것들을 제공한다고 했을 때, 얼마든지 (에너지나 식량을) 제공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북한이 경제적으로 이를 받는 것이, 체제를 연명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 같습니다. 실제 얼마만큼의 군수품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군수 공장에 대한 현지 지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노동신문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또 북한 군수 공장의 경우 워낙 오래됐는데요. 러시아가 기술이라든지 설비를 제공하고 거기서 또 무기를 생산해 거래가 이뤄진다면, 북한의 경제가 어느 정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에 대한 협력도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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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당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왼쪽)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하고, 로하니 대통령과 면담했다. / Reuters

 

, 대러대이란 협력 강화, 중국 의존도 낮추기 위한 노력

 

[기자] 지난 4월에는 북한의 경제대표단이 이란을 방문했다는 소식도 있었는데요. 북한의 대외경제상이 이란을 방문했다라는 것 자체를 공개한 것도 매우 이례적인데, 과거에 이란과 북한 사이의 협력 관계를 봤을 때 양국 간 경제적인 측면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을 것으로 평가하시는지요?

 

[정은이] 이란과 북한의 관계가 적극적인 외교 관계로 발전한 건 지난 1970년 대 말에서 1980년대였습니다. 이란과 이라크 전쟁 중에 북한이 이란에 군사 지원을 한 것을 계기로 해서 우호관계가 더 많이 확대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이란과 북한이 교류할 수 있는 부분이 뭘까를 생각했을 때, 양국 간에 공통되는 점은 군사적인 부분일 수 있고요. 또 북한이 이란으로부터 석유와 같은 에너지를 수입해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북한이 정말 원하는 물자를 이란이 갖고 있으니까, 그런 부분들이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자] 북한이 러시아, 이란과 계속해서경제 협력 관계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런 관계가 앞으로 북한의 경제, 외교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십니까?

 

[정은이] 2016년 이후 대북 제재가 굉장히 강화된 이후 북한의 경제 발전 계획에 있어 발목을 잡은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과 관계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중국이 도와주는 데는 한계가 있지 않습니까. 왜냐하면, 중국의 경우는 미국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고, 또 책임대국으로서의 정체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어하는 동기도 강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북한은 지금까지 제재를 경험하면서, 중국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2016년 이후 제재가 가해진 것도 중국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이고요. 중국이 가능한 한 미국과 마찰을 만들지 않으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북한의 대중 의존도는 굉장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도 이런 구조를 탈피하고자 하는 전략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계기를 만들지 못하다가,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이라는 걸 통해서 북한이 이런 상황을 탈피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이란이나 러시아도 제재를 받고 있고, 미국에 대해서도 적대적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친밀감을 활용해 북한 나름대로자력 갱생해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자] ,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과의 대담이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웹팀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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