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여성의 날’도 체제 강화에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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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마키노 기자님. 지난 3월 8일, 북한이 ‘국제부녀절’이라고 명명한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북한에서 어떤 움직임이 있었는지 짚어볼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말씀하신 대로 매년 3월 8일은 '국제부녀절'이라고 하는 기념일입니다. 작년과 올해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비교해 봤습니다. 두 보도가 거의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었고, 시민들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기리면서 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또 북한 여러 지역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동상을 찾거나 기념 공연, 축하 모임에 대한 보도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보도에는 세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국제부녀절은 여성의 권리를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날이지만, 북한의 보도는 오히려 북한 최고지도자를 존경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어떻게 여성의 권리를 존중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합니다. 또 보도에서는 여성의 권리에 대한 설명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슬람권에서 여성의 권리 확대하는 논의나 우크라이나와 가자에서 벌어지는 여성 관련 사건 등 국제적인 여성 활동에 대한 언급도 없습니다. 북한은 국제부녀절을 국제적인 문화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같은 노력은 오히려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할 부분이며,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이를 강조하는 것은 자국 내 여성의 상황을 개선하기보다 오히려 자신의 위상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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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각지서 3.8국제부녀절 114주년 기념 북한은 전국 각지에서 3.8국제부녀절(세계여성의 날) 114주년을 뜻깊게 기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나기성/YNA)

<기자> 지난 8일 북한 노동신문 사설에는 여성이 김정은 북한 총비서에 충성하고, 맡은 역할에 헌신해야 한다는 내용이 실렸습니다. 최근까지 김 총비서가 여성에 관한 당국의 정책에 상당한 관심을 보인다는 분석이 제기됐는데요. 어떤 배경이 있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일부 전문가들은 김 총비서가 여성의 권리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저는 그 진정성에 대해 의심이 듭니다. 북한은 예전부터 여성들이 다양한 직업에서 일해왔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전쟁 때 수많은 남성이 사망했기 때문에 노동력이 부족했던 현실에 근거합니다. 이같은 사실은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사입니다. 여성들은 노동력으로서는 평가를 받았지만, 사회적인 지위를 획득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예를 들어, 교육 현장의 경우 유치원과 초등학교에는 여성 교사들이 많지만, 고등교육 기관에는 남성이 우세합니다. 또한, 학교장이나 학교 관리자도 남성이 많은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성이 승진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경우처럼 해당 인물의 배경에 따른 것이지, 단순히 성별에 기인한 것은 아닙니다.

김정은 시대 들어 기업체나 당, 군 등의 기관에서 여성들이 고위직에 취임했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또 북한에서는 성추행이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지만, 이때문에 처벌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고 들었습니다. 김 총비서가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다른 동기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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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건군절 맞아 딸 주애와 국방성 방문 조선인민군 창건(건군절) 76주년을 맞아 국방성을 방문한 김정은 총비서와 딸 주애 /연합뉴스 (나경근/YNA)

<기자> 그렇다면 김 총비서의 측근의 주요 인물로 유독 여성이 많은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김정은 시대에는 많은 여성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부인 리설주나 딸 김주애 등이 공식 행사에 자주 참석하고 있으며, 김 총비서의 여동생인 김여정 부부장 또한 동일한 양상을 보입니다. 또 최선희 외무상이나 현송월 당부부장 등도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여성들의 활약이 꼭 김 총비서가 여성 권리를 중요시했기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여성들이 많이 활약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김 총비서의 반발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총비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여러 여성과 관계를 맺은 것에 반발해 어린 시절부터 공개적으로 활동하지 못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김 총비서의 어머니인 고영희 씨의 지위가 공식화되지 못한 상황도 이와 연관돼 있을 겁니다. 이러한 반발이 부인 리설주나 김주애의 공개적인 활동과 연결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에 김 총비서가 북한의 고위 인사들과 관계를 맺을 수 없었기 때문에훗날 권력 장악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신뢰할 만한 측근으로서 여동생 김여정이나 가정교사였던 현송월을 활용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성 관계가 복잡했던 점을 싫어하는 마음과 서방 국가에 대한 그리움 등이 김 총비서가 비교적으로 여성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진 배경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김 총비서가 여성 권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기 보다 권력 유지를 위한 목적이나 아버지에 대한 반발 등 다른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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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3.8국제부녀절 114주년 기념 중앙보고회 개최 북한은 지난 8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3.8국제부녀절(세계여성의 날) 114주년 기념 중앙보고회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나기성/YNA)

<기자> 마지막으로 김정은 정권에서 여성들의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은 있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여러 보도가 있지만, 저는 김 총비서의 딸인 김주애가 북한의 다음 후계자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는 북한이 붕괴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김주애가 앞으로 최고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전망에는 과연 북한에서 여성의 지위가 상승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따르지만, 저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총비서를 비롯한 '로열 패밀리'와 고위층은 서로를 필요로 하며 공생 관계에 있습니다. 고위층은 자신들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지 못해도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로, 로열 패밀리를 모시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위층은 '얼굴마담'으로써 로열 패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알려진 바로는 김 총비서와 부인 리설주 사이에 아이는 두 명이며, 첫째가 김주애입니다. 북한 매체는 김주애를 '얼굴 마담'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보면서 관련 보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상황은 여성의 권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북한의 폐쇄적인 체제가 계속된다면, 북한에서 여성의 권리가 향상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