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북한] 청진항에 석탄 더미… 북러 제재 위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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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과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북한. 하지만 오늘날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으로 북한 전역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살펴보고, 정치·경제·사회의 의미를 분석해 보는 ‘줌 인 북한’. 한국 한반도 안보전략연구원의 정성학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북한 함경북도 청진항에서 석탄으로 보이는 광물을 선적하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포착됐습니다.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청진항 부두에 석탄 더미가 쌓여 있고, 대형 선박에 석탄을 싣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또 청진항 인근에 크고 작은 선박의 움직임이 크게 늘었습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도 석탄 더미와 함께 대형 선박으로부터 석탄을 하역하는 듯한 정황이 포착됐는데요. 북러 간에 불법 수출 거래를 의심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특히 지난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철도를 이용한 북러 간 무기 거래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해상을 이용한 무기 거래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함북 청진항에 석탄 선적 활동 , 선박 움직임 활발

  • 정성학 연구위원님 . 지난 시간에 북한 두만강역 차량기지에 화물과 열차의 움직임이 급증하고 있는 정황을 살펴봤는데요. 이번에는 바닷길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북한 함경북도 청진항에서 석탄 선적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요?

[정성학] 네. 지난 9월 13일 북러 정상회담이 열린 이후 9월 21일부터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Planet Labs)가 촬영한 위성사진으로 거의 매일 함경북도 청진항의 모습을 살펴봤습니다. 위성사진에 따르면 최근 청진항에서 선박 활동이 늘어난 것이 포착됐는데요. 대형 선박 여러 척이 부두에 정박해 석탄으로 추정되는 광물을 선적하고 있고요. 크고 작은 여러 선박이 청진항 인근에서 항해하거나 항구에 입출항하는 모습도 확인됐습니다. 특히 청진항의 부두 양쪽에는 각각 석탄으로 보이는 광물 더미가 포착돼 여전히 북한이 유엔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면서 석탄을 밀수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 위성사진을 보면 충분히 그렇게 추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럼, 청진항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정성학] 네. 지난 9월 23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청진항 부두에는 석탄으로 추정되는 광물을 대형 선박에 선적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좌측에 있는 서쪽 부두에는 약 145m 길이의 대형 선박이 적재함을 열어놓고 정박해 있는데요. 2대의 이동식 갠트리크레인 사이로 검은색의 석탄 더미가 약 210m 길이로 길게 쌓여 있습니다. 그리고 크레인 두 대가 대형 선박에 석탄을 선적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고요.

오른쪽에 있는 동쪽 부두에도 각각 105m와 130m 길이의 선박 두 대가 정박해 있는데요. 130m 길이의 선박은 선적 작업이 거의 끝나가는 것으로 보이고요. 105m 길이 선박에는 한창 선적 중인 것으로 식별됩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광물의 양이 꽤 많은 것으로 보이고요. 이외에도 크고 작은 선박들이 청진항에 빈번하게 드나드는 것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는데요.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거의 매일 위성사진을 살펴본 결과 비슷한 움직임이 계속됐습니다. 지난 10월 9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서는 청진항 인근에 최소 30척 이상의 선박이 운항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또 북한에는 해상 물류의 중심 항인 라진항이 있지 않습니까 ? 특히 라진항은 '라진-하산' 프로젝트를 가동했던 곳이기도 하고요. 러시아가 자국산 광물을 이곳으로 운송하기도 했는데요. 최근 라진항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정성학] 네. 라진항도 지난 북러 정상회담 이후인 9월 25일부터 10월 초까지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라진항에는 세 개의 부두가 있고, 철길이 부두 안쪽까지 연결돼 있는데요. 이 중 1번 부두는 중국이 임차해서 전용으로 사용하고 있고, 3번 부두는 러시아가 임차해 2008년부터 50년간 사용 중입니다. 지난 10월 6일 위성사진에 따르면 3번 부두에 석탄으로 보이는 검은색 광물 더미가 보이는데요. 많은 양으로 보이진 않지만, 북한과 러시아 간 석탄 거래를 의심해 볼 수 있는 정황입니다. 또 중국이 사용하는 부두에는 5~6척의 선박이 정박해 있고, 약 300m 길이의 대형 석탄 창고도 보입니다. 또 중국이 사용하는 부두 인근에 ‘만경봉-92호’ 화물여객선이 떠 있습니다. 이 배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북한 예술단을 태우고 한국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에 입항한 바 있는데요. 최근 라진항에 ‘만경봉-92’ 호가 들어온 것은 북러 정상회담에 따른 후속 조치로 이 선박이 라진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 사이를 오가면서 인적, 물적 교류를 재개하기 위한 준비 작업의 일환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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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함경북도 라진항에는 3개의 부두가 있으며 이 중 3번 부두는 러시아가 50년간 임차해서 사용 중이다. 부두 끝에 검은색 석탄 더미가 보인다. / Planet Labs analyzed by RFA, 이미지 제작 – 정성학
  • 청진항에 비해 라진항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은데요 ?

[정성학] 맞습니다. 이전에는 러시아 전용부두에 석탄 더미가 가득 쌓여 있었고요. 대형 화물선을 비롯해 선박들이 자주 이곳에 드나들었는데요. 유엔 대북제재 이후 활동이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지난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위성사진을 살펴보면 중국 전용 부두에만 선박이 드나들고 있고, 러시아 전용 부두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데요. 하지만 북러 정상회담 이후 철도를 이용한 육상 교류의 움직임이 활발해진 만큼 해상 교류 움직임도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그렇다면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의 모습은 어떤지 궁금한데요 . 특이점이 있을까요?

[정성학] 북한 청진항과 라진항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까지 선박 운항 거리는 각각 240km와 190km입니다. 청진항과 라진항에서는 주로 석탄 등 광물을 선박에 실어 운송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난 10월 12일에 촬영한 블라디보스토크항 위성사진을 살펴보면 일부 항만 부두에 많은 컨테이너가 쌓여 있고요. 한쪽에 석탄 더미가 쌓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약 190m 길이의 대형 화물선이 정박해 있는데요. 적재함을 열어놓고, 크레인 3대가 한창 작업 중입니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북한에서 대형 선박으로 반입한 석탄을 하역하는 작업일 수도 있어 보입니다. 또 지난 5월 22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도 블라디보스토크항에 석탄 더미와 함께 석탄을 내리는 모습이 확인됐는데요. 참고로 이 부두 안까지 철길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이용하면 유럽으로까지 연결이 가능하고요. 이 항만과 철도를 활용한 북한의 무기 거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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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12일(위)과 5월 22일(아래)에 각각 촬영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에 많은 화물이 야적돼 있고, 한쪽 부두에는 검은색의 석탄 더미가 보인다. 크레인 3대가 대형 선박으로부터 석탄을 하역하는 것으로 보이는 작업이 한창이다. / Planet Labs analyzed by RFA, 구글어스, 이미지 제작- 정성학
  •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북한의 석탄 수출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지 않습니까 ? 그럼에도 버젓이 선박을 이용한 석탄과 광물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정성학] 맞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 14호를 발사한 것에 대해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북한의 모든 석탄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계속 지적했듯이 북한은 해상 환적을 통한 석유와 석탄 밀수출을 계속해 왔습니다. 특히 유엔 대북제재는 물론 미국 재무부의 독자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린 북한 관련 선박 중 상당수가 활발한 해상 활동을 이어간 것으로 확인됐고요. 모두가 유조선과 일반 화물선이었습니다. 대북제재 전문가들도 북한이 해상을 통해 석탄은 물론, 아연, 철광석 등 광물을 계속 수출하고 있다고 지적해 왔는데요. 최근 위성사진에서도 북한 항만 부두에 석탄으로 추정되는 광물이 쌓여 있고, 이를 선적하는 모습을 볼 때 앞으로 중국, 러시아가 계속 묵인한다면 유엔 제재 회피 노력은 더 성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지금은 석탄 등과 같은 광물 수출이 의심되지만 , 앞으로 북러 간에 무기 거래도 예의주시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성학] 맞습니다. 지난 9월 북러 정상회담에 따른 무기 거래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아직 이른 판단이긴 하지만, 철도를 이용한 육상 통로 외에 북한 청진항이나 라진항을 통해 북한 무기가 러시아로 전달될 가능성도 충분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재 북러 간 육상 교통로는 두만강역을 경유해 하산역으로 이어지는 철길 운송 수단이 유일한데, 위성을 이용한 감시망을 분산시키고, 운송 수단을 다변화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항구를 통한 선박 교역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또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블라디보스토크항으로 들어온 물류가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통해 유럽으로까지 전해질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의 불법 무기 거래나 경제 교류와 관련해 두만강역 철도, 항구를 이용한 선박의 움직임 등에 대한 면밀한 추적과 감시가 요구되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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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청진항과 라진항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과 각각 240km, 190km 떨어진 거리에 있으며, 북러 간 해상 운송을 이용한 물류 교류를 통해 무기를 거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구글어스, 이미지 제작 – 정성학
  • . 오늘은 북한 청진항과 라진항,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의 모습을 통해 유엔 대북제재를 위반한 석탄 거래 정황과 불법 무기 거래 가능성을 짚어봤습니다. '줌 인 북한' 오늘 순서는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위성사진 전문가 정성학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정성학 연구위원: chungsh1024@naver.com

에디터 박봉현, 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