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신규 갱도에서 지하 침출수를 지상으로 배출한 흔적이 나타나는 등 핵실험 관련 활동이 확인됐습니다.
전문가들은 핵실험이 임박했음을 암시하는 특별한 징후는 식별되지 않지만,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결단만 내리면 언제든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라고 평가했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Planet Labs)가 지난 6월 4일에 촬영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핵실험장 남쪽의 3번 갱도 지역에서는 지난해 초 굴착한 신규 갱도 입구에서 침출수를 지상으로 배출하는 흔적이 희미하게 식별됐습니다. 지난해 3월, 3번 갱도에서 35m 떨어진 곳에 입구를 새로 만들고, 기존 갱도와 연결한 곳입니다.
위성사진을 분석한 정성학 한국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갱도 안에 침출된 지하수를 펌프장 시설을 이용해 지상으로 빼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또 정 연구위원은 갱도 내에 케이블을 설치하고 지하 침출수를 배출하는 등의 활동은 핵실험 준비 단계의 하나로 간주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의 민간 위성분석가인 제이콥 보글(Jacob Bogle) 씨도 (6월 5일) RFA에 “3번 갱도 주변에 다양한 지원 구조물이 그대로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글 씨는 “즉각적인 핵실험을 암시하는 징후는 없지만, 풍계리 핵실험장의 현재 상태와 올해 관찰된 낮은 수위의 활동을 고려하면, 북한 군이 대부분의 준비 작업을 완료하고 관련 시설과 해당 지역을 유지∙보수하면서 김정은 총비서의 핵실험 명령을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따라서 지난 4일 촬영한 풍계리 핵실험장 위성사진에서 3번 갱도를 제외하고는 특이동향이 보이지 않지만, 북한 지도부의 결심만 선다면 언제든지 3번 갱도에 핵폭탄과 계측장비를 설치하고 핵실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됩니다.
핵실험장 서쪽의 4번 갱도 앞에서도 일부 움직임이 감지됐습니다.

지난 4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지난 여름 폭우로 끊어지고 유실됐던 도로가 복구됐으며, 도로 비탈사면에는 돌을 쌓아 튼튼하게 보강했습니다. 갱도 앞 도로는 남쪽의 지원시설에서 북쪽 2번 갱도까지 연결되는 도로입니다.
또 갱도 앞에 있던 건물 2동 중 한 동이 철거돼 없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이콥 보글 씨도 4번 갱도에서 추가적인 굴착 활동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활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앞서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북한 전문 매체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도 지난 5월, 전기 및 통신용으로 추정되는 케이블이 여전히 설치돼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매체는 지난 4월 21일에 촬영한 풍계리 핵실험장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3번과 4번 갱도 주변에서 새로운 활동이 포착됐다며, 그 근거로 3번 갱도 입구 주변에 구조물 2개를 잇는 케이블들이 식별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전문가들은 CSIS가 공개한 두 개의 새 구조물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4번 갱도를 잇는 도로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최근에도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관련 활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지난 5일 북한의 핵 실험 준비활동에 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국제원자력기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왔으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제 7차 핵실험을 지원하기 위한 북측의 준비 활동이 여전히 감지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그는 “풍계리 핵실험장의 3번 갱도 근처와 지원 활동이 이뤄지는 지역의 활동 징후를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기상청에 따르면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에서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7일 오후 3시30분경 규모 2.1의 자연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상청 기록을 조회해보면, 해당 지역에 올해로 6번째로 발생한 지진이며 작년 한 해 동안 10건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앞서 미국 지질조사국도 풍계리 일대에서 지난 2017년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지진 현장이 꾸준히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핵실험의 여파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한국 기상청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9월23일부터(6차 핵실험 9월3일) 2023년 6월 7일까지 총 40차례의 지진이 풍계리 일대에서 발생했고, 그 이전에는 이같은 지진 현상은 전무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