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과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북한. 하지만 오늘날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으로 북한 전역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살펴보고, 정치·경제·사회의 의미를 분석해 보는 ‘줌 인 북한’. 한국 한반도 안보전략연구원의 정성학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북한이 3년 7개월 만에 인적 교류를 재개하면서 북∙중 국경의 전면적 개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북∙중 경제협력의 상징인 신압록강대교도 곧 개통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는데요. 하지만 지난 9월 1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개통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북한 측의 준비가 매우 더딘데요. 세관이 들어설 부지에는 최근 6개월 동안 기초 공사조차 진전이 없고요. 도로 위에는 옥수수를 널어 말리는 등 신압록강대교가 계속 방치된 듯한 분위기입니다. 신압록강대교의 9월 현재 상황을 살펴봅니다.
신압록강대교 개통까지 상당 시일 필요
- 정성학 연구위원님 . 최근 북∙중 간에 인적교류가 재개되면서 신압록강대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곧 신압록강대교도 개통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들리는데요. 최근 위성사진에서 살펴본 신압록강대교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정성학] 네.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Planet Labs)’가 지난 9월 1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살펴봤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최근 북∙중 간에 인적교류가 재개되면서 ‘국경이 곧 전면적으로 개방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신압록강대교의 개통 준비 상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성사진 분석 결과 신압록강대교는 개통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9월 1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중국 단둥시에는 도로 연결과 세관 건설도 마치고, 개통 준비를 위한 마무리 작업만 남겨 놓은 반면, 북한은 여전히 세관이 들어설 부지만 조성해 놓았을 뿐, 이를 위한 기초공사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또 세관부지 하단, 신압록강대교 끝 도로상에는 노란색 물체가 넓게 펼쳐져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밭에서 수확한 옥수수를 햇볕에 말리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 아 , 이 노란색 부분이 옥수수를 널어 말리는 것이었군요. 신압록강대교가 북∙중 경제협력의 상징이기도 하고, 다리가 완공된 지 9년이 다 되어가는데 그 도로 위에서 옥수수를 널어 말리고 있다는 것이 의아한데요. 방치된 신압록강대교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성학] 네. 보통 북한에서 봄에는 보리, 가을에는 옥수수를 주요 도로나 건물의 지붕, 넓은 공터 등에 널어 말리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이는 신압록강대교만이 아닙니다. 영변 핵시설을 촬영한 위성사진에서도 매년 봄과 가을이면 5메가와트 원자로 주변 도로상에 노란색 물질을 말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수확한 밀이나 옥수수, 보리 등을 말리는 모습입니다. 또 2020년 10월 24일에 촬영한 황해남도 과일군에 있는 ‘과일비행장’ 위성사진에서도 지하 격납고와 활주를 연결하는 도로 위에 가로 95m, 세로 14m 크기의 노란색 면적이 보이는데요. 이것도 옥수수를 장기 보관하기 위해 햇볕에 널어 말리는 모습이었습니다.

- 그렇다면 신압록강대교가 개통을 못 하는 이유는 여전히 북한 측 공사에 진전이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
[정성학] 이미 저희가 지난 2월 25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신압록강대교 상황을 분석한 바 있는데요. 당시에도 중국에 비해 북한 쪽 준비 상황은 상당히 미흡했습니다. 위성사진을 보면세관시설이 들어설 부지에 농경지를 갈아엎고, 약 40헥타르 면적의 공터만 넓게 조성해 놨습니다. 하지만 세관 공사와 관련한 활동이 전혀 없었는데요. 기초공사 흔적도 안 보이고, 공사 자재도 갖다 놓은 게 없습니다. 논바닥을 매립한 부지만 9년 가까이 썰렁하게 방치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이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세관이 들어설 자리에 어떤 기초공사의 징후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신압록강대교의 개통 시기도 예측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 그럼 , 신압록강대교가 어떤 다리이고, 왜 건설하게 됐는지 다시 한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정성학] 현재 중국 단둥과 평안북도 신의주 사이에는 압록강철교가 있습니다. 그동안, 이 다리를 통해 인적∙물적 교류가 이뤄졌는데요. 그런데 철로가 하나뿐인 단선인 데다 너무 낡고 오래돼 20톤 이상의 화물 차량은 다니지 못합니다. 그래서 4차선 도로로 신압록강대교를 건설하게 됐는데요. 애초 신압록강대교를 건설할 때는 북한과 중국이 각각 50대 50 비율로 공사하기로 합의했고, 압록강 양쪽에서 각각 시작해 강 한가운데에서 서로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국이 먼저 착공했는데, 공사가 다 끝나는 시점에도 북한 측에서는 아직 시작도 안 하니까 중국이 결국, 남은 구간을 다 공사했고요.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14년 신압록강대교를 완공했지만, 이후 북한이 부대시설 공사까지 중국 측에 요구해 개통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신압록강대교 남단 끝에서 남신의주역까지 이어지는 연결도로 공사가 안 돼서 다리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는데, 북한이 이 연결도로 공사까지 중국에 요청하는 바람에 다리의 개통이 미뤄지고 있다는 말도 들립니다.

- 지금까지 하신 말씀과 위성사진을 비교해 보면 북한 측에서 공사가 더딘 이유를 알 것 같은데요 . 결론적으로 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군요?
[정성학] 그렇습니다. 북∙중 간에 인적 교류가 재개된 가운데 신압록강대교는 최소한 지난 6개월 동안 큰 변화가 없습니다. 특히 북한 측에서는 뚜렷한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았고요. 앞으로 해야 할 공사가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북∙중 국경이 인적 교류 외에 언제 전면적으로 개방할지도 예측할 수 없는 가운데 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되기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 네 . 오늘은 북∙중 간에 인적교류가 재개된 가운데 9년 가까이 개통되지 않은 신압록강대교의 현재 모습과 개통 가능성을 살펴봤습니다. '줌 인 북한' 오늘 순서는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위성사진 전문가 정성학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정성학 연구위원: chungsh1024@naver.com
에디터 박봉현, 웹 이경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