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콘디 라이스 장관-부시 대통령 직보 체제 갖춰 ” - 크리스 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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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 논의를 위한 6자회담이 오는 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가운데 특히 미국측 수석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이름난 정보통이자, 아시아 외교통상 정보지인 넬슨 리포트 편집인인 크리스 넬슨(CHRIS NELSON)씨는 힐 차관보가 국무장관과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직보 체제를 갖추고 있어, 딕 체니 부통령 등 대북 강경파가 향후 대북 협상과정에 개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변창섭 기자가 넬슨씨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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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슨 리포트 편집인인 크리스 넬슨 (Christopher Nelson) - RFA PHOTO/변창섭

오는 8일 6자회담의 재개를 앞두고 최근 미국이 북한과의 핵협상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의 마음이 바뀐 것 같은데 그 이유를 무엇이라 봅니까?

NELSON: 사실 3~4년 전만 해도 북한 정권이 계속 지탱하는 점에 못마땅했던 부시 대통령이 이번엔 무슨 이유로 북한과 협상을 하기로 마음을 바꿨는지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제가 볼 땐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 같다. 우선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정책에서 크게 실패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와 같은 재앙적인 사태가 북한처럼 또 다른 곳에서 터지는 걸 바라지 않는다.

또 다른 영향 요인은 아시아 관련 국가들이 부시 대통령에게 북한과 대화하도록 종용해온 점을 꼽을 수 있다. 중국, 남한, 러시아, 그리고 일본은 지난 2002년 이후 부시 대통령에게 북한과 협상해야 하며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이정표를 제시할 것을 종용해왔다. 끝으로 북한이 작년에 실시한 미사일과 핵실험도 부시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영향을 줬다. 부시가 북한이 벌인 행동을 보고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순 없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미국측 협상 수석대표인 크리스 힐 국무부 차관보가 얼마나 많은 협상 재량권을 갖고 있느냐 하는 점인데, 어떻게 봅니까?

NELSON: 사실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 힐이 이번엔 얼마나 긴 협상 줄(rope)을 가질 수 있을 것이냐가 모두의 관심사였다. 일부에선 부시 대통령과 콘디 라이스 국무장관이 힐에게 스스로를 감을 수 있는 정도의 협상 줄을 줬는지는 몰라도 북한 김정일을 꽁꽁 휘감을 수 있는 정도의 협상 줄까지 줬겠느냐며 냉소적으로 묻기도 한다. 거기엔 이유가 있다. 힐 대표는 지난 2005년 9월에 6자회담 공동성명을 만들어내기 위해 북한과 협상력을 총동원했다.

그러나 당시 공동 성명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딕 체니 부통령과 그 일파가 라이스 국무장관과 힐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협상 조건을 바꾸도록 지시한 바 있다. 만일 당시처럼 이번에도 부통령측의 개입이 있었다면 지금쯤 공개적인 저항이 나올법 한데 그렇지 않았다. 혹시나 체니 부통령과 존 볼튼 전 유엔대사, 그리고 로버트 조셉 국무 차관으로 이어지는 ‘악의 축’ 세력이 또다시 훼방놓는 게 아니냐며 조바심을 가졌지만 아직까진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힐 차관보가 부시 대통령의 신임을 톡톡히 받고 있다는 말입니까?

NELSON: 국무부 관리들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인데, 현재 힐 대표는 라이스 장관을 거쳐 부시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그 과정에 다른 누구도 개입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바로 이 점이 2~3년 전 체니 부통령이나 볼튼이 대북협상에 대해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하려던 시절과는 확연하게 다른 상황이다. 때문에 힐 대표가 지금 부시 행정부 전체를 통해 어느 누구보다 북한과의 협상 재량권을 갖고 있다고 조심스레 낙관할 만한 근거가 있다.

과거처럼 협상 막판에 체니 부통령 등 대북 강경파들이 개입할 가능성은 없습니까?

NELSON: 2~3년 전만해도 그런 질문이 통했고, 또 모든 사람들이 걱정하던 바였다. 그러나 지금 제가 국무부 사람들로부터 듣기론 그건 정확하지 않다. 사실 여부는 더 확인해봐야 하겠지만, 지금은 부시 대통령 자신이 북한 핵문제를 직접 챙기고 있다고 한다.

또 종전처럼 부통령 실로부터 북한과의 협상을 방해하는 어떤 일도 생기지 않고 있다. 과거 같으면 볼튼이 북한과의 핵협상 기로에서 워싱턴 타임스 등을 통해 협상 분위기를 깨치는 내용을 누설해왔고 그 때문에 볼튼과 직속 상사인 딕 아미티지 부장관이 끊임없이 다투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부시가 정말 북한과 협상하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다는 얘기를 국무부 관리들로부터 들었다.

대북 문제와 관련해 체니 부통령이 힘을 쓰지 못하게 된다면 무슨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네그로폰테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도 대북 강경파로 꼽히고 있는데요?

NELSON: 체니 부통령은 현재 북한보다 더욱 중대한 일에 몰두해 있다. 그중 하나는 이란 문제다. 또 다른 문제는 송사 사건에 체니가 연루돼 있다는 점이다. 그는 한때 자신의 비서실장으로 있던 리비가 전직 중앙정보국 정보원 신분 누설건으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사건에서 자신의 이름이 오르락내리고 있는데다 자칫 증인으로 불려나갈 상황이다. 국무부 부장관으로 지명된 존 네그로판테는 강경파 직업 관료다.

그러나 네그로폰테도 북한과 협상하겠다는 대통령의 입장에 반기를 들 사람은 아니다. 라이스 장관은 과거 국무부 재임시 볼튼의 반란적 행동을 못마땅해 했다. 때문에 라이스가 국무부내에서 볼튼같은 사람의 재등장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네그로폰테는 그럴 사람이 아니며, 대북 협상에 재뿌리는 행동을 할 사람은 더욱 아니다.

워싱턴-변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