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생각] 역사왜곡과 날조로 점철된 북한 역사교과서

서울-오중석 xallsl@rfa.org
2024.08.02
[오중석의 북한생각] 역사왜곡과 날조로 점철된 북한 역사교과서 지난 6월 1일 조선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창립 78주년을 맞아 개교식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총비서. 김 총비서가 강의실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김덕훈 내각총리ㆍ조용원 당 조직비서ㆍ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ㆍ최선희 외무상 등 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들이 재교육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역사 교과서는 세계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사실 왜곡과 날조로 점철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대학교에 이르기 까지 학생들은 무조건 김일성일가 우상화를 위해 조작된 내용으로 세뇌교육을 받게 되어있으며 과거 수십 년 동안 이런 교과서로 교육 받은 북한 주민들 중에는 실제로 김일성을 신의 반열에 올려놓고 숭배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김정숙 등 소위 백두혈통 중심으로 서술된 북한 역사교과서는 우상화 내용외에도 학생들에게 계급의식을 심어주고 집단주의 원칙과 사회와 인민의 이익, 당과 혁명의 이익을 위하여 몸을 사리지 말고 헌신할 것을 강요하는 내용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북한에서 혁명력사(역사) 라고 불리는 역사교과서는 그 어떤 교과목보다도 우선시되고 있으며 탁아소,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평생 동안 혁명력사의 모든 내용들을 토씨 하나 빼지 않고 외워야 합니다. 아무리 다른 과목 성적이 좋아도 이 '혁명력사'를 모르면 대학입학이 불가능하다고 탈북민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학교별로 역사교과서의 명칭도   다릅니다. 소학교는 '어린시절' 초급중학교(중학교) '혁명활동' 고급중학교(고등학교) '혁명력사'라고 부릅니다. 학교별로 교과서 이름을 다르게 한 데엔 이유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성장해 감에 따라 나이에 맞춰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공감대를 끌어내기 위한 맞춤형 내용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지난 1967년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김씨일가 세습통치, 즉 유일영도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김일성 개인 우상화이고 이를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학생들을 유일사상으로 세뇌교육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1968년에는 소학교에서 대학까지 모든 학년을 대상으로 김일성 우상화 교과서를 만들어 필수과목으로 집중교육하도록 강제했습니다. 초창기 우상화 교과서에는 김일성이 초자연적 능력을 갖고있다는 얘기는 없었고 김일성의 항일투쟁 경력과 조국애를 강조하며 한 명의 뛰어난 인간으로서 김일성을 부각 시켰다고 합니다.

 

그러나 1974년 김정일이 후계자로 등극하면서 김일성의 위대성과 우상화를 위해 역사왜곡과 날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김일성이 일본군을 피해 지구 둘레의 두 배에 이르는 거리를 돌았다는 등 허황된 날조 에피소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987년 김정일은 우리 인민(주민)들 속에서 구전으로 떠도는 이야기를 책으로 편찬했다면서 '김일성 전설집'이란 것을 출판했는데 여기에는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도저히 말할 수 없는 날조와 왜곡된 내용이 다수 포함되었습니다. 김일성의 기짜 항일무장투쟁 이력을 날조하느라 김일성이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고 모래로 쌀을 만들었으며 가랑잎을 타고 강을 건넜다든가, 축지법을 써서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을 격멸했다는 등 온갖 비현실적이고 허무맹랑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김정일은 아버지 김일성의 신격화에 머물지 않고 자신을 우상화하는 데에도 힘을 쏟았습니다. 김정일이 북한의 모든 권력을 장악하면서 세습 통치의 합리화가 필요해졌고 김일성을 신격화하는 것만이 신의 아들인 자신의 권력승계를 정치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지난 1996년 출판된 백두광명성전설집이란 것이 본격적인 김정일 우상화 책자인데 이 책자에 장군님(김정일)의 출생 설화에 관한 황당한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김일성 부자가 초자연적 능력을 가진 신의 경지에 이른 인물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 자신의 출생지를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에서 백두산 밀영으로 둔갑시키는 비상식적인 날조와 역사왜곡을 서슴지 않은 것입니다. 북한에서 대학까지 마치고 탈출한 한 탈북자는 아무리 어린 시절부터 우상화 세뇌교육을 받았지만 대학생이 되면서 김일성, 김정일 관련 에피소드의 내용이 너무도 황당해서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회고했습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도 북한의 우상화 교육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2013년 각급학교 교과과정을 개편하고 2014년부터 김정은 우상화 관련 과목을 추가해서 교육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집권초기에는 김정은이 세 살 때부터 총을 쏘았고 10살 때에는 탱크를 운전했다는 등 허무맹랑한 내용을 가르쳤지만 북한의 학생들이 이런 교육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이런 내용은 모두 삭제되었습니다. 대신 김정은의 인민 사랑과 탁월한 군사적 지도자의 면모를 부각시키면서 보다 인간적인 우상화 선전 자료를 개발해내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본격화 되고 있는 김정은 우상화 교육에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김일성과 김정일 그림자 지우기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정은이 집권한 2012년 당시만 해도 세습후계자로서 정통성 확보를 위해 김일성과 김정일의 후광을 집중 조명하던 북한이 2-3년 전부터 김정은을 북한정권을 창출한 김일성이나 아버지 김정일을 능가하는 불세출의 영웅이라고 추켜세우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우상화의 최고 상징물인 김일성김정일 초상 휘장(배지)가 최근 김정은 단독 초상휘장으로 바뀐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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