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1월 22일 0시부터 내달 1일 0시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한다고 일본 측에 통보한 직후인 21일 밤 기습적으로 우주발사체의 발사를 강행했습니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이라고 주장하며 1차, 2차 발사에서 실패한 우주발사체의 3차 발사를 실행한 것입니다. 북한측은 정찰위성을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며 발사 성공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미 국방부와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아직 북한의 위성발사 성공 여부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고 있습니다. 실패로 끝난 1차와 2차 시험발사 때 비교적 신속하게 실패했다고 판정을 내린 것과 다른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주장하는 정찰위성발사의 실제 성공 여부는 위성이 정상궤도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것까지 확인해야 하므로 성공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앞서 지난 5월과 8월에 있은 북한의 1차, 2차 정찰위성 발사시도는 로켓 추진체의 결함 문제로 실패로 끝났습니다. 이번에 쏘아 올린 북한의 군사정찰위성이 궤도에 정상적으로 진입한 후 각종 군사정보를 북한의 기지국에 전송할 수 있어야 위성발사는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번 위성발사가 성공한다면 러시아가 북한 위성발사의 기술적 문제 해결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9월 러시아를 방문해 북러정상회담을 가진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는 대신 인공위성 발사 기술 협조를 요청했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에 화답하면서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돕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북한의 이번 3차 위성발사 과정에서 발사추진체(로켓) 분야에서 발전된 기술을 제공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예상외로 큰 피해를 입게 된 푸틴 입장에서는 북한의 무기 제공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입니다. 보유 탄약이 거의 바닥난 러시아는 북한의 탄약 및 무기 제공이 전쟁을 지속하기 위한 필수불가결의 요소입니다. 이 때문에 북한과 러시아는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식량과 연료 등 자원협력에 머무르지 않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도 러시아가 직접 개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 국방장관은 한 방송에 출연해 “정찰위성을 발사하려면 엔진을 제대로 갖춰야 하고 엔진시험을 여러 차례 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서 엔진 문제점을 거의 해소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로켓 전문가들도 북한이 우주공간에서 작동하는 3단 로켓엔진과 관련한 기술적 문제를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해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북한과 지나치게 밀착하고 핵, 미사일 개발에 협력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러시아에게도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이 지금까지 개발한 미사일 기술은 대부분 구소련 시절부터 러시아의 기술을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입수해 발전시킨 것입니다. 냉혹한 국제정치의 세계에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고 합니다. 언젠가는 북한의 미사일이 러시아를 겨냥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북한의 오랜 혈맹인 중국조차도 요즘 들어 민생을 돌보기보다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몰두하는 북한의 행태를 보면서 북한과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의 대북 정책을 러시아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은 북한의 위성발사에 즈음해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면서 “중국은 계속해서 안정을 유지하고 대화를 추진하며 한반도의 장기적 안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원칙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실 군사정찰위성은 한국을 비롯한 수개국이 이미 여러 차례 발사했고 우주에서 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본래 우주발사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성발사 등은 뜻이 다른 말입니다. 모두 다 로켓 엔진으로 추진돼 우주를 향해 비행하는 물체라는 의미에서는 같지만 발사 목적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로켓 앞머리에 위성을 달면 우주발사체고, 핵탄두를 달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됩니다.
이런 명백한 차이 때문에 한미일 3국정부와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입니다. 이미 방사포 등 중단거리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으로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가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과 핵탄두 소형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미국과 전 세계를 핵공격의 사정권 안에 두겠다는 저의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한 가지 유감스러운 것은 지금까지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에 미온적이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코너에 몰리자 국제사회의 이단아이자 ‘악의 축’으로 지목되는 북한의 신무기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70여 년간 무조건적으로 북한정권을 도와온 중국조차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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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