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재정난 타개책으로 ‘인민공채’ 발행의 궁여지책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20-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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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안북도 삭주군에서 북한 주민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에서 북한 주민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코로나 19 사태까지 겹쳐 경제가 악화되면서 ‘국채’를 대량으로 발행하고 이를 강매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주장을 자유아시아방송이 지난 5월 21일 방송한 바 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벤자민 실버스타인 미 외교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5월 19일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북한이 국채를 발행해 부족한 외화를 충당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북-중 국경 봉쇄에 따른 무역 중단과 대북제재 강화로 북한의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달 미국 코리아소사이어티 토마스 번 회장 역시 외교 전문매체 ‘포린 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북한 예산의 60%에 달하는 채권 발행을 계획 중이고, 시중에 유통되는 외화를 최대한 많이 회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는 ‘북한, 재정난 타개책으로 ‘인민공채’ 발행이란 제목으로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이현기: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잘 지냈습니다.

질문: 이번에 북한이 재정난 타개를 위해 인민공채를 발행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인민공채의 역사와 현실에 대해 먼저 말씀해 주시죠.

안찬일: 북한에서 인민공채의 역사는 꽤 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초의 인민공채는 6.25남침 전쟁 초기인 1950년 10월 1일에 10년 만기 상황을 조건으로 발행된 ‘인민 경제발전채권’이었습니다. 이 채권은 주민들의 여유자금으로 ‘국영기업소 관개시설’ 및 ‘문화기관’ 등을 건설할 목적으로 발행되었다고 하지만, 사실은 전쟁자금을 마련하기 귀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1951년에는 군자금 확보를 위해 ‘조국보위복권’을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950년 이후 북한은 ‘채권’에 대해 “자본주의적 빚문서이며 착취적 약탈적 성격을 띤다”(조선대백과사전, 2001)고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이후 북한은 2003년 3월 26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0기 6차 회의에서 ‘인민 생활 공채’ 발행을 결정했으며, 다음날 내각 공보를 통해 발표하였습니다. 발행목적은 크게 재원 조달과 통화량 조절이었습니다. 즉 “여유자금을 효과적으로 동원, 이용하기 위해” 인민공채를 발행한다고 밝혔으며, “공채의 인민적 성격은 나라의 화폐 유통량을 계획적으로 조절해 통화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7·1경제관리개선조치 등으로 인한 인플레 억제에 초점을 맞추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인민공채는 2003년 5월 1일부터 2013년 4월 30일까지 10년을 만기로 500원, 1천원, 5천원 세 종류를 발행했습니다. 북한은 공채판매를 원활히 하기 위해 중앙과 도, 시, 군에는 비상설 인민생활공채위원회와 인민생활공채 상무를 두었고, 모든 기관, 기업소, 리, 읍, 구, 동사무소에는 공채협조 상무를 각각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인민생활공채 구매사업을 촉진하기 위해 이 사업에 모범을 보인 주민들을 우대하는 정책을 추진하였습니다.

공채의 상환은 추첨제로서 공채추첨위원회를 통해 복권식으로 당첨된 공채에 대해서는 당첨 상환금을 일시에 되돌려주고, 당첨되지 않은 공채는 유효기간인 2013년 4월 말까지 원금을 모두 되돌려주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발행한 인민공채는 판매 실적이 매우 저조하였습니다. 한 마디로 장롱 속에 숨어있는 돈을 끌어내는 것이 인민공채의 목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질문: 북한에서의 인민공채 역사는 꽤 되는군요. 그런데 최근 또다시 북한 당국이 공채발행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봐야 합니까?

안찬일: 북한의 화폐경제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모순과 특히 대북제재로 인해 상당히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북한 인민들은 이자도 없고 인출도 쉽지 않은 은행 예금을 최대한 피하고 저축 중 상당 부분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장마당 경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돈이 은행에 들어와야 기업의 대부자금으로 이용될 수 있을 텐데 그 가능성이 막혀버린 것입니다. 여기에 북한 화폐는 가치가 바닥을 치고 달러와 위안화가 인민 경제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장마당이 결심하면 로동당이 한다”는 새로운 구호까지 생겨났겠습니까.

질문: 북한 인민공채 발행의 방법에 대해 좀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데일리NK에서의 첫 보도가 아직 공식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북한 당국이 인민공채 발행을 결정한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공채 중 60%는 기관과 기업에게 발급, 이를 자재생산 기업에게 현금대신 지급하고 물자를 받게 하는 목적이라고 합니다. 나머지 40%는 돈주와 개인을 대상으로 외화를 받고 판매한다고 하는데, 인민공채 발행은 자력갱생이 한계에 가까웠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기관과 기업대상의 채권 발행은 제재와 코로나 사태로 기업 간 공급사슬이 크게 훼손됐음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주의 기업은 중앙계획에 따라 목표량을 생산해 공급사슬의 다음 기업에게 전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 정부가 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지 못하자 많은 기업이 가동을 줄이거나 중단된 상태이며,  제재 이전에는 정부 지원이 부족해도 무역으로 돈을 버는 기업과의 주문계약제를 통해서나 생산품의 시장 판매를 통해 생산 자원을 부분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무역과 시장의 위축으로 이마저도 어렵게 되었습니다. 자재 생산 기업이 억지로 공채를 인수하더라도 외상거래를 계속 버틸 수는 없으며, 결국은 실패한다는 뜻입니다.

질문: 북한경제가 거의 벼랑 끝에 와 있다는 반증으로 봐도 될까요?

안찬일: 돈주에게 외화를 받고 공채를 팔려는 시도는 북한 정권이 심각한 외화난에 처해 있다는 증거로 됩니다. 그러나 돈주에게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이들은 매입을 꺼릴 것이고 그 과정에서 강제력이 동원될 수밖에 없으며 그 강제력은 적게는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며 크게는 북한 정권이 경제 세력과 명운을 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자칫 인민 대중에 의한 어려운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인사: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 또 만나죠. 감사합니다.

오늘은 ‘북한, 재정난 타개책으로 ‘인민공채’ 발행 제목으로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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