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얼마 전 북한 정권이, 남조선 드라마를 시청했다는 이유로 북한의 중학생 30명을 총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심각한 인권침해라는 비난이 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는 “사형계층을 하향 조정하는 평양정권의 인권 일탈행위”라는 주제를 갖고, 한국의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MC: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MC: 먼저 북한 정권이 최근 저지른 중학생들 30여 명에 대한 사형 소식에 대해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
안찬일: 네, 우리 속담에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이 있지만, 북한에는 "법은 멀고 총구는 가깝다"는 말이 있습니다. 쩍하면 공개 총살이 이뤄지고 있는 작금의 북한 현실을 잘 대변해 주는 말입니다. 한 마디로 북한에서 법은 사상누각이고 총알은 가까이 있습니다. 노동당의 정치는 '어머니 정치'라고 하지만 그렇게 고약한 어머니를 우리는 본 적이 없습니다. 얼마 전 평양정권은 청년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10대 중학생 30명을 공개 총살했습니다. 우리 인민들만 모르고 전세계 언론이 다 보도한 사실입니다. 이들의 죄목은 간단합니다. 남쪽에서 날아온 한국의 풍선 속에 담겨진 USB를 통해 한국의 드라마를 시청했다는 것입니다. 일찍이 북한의 청소년들 누구나 다 하는 행동인 것을 이번에는 오물풍선 등으로 대처하다 국제적 망신을 당한 김여정 부부장이 아마 총살명령을 내린 것 같습니다.
MC: 청소년들은 교화소에도 안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번 같은 경우는 소위 말하는 '시범케이스'라고 봐야 할까요?
안찬일: 맞습니다. 외부의 드라마 좀 본 것을 죄로 여기는 북한이야말로 인간생지옥이지만 그걸 사형에 처했다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중대 범죄로 되는 것입니다. 그만큼 현재 북한 정권이 대북 풍선에 대응하면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짐작이 가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나이 어린 청소년 중학생들을 총으로 쏴 죽이는 일을 해서야 되겠습니까? 약간의 사상교양으로 끝낼 일을 가지고 피비린내를 풍기는 평양 정권의 운명이 올데까지 온 것 같습니다.
MC: 원래 북한은 일반 범죄도 노동교화형으로 처벌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노동교화형이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북한은 일단 사상범의 경우는 공개재판을 하고 총살형을 처할 때 공개재판의 절차를 밟는게 일반이고, 일반 경제범은 재판을 하고 노동교화형으로 처벌합니다. 북한의 노동교화형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정치범이 아닌 모든 '죄인'들에게 적용되는 노동교화형은 복역 전기간 중노동에 시달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로동교화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은 공민권이 박탈된 채 조악한 식단과 열악한 치료, 전염병이 창궐하는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비인간 취급과 강도 높은 강제 노역에 시달려야 함은 물론 수감자들은 고문과 가혹행위에도 시달려야 하고, 거기에 코로나 19 방지를 명목으로 한 국경 봉쇄까지 겹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2년 동안 교화소 3곳에서 수감자 700여 명이 아사, 병사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교도소 한 곳당 평균적인 수감 인원을 2000~4000명으로 놓고 보면 위급한 상황에는 연간 사망률이 약 3~6% 수준일 정도로 높은 셈입니다. 형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죽은 수감자의 시신은 '죄를 다 씻지 못한 죄인은 죽어서도 나라의 푸른 하늘을 볼 자격이 상실해 가족들 품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는 명목으로 시신을 화장하고 잿가루를 인근 밭에 뿌린다고 합니다.
MC: 그런데 교화소에서 이뤄지는 노동교화형이라는건 어떤 건가요?
안찬일: 네, 단적인 실례로 평안남도 개천시에 있는 개천여자교화소는 북한 각지에서 잡힌 여자 수용자들을 모아둔 교도소인데, 말이 교화소지 열악한 조건 하에 옷을 만들게 시키는 사실상의 노동 착취 공간입니다. 북한 노동자들의 작업복이나 군복 상당수가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나중엔 중국이나 일본으로 수출되는 옷도 만들었다고 합니다.
정치범수용소와 달리 무기징역도 아니고, 언젠가는 출소할 수 있었지만 워낙 열악한 환경 때문에 죽어가는 사람들이 속출하게 됩니다. 개중에는 정말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도 많았는데, 실제로 이 교화소를 경험해본 한 여성의 증언으로 이 실태를 살펴보면, 구두 수리공 김모 씨는 구두를 제조하는 기계 수리도 맡았는데, 어느 날 기계가 고장나자 지도원이 발로 차며 '야, 뒈지기 싫으면 빨리 고쳐놔!' 라고 김씨를 윽박질렀습니다. 평소에 작업 솜씨가 뛰어나 간부용 수제화를 만드는 장인까지 올라간 그녀였지만 60년대에 동독에서 수입한 기계를 고칠 방도는 없었고, 결국 이 현실을 개탄하며 염산을 마시고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그녀의 죽음 이후 문제의 지도원은 책임을 지기는 커녕 이 죽음을 동료 수감자들의 탓으로 돌리며 일주일 동안 매일 자아비판, 생활총화를 돌렸다고 합니다. 이러한 여성교화소와는 달리 남성들의 경우 심지어 지하막장에 들어가 석탄을 캐는 중노동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어 교화 기간 내에 생명을 유지하고 다시 바깥세상으로 나오는 일은 어렵습니다.
MC: 안 박사님께서 보시기에는 중학생 총살형 같은 일이 또 벌어질까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안찬일: 네, 북한 사회가 현재처럼 인터넷을 통제하고 라디오와 외부 정보를 가로막고 있는 한 이런 사건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일 아닙니까? 사실 노동당이 그걸 물리적으로 가로막는 한계점은 이미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청소년들은 어제날의 청소년이 아닙니다. 그들은 이름하여 21세기 장마당 세대입니다. 자기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을 억제하지 않고 마구 발산합니다. 외부 정보는 듣는 수단도 나날이 발전하여 별의 별 기구들이 다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즉 평양정권은 무조건 그들의 눈과 귀를 가로막으려 하지 말고 부분적인 개방에 착수하여야 할 것입니다. 하향조정되고 있는 청소년들에 대한 사형집행은 줄어들기 힘들것입니다.
MC: 이런 가운데, 북한에는 내각에 법무성이 없어 법률적 업무 대부분을 사회안전성이 대신 집행하는 바람에 혼란이 발생한다고 들었습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요?
안찬일: 맞습니다. 북한은 공화제이지만 정권 안에 법을 집행하는 사법성이 없는 지구상의 몇 안 되는 나라입니다. 물론 정권 수립 초기에는 있었지만 한국전쟁 뒤 아예 없애버렸습니다. 그러니 사법집행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사회안전성은 이른바 범죄자들을 법의 잣대가 아니라 노동당의 잣대로 다루다보니 뇌물과 안면, 정실관계로 복잡하게 얽혀 정의가 실종된, 그들부터가 범죄자들이 되고 있습니다.
MC: 저희가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안 박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안찬일: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