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의 주간진단] 북-러간 새 교량건설은 순서 어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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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최근 북한의 외교관들의 탈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에서 외교정책 역시 커다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러시아쪽에 자동차교량과 도로를 새로 건설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이미 완공된 신압록강 대교는 내버려둔 채 말이죠. 오늘은 “먼저 완공된 신압록강대교를 개통하고 그 다음에 러시아쪽을 바라보는게 순서 아닌가?” 라는 주제를 갖고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MC :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MC : 최근 북한의 외교정책을 보면, 그동안 혈맹이라던 중국을 등지고 러시아 쪽에 급선회하는 모양새인데요. 실례를 들어 설명 좀 해 주시죠.

안찬일: 네,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급선회는 중국의 노여움을 사는 또다른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이미 오래 전에 완공된 신압록강대교를 방치한 채 러시아와 두만강 국경 교량과 도로를 건설한다는 엉뚱한 발상을 들고 나온 것입니다.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북한과 중국은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오래된 다리인 '조중우의교'(압록강철교)를 대체하기 위해 지난 2010년 12월 압록강 하류에 신압록강대교 건설에 착공했습니다.

교량 본체는 지난 2014년 10월 완공됐으나 북한의 소극적인 태도와 북중관계 경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개통이 10년째 미뤄져 왔스비다. 특히 북한 정권의 개방 컴플렉스가 이 다리 개통의 주된 장애물이었습니다. 지난 2020년부터는 이 일대에 공사가 재개되는 등 개통을 준비하는 정황이 지속적으로 포착되면서 조만간 대교 운영이 개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북한과 중국이 오는 10월 신압록강대교 개통에 합의했다는 설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설에 불과합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북·중 관계에 소원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북한과의 관계를 신경 쓰고 있는데, 지난 4월에는 중국 공식 서열 3위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장이 '북중 우호의 해'를 기념하기 위해 방북했습니다. 길이 3030m에 4차로인 신압록강대교가 뚫리면 코로나19 여파로 급감했던 북중 무역 회복을 넘어 교역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평양 정권은 이 다리를 밤치한 채 러시아 쪽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MC : 그럼, 북한과 러시아가 새롭게 합의했다는 러시아의 하산과 북한의 라선시 연결 교량 및 도로 건설의 합의서는 어떤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나요?

안찬일: 네, 지난 6월 20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평양방문 시 논란 속에 체결된,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는 경제협력 관련 조항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국제 제재 속에 악화된 경제 여건을 개선하려는 김정은 총비서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북.러 간의 경제협력 약속이 실제로 이행될 지에는 의구심도 없지 않지만 그 중 '북·러 조약' 체결시 '두만강 국경 자동차 다리 건설에 관한 협정'은 주변국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놀라운 합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북한의 라선과 러시아 하산 지역을 자동차 도로로 잇는 작업인데, 현재는 이곳에 오래된 철도 다리만 있을 뿐입니다. 현재 북한은 러시아에 주로 선박을 이용한 포탄 수출 등을 강행하고 있지만 육로를 이용할 경우 시간절약과 경비 절감이라는 2중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MC : 그런데 이 지역의 토목공사는 중국 측에서도 원하는 것이라는데 그러면 결국 중국과 러시아, 북한 모두가 합의된 사항이란 말인가요?

안찬일: 네, 형식상 그렇게 보입니다만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러시아와 북한을 설득해 두만강 하류를 중국화물 운송을 위해 개방해 주도록 노력해 왔는데, 이는 내륙지역인 동북의 지린성을 동해로 직접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출해권 확보의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푸틴이 최근 베이징과 평양을 연이어 방문하면서 중국의 오랜 희망을 되살린 것으로 보이는데, 이 교량건설 합의는 향후 삼국간의 관계 개선에 있어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북.러는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중국 선박, 특히 해군의 두만강 하류 수로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 분석가들은 중국이 서방과의 관계가 더 악화될 것을 우려해 북·러와 너무 긴밀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지난 5월 푸틴과 시진핑의 베이징 정상회담 시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중국 선박이 두만강 하류를 통해 동해로 항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북한과 '건설적인 대화'를 하기로 먼저 합의하기도 했지만 실행에 옮기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MC : 그렇군요. 그런데 북한과 러시아가 새로운 교량과 도로를 건설한다는 북-러 국경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안찬일: 네, 두만강 하류에는 북한과 러시아간의 짧은 국경 17km(101/2마일) 구간이 있는데, 여기에는 구 소련시대의 낡은 '철도 다리' 하나만 있으며, 이 교량 때문에 화물선이 항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푸틴의 평양 방문시 합의한 새 '자동차 다리' 건설 합의를 두고, 일부 관측통들은 신규 교량 건설시 舊 철도 다리는 철거되어 해상 운송을 용이하게 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북-러가 중국 선박, 특히 군함에 대해 항로를 개방하는 것을 믿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 함대가 빠르게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것은 러시아 및 북한 안보에 큰 위협이 되는 것으로 북한과 러시아 정부는 여기고 있습니다.

MC : 그렇다면 이 지역의 개방에 대한 중국의 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안찬일: 네, 상하이 사회과학원의 연구관 리 리판(Li Lifan)은, 아직 성급하게 진단하면 안 되지만 여러 논의 끝에 중국에게 두만강 하류를 개방하게 된 것은 "전략적 승리이자 꿈이 실현되는 것이다. 중국은 일본과 유럽으로 가는 화물운송 기간을 단축하고, 두만강의 해상 출구를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러시아는 보답 차원에서, 중국의 도움으로 극동 지역을 완전히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며, 중국은 이 지역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대거 투자할 것이다.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대응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성급하게 평가했습니다.

사실, 북·러 모두 중국이 이 지역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얻게 되는 것을 꺼려왔습니다. 19세기인 1860년 베이징 조약으로 제정러시아가 중국의 약점을 이용해 블라디보스토크항을 확보하였습니다. 결국엔 연해주 지역을 러시아에 할양해 줄 수밖에 없었던 중국은 역사적 고통을 오랫동안 감내해 왔습니다. 리리판은, “중국이 두만강을 통해 동해로 연결되도록 북.러간 새로이 자동차 다리를 건설키로 한 것은 푸틴이 생각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신 교량 건설비용을 부담할 의향이 있다면, 북.러가 이를 거절할 리가 없다고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MC : 결국, 현재 북한이 신압록강 대교 개통을 미루면서 당장 화급한 외화벌이를 위해 러시아 쪽으로 돌아서 교량 및 도로건설을 한다는 것인데요, 절차상 순서상 문제가 되진 않을까요?

안찬일: 당연합니다. 일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이미 완공된 신압록강대교부터 개통하여 대외 교역의 숨통을 튼 다음 북방으로 나가야지 당장 외화가 좀 된다고 러시아 쪽으로 급선회 하는 건 조급한 발상 그 자체입니다. 만약에 그러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갑자기 멎어버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바로 이런 걸 "닭쫓다 지붕쳐다 보는 개 신세"라고 하는 것입니다.

MC : 네,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