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북한의 달러가치 급등, 러시아로의 용병 및 근로자 파견설의 진실

워싱턴-홍알벗 honga@rfa.org
2022.08.18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북한의 달러가치 급등, 러시아로의 용병 및 근로자 파견설의 진실 묘향산 보현사에서 향을 팔고 있는 여성이 달러 지폐를 손에 쥐고 있다.
/REUTERS

MC: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진행에 홍알벗입니다.

 

지난 5 12일 북한 노동당 정치국이 북한 내 코로나비루스 감염증 발생을 선언한 이후, 곧바로 달러 급등이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이 달러가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합니다. ‘화는 홀로 오지 않고 복은 겹으로 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달러 가치가 급등하자 장마당의 쌀가격이 덩달아 올라가고, 궁극적으로는 북한주민들의 생활이 더욱 어려워지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 근래 들어서는 북한 의용군 내지 근로자 10만 명 러시아 파견설이 대두되자 북한주민들이 동요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는 북한의 달러가치 급등, 러시아로의 10만 용병과 근로자 파견설의 진실이란 주제를 갖고,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인 안찬일 박사와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MC: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MC: 박사님, 북한이란 체제는 고립적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저희는 알고 있는데요, 그런데 왜 미화 그러니까 달러가 북한 경제에 영향을 준다는 것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무엇 때문인지 그 원인부터 좀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그렇습니다. 이른바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고집하는 북한이 달러의 가치에 경제와 인민생활이 크게 영향받고 있다는 사실은 수수께끼와 같은 일입니다. 한 마디로 오늘 북한은 ‘주체의 나라’가 아니라 미국 돈 달러에 의해 통치되는 ‘달러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언제부터 그랬냐구요? 적어도 김정일로 세습이 본격화된 1970년대 중반부터 그랬다고 보시면 됩니다. 당시부터 북한 돈은 점점 힘을 잃어 80년대에 들어와서는 달러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는 이상한 나라로 전락하였습니다. 통치자금도 달러로 사용되고, 선물정치도 달러로 집행하고, 심지어 뇌물도 달러로 주고 받았는가 하면 내각의 상(장관)자리도 달러 상납액에 따라 결정되는 시대가 개막되었습니다. 이것을 다시 설명하면 이때부터 북한의 계획경제는 허울뿐이고 이른바 ‘로동당경제’ ‘궁중경제’가 작동하기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1995년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달러는 더욱 힘이 강해져 북한에서 ‘지배의 상징’으로 까지 격상했습니다.

 

MC: 그런데 최근 들어 북한에서 다시 달러가 폭등해 인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오는데 어떤 내용이죠?

안찬일: , 최근 북한에서는 달러 가치가 폭등해 1달러당 북한 돈이 1 2,000원까지 상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과거 보통 1달러당 8,300원이었는데 여기서 약 4,000원이 폭등한 셈입니다. 물론 북한 정권의 1달러당 공식 환률은 약 200원을 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가격이 무의미하다는 것입니다. 달러가 폭등하면 인민들은 장마당에서 도매로 상품을 구입하거나 넘길 경우 큰 혼란이 오기 마련입니다. 한 마디로 상업활동을 하는 상인 장사꾼들은 아예 이익을 본다기보다 믿지는 장사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MC: 도대체 왜 그렇게 달러 가치가 치솟았을까요?

 

안찬일: 해외로부터 달러 유입이 차단된 데 원인이 있습니다. 그동안 코로나로 국경이 봉쇄되었음에도 달러 유입까지 막힌 건 아니었는데 근래 중국과 러시아가 자국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 해외식당 종업원들에게 지급하던 모든 돈을 자국 돈, 즉 위안화와 루불화로 지급하는가 하면, 해당 국가 정부가 달러로 북한에 송금하는 것을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달러 급등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UN의 대북제재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자국의 외화 사정 때문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결국 북한 정권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던 외화가 막히다 보니 더욱 달러 통제를 강화하면서 달러가치가 급등해 인민들이 고통을 겪게 된 것입니다.

 

MC: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인해 북한 장마당의 물가도 덩달아 폭등했다고 하는데, 상황을좀 설명해 주세요.

 

안찬일: , 장마당에서 1kg에 오육천원 하던 쌀값이 7,000원대를 넘어섰고 기타 생필품 가격도 무섭게 뛰었다고 합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장마당의 시장 물가 조사 결과 지난 8일 기준 북한의 쌀 가격은 1kg에 평양 6,000, 신의주 6,100, 혜산 6,350원으로 나타났습니다. 2주 전인 지난달 26일 조사된 쌀 가격과 비교할 때 지역별로 조금은 하락한 것입니다. 1 1kg 4,000원대 중반 가격으로 거래됐던 북한 쌀값은 지속 상승해 지난달 말 전국적으로 7,000원 대를 넘어선 바 있습니다.

 

물가 상승률이 가장 두드러진 양강도 혜산의 경우 지난달 말 쌀 1kg 6,800원에 거래돼 7,000원 대에 근접할 정도로 가격이 치솟았지만, 이달 들어서는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해 6,000원 대 초중반으로 내려앉았습니다.

 

MC: 달러 가치 상승은 북한 당국이 외화 확보를 위한 새로운 탈출구를 찾게 만들고, 또 그러다 보니 그것이 러시아 전쟁과 재건 사업에 북한 용병을 투입한다느니 또는 근로자 10만 명을 파견한다느니 하는 소식으로 나타나게 된 것 같은데요, 그 배경이 무척 궁금합니다. 자세히 설명 좀 해 주시죠.  

 

안찬일: , 근래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를 돕기 위해 10만 명의 북한 의용군 내지 근로자들을 파병하는 방안이 준비되고 있다는 러시아 국방전문가의 주장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요? 이고르 고로첸코가 러시아 국영 채널 원 TV에 출연해 털어놓은 얘기를 미국 일간 뉴욕 포스트가 지난 5일 보도했습니다. 물론 북한은 일절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벌써 러시아 점령지구인 돈바스 지구에는 북한 근로자 선발대 수 백명이 도착했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달러로 정치를 하는 북한 당국자들에게 외화벌이는 북한 정권의 운명을 가르는 중대사입니다. 외화가 되는 곳이라면 북한 정권은 사람들을 내보내게 되어 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느 쪽이 먼저 손을 내밀었는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러시아와 북한 정권 모두의 입에서 동시에 나왔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전쟁에도 그렇고, 특히 전후복구 건설에도 러시아는 싼 용병과 노동력이 필요합니다. 북한에게는 외화벌이의 호재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MC: 그런데 한꺼번에 10만여 명이나 되는 젊은 노동자 또는 용병인력을 북한 당국이 준비할 수 있을까요? 어떻습니까?

 

안찬일: 근래 북한의 김정은 총비서는 최전방의 재래식 병력을 감축하고 전술핵무기를 배치한다는 중대선언을 하지 않았습니까? 거기서 재래식 병력을 빼면 그 숫자가 최소 30만 명이 이상이 유휴인력이 발생합니다. 마침 북한은 그들을 고용하고 밥 먹여줄 데가 어디에도 없습니다. 아마도 이미 러시아 정부와 인력수출을 논의하고 최전방 병력 감축을 시작했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 일간 뉴욕 포스트는 다섯 달을 훌쩍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스러진 러시아군 병사가 1 5,000~2 5,000명을 헤아리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더 이상 자국 병사들을 전선으로 보낼 정치적 명분이 바닥 나 쩔쩔매는 형국에 북한의 도움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고로첸코로 하여금 세계 여론을 떠보게 만든 것일지도 모릅니다. 북한 의용군을 이른바 ‘대포 밥’(cannon fodder)으로 제공받으려는 술책이란 것인데 결코 이런 일이 현실이 돼선 안될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폐쇄 사회를 벗어나 세계로 나가는 인민들이 많아진다는 측면에서는 순기능도 높다고 생각됩니다. 베트남 전쟁에서 외화를 벌어 조국 근대화를 이룬 한국의 경험을 아마도 김정은이 벤치마킹하려는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MC: , 안 박사님, 오늘도 말씀 고맙습니다.

 

안찬일: , 수고하셨습니다.

 

MC: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

 

기자 홍알벗,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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