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북한에는 <평양문화어보호법>이란 것이 있습니다. 이 법은 북한주민들이 한국말, 그러니까 남한 말을 사용할 경우 엄중한 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 신의주 홍수 피해현장을 찾은 김정은 총비서는 마치 서울 사람처럼 한국말을 사용해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김 총비서는 해도 되고, 인민들은 하지 말라?>라는 제목으로 ‘평양 문화어법의 이중잣대’에 관해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살펴 보겠습니다.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MC : 먼저 북한 정권이 만들어낸 '평양문화어보호법'이라는 게 어떤 건지 궁금한데 말이죠. '평양문화어보호법'이라는 게 어떤 법인가요?
안찬일: 네, 북한의 평양문화어보호법 제1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평양문화어보호법은 괴뢰말투를 쓰는 현상을 근원적으로 없애고 비규범적인 언어요소를 배격하며 온 사회에 사회주의적 언어생활 기풍을 확립하여 평양문화어를 보호하고 적극 살려 나가는 데 이바지한다." 여기서 괴뢰란 당연히 한국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한류열풍이라고 북한의 신세대와 대부분 주민들이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서울 말이 멋있다보니 그걸 마구 따라 하니 이런 한류열풍을 막고자 이른바 "평양문화어보호법'이란 것을 만들어 인민들의 문화발전을 통제하겠다는 것입니다.
MC : 그런데, 그 하지 말라는 남한 말을 다른 사람도 아닌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사용했다고요? 어떻게 된 건가요?
안찬일: 네, 북한 주민들 속에는 '짧은 혀 잘못 놀리면 긴 목이 날아간다'는 속담이 유행하는데 그 적용 기준은 애매모호합니다. 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서슴없이 남한 말을 쓰면서 인민들만 처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례로 김 위원장이 지난 10일 홍수 피해를 본 평안북도 의주군을 찾아 수재민들 앞에서 연설을 하는 과정에서 북한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한국식 표현을 다수 사용했습니다. 지금까지 김정은 총비서는 여러 수해 피해 지역을 찾았지만 수재민들 앞에서 연설한 건 처음인데, 피해 현장을 찾아 사전 대책을 바로 세우지 않았다고 간부들을 욕하고 닦달질하던 모습과는 크게 대조적인 것입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수해 지역 방문 모습과 연설은 영상으로 만들어져 조선중앙TV에 반복해서 방영되었습니다.
MC : 그러면 김정은 총비서가 어떤 말을 어떻게 했다는 것인지요.
안찬일: 네, 이날 의주군 인민들은 김정은의 연설 내용보다 김정은이 남한식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 모습에 크게 놀랐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연설 서두에서 흔히 사용하던 동지 혹인 인민이라는 말 대신 '주민'이라고 했고 노인이나 늙은이를 한국식으로 '어르신'이라고 했으며 텔레비죤도 'TV'라는 한국식 표현을 썼습니다. 북한에서는 나이 든 사람을 가리킬 때 노인 또는 늙은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며 높여 부를 때는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또 텔레비전을 줄여 텔레비, 텔레비죤이라고 부르면서. TV라고 표현하는 사람은 신고하라는 내용이 북한 반간첩 포스터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또 김 총비서는 연설에서 사용한 '병약자' '험지' '음료수' '폄훼한다' 등도 북한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한국식 표현입니다. 북한에서는 '허약자' '어렵고 힘든 곳' '물' '비방' 또는 '비하'라는 표현을 주로 씁니다.
MC : 그렇군요. 그런데 북한에선 언어 뿐만 아니라 옷차림마저도 당국이 규정해주다 시피하고 그 규정에 어긋나면 통제를 한다면서요?
안찬일: 네 맞습니다. 북한에서는 속살이 훤하게 비치는 '시스루' 옷차림과 긴 머리칼을 반만 묶어 뒤로 푸는 일명 '수탉머리' 모양을 '반사회주의 현상'으로 규정하고 주민들에게 금지령을 내렸는데 예외적인 사람이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는 공식 석상에서 그런 복장과 머리를 하고 버젓이 활동하고 있지요. 그런데 북한 당국은 전체 주민 대상 강연회를 통해 '수탉머리'와 '살이 보이는 옷'을 금지한다고 선포했습니다. 이는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입었던 옷과 헤어스타일을 '체제를 좀 먹는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현상이며 뿌리 뽑아야 할 대상'으로 규정한 것에 전적으로 배치되는 일 아닙니까?
MC : 최고 통치자의 딸은 그 무엇을 해도 무방하고 주민들은 제가 사용하고 싶은 말이나 옷차림 하나도 자율적으로 할 수 없으니 이를 두고 <내로남불> 즉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하죠. 그러면 북한 노동당의 그런 강제적 요구를 무시하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나요?
안찬일: 네, 이런 옷을 입고 다니다 단속에 걸리면 3~6개월의 노동단련대형이 내려지며 때에 따라 교화형에 처해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동단련형은 한국의 사회봉사명령제도와 유사한 형벌이고, 노동교화형은 남한의 징역형과 같다고 할 수 있지만 일단 북한 감옥에 들어가면 영양실조 등으로 살아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지난주 무렵 주민 대상 영상강연이 조직됐는데, 요즘 유행하는 ‘수탉머리’를 금지하고 ‘살이 보이는 옷’을 입지 말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당에서 금지한다는 ‘수탉머리’와 ‘살이 드러나 보이는 옷’은 최근 평양을 중심으로 전국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한다”며 “북한 당국이 제작한 영상 속 처벌 사례로 등장한 대부분의 여성은 모두 평양에서 적발된 사례들”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수님의 자제분 김주애도 같은 옷을 입고 등장한 적이 있는데 왜 인민들이 입으면 반사회주의, 반체제가 되느냐”고 반문하고 있습니다.
MC : 그런데 이번 큰물 발생 이후에, 김정은 총비서가 신의주 시민들과 어린이 등 1만 3000명을 평양으로 불러 위로했다고 하는데요. 이것을 애민사상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안찬일: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신의주시는 개혁과 개방의 나라 중국과 인접한 일명 국경도시로 주민들의 의식수준이 좀 높습니다. 어느 정도 비교기준도 마련되어 있고 저 양강도 산간벽지 사람들과는 다르죠, 이번 홍수는 북한 정권의 잘못된 정책으로 내려진 인재입니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당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열고 신의주 시민 1만 3000명을 평양으로 옮긴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4.15려관과 열병숙소에 그들을 수용해 어느 정도 대우를 해 주고 있는데 그러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의주시를 하루빨리 복구하고 이재민들의 주택을 지어주고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역사가 북한 정권 자체의 능력으로는 절대 안 됩니다. 대한민국이나 국제 사회의 지원을 받아 들여 수재민들에게 쌀과 보급품을 넉넉히 안겨주는 게 최선의 수해대책 아니겠습니까?
MC :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안 박사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함께 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김상일
